ADVERTISEMENT

“넷플릭스의 공익보도”…‘신도 성폭행’ 정명석이 낸 방송금지 요청 기각

중앙일보

입력

정명석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총재의 에피소드를 다룬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 예고편 캡처. 사진 넷플릭스

정명석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총재의 에피소드를 다룬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 예고편 캡처. 사진 넷플릭스

지속적으로 신도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정명석(78)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총재가 MBC와 넷플릭스를 상대로 낸 넷플릭스 오리지널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의 방송금지 신청을 법원이 기각했다. 이에 따라 해당 다큐멘터리는 예정대로 3일 241개국에서 공개된다.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수석부장 임정엽)는 2일 정 총재와 JMS가 ‘나는 신이다’의 방영을 금지해달라며 지난달 17일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언론·출판에 대한 보도·발행 등을 사전 금지할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 공식 포스터.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 공식 포스터. 사진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는 자신을 메시아라고 부른 교주 4명을 조명한 8부작 다큐멘터리다. ‘JMS, 신의 신부들(정명석)’, ‘오대양, 32구의 변사체와 신(박순자)’, ‘아가동산, 낙원을 찾아서(김기순)’, ‘만민의 신이 된 남자(이재록)’ 등으로 구성됐다. ‘PD 수첩’으로 유명한 조성현 MBC PD가 제작했다.

이중 JMS 관련 에피소드는 정명석 총재의 성범죄 의혹을 다룬다. 이에 JMS 측은 현재 재판 중인 내용을 방송하는 것은 무죄 추정의 원칙에 반하고,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며 명예를 훼손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MBC와 넷플릭스가 상당한 분량의 객관적 및 주관적 자료들을 수집해 프로그램을 구성한 것으로 보인다”며 “JMS에 관련된 주요 내용이 진실이 아니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반론의 기회도 부여했다”며 JMS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정명석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공적 인물”이라며 “프로그램이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우는 공익적 목적에 부합한다”고도 덧붙였다.

정명석 총재는 지난 2009년 신도를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출소 후에도 외국인 신도들을 20차례 이상 성폭행·성추행한 혐의로 지난해 10월 재차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 1월에도 신도 1명으로부터 성폭행 혐의로 추가로 피소됐다.

“유튜브·넷플릭스 ‘언론화’ 분수령 될 수도”

넷플릭스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넷플릭스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한편, 국내 넷플릭스 오리지널에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현호 변호사는 “그간 방송사 프로그램이나 언론 보도 등에 대한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은 많았지만, 넷플릭스에도 신청이 왔다는 건 그만큼 OTT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졌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세종의 임상혁 변호사는 “넓게는 법원이 넷플릭스를 공익성과 시사성을 갖춘 ‘보도 매체’로 해석했다고 볼 수 있다”며 “최근 논의가 시작된 유튜브·넷플릭스 등을 언론으로 볼 것인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판결로 보인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