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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자 나와도 "인민 단결"…뜬구름 대책에도 北 "김정은 만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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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식량난 해소를 위해 노동당 전원회의를 주재했지만, 똑 부러진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김정은은 나흘간 직접 회의를 주재하고도 사실상 “올해 알곡고지를 기어이 점령하라”는 지시로 결론을 대신했다. 당장의 해법으로는 “당의 영도와 전체 인민의 단결된 힘”을 제시하는 데 그쳤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일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7차 전원회의 확대회의가 2월 26일부터 3월 1일까지 당 중앙위원회 본부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이번회의에서는 △새 시대 농촌혁명강령 실현을 위한 첫해 투쟁정형과 일련의 중요 과업들 △인민경제 계획 수행 규율을 철저히 확립 △국가 재정금융사업을 개선하는데서 나서는 당면한 문제들 △조직문제 등 4개 의정이 상정, 승인됐다.  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일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7차 전원회의 확대회의가 2월 26일부터 3월 1일까지 당 중앙위원회 본부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이번회의에서는 △새 시대 농촌혁명강령 실현을 위한 첫해 투쟁정형과 일련의 중요 과업들 △인민경제 계획 수행 규율을 철저히 확립 △국가 재정금융사업을 개선하는데서 나서는 당면한 문제들 △조직문제 등 4개 의정이 상정, 승인됐다. 뉴스1

2일 북한의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지난달 26일부터 1일까지 진행한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의 결론에서 “농촌문제가 반드시 풀어야 할 전략적 문제”라고 강조하며 “정보당 수확고를 높이는데 중심을 두고 투쟁하는 것을 농업생산지도의 원칙으로 삼으라”고 지시했다. 이어 “가까운 년간에 농업생산을 안정적 발전궤도에 확고히 올려세우고 농촌의 정치사상적, 물질기술적 토대를 실제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며 ”농업발전에 부정적 작용을 하는 내적 요인들을 제때에 찾아내 해소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부연했다.

회의를 통해 제시된 대안은 관개공사의 강력한 추진, 농기계 보급, 간석지 개간 등 경지면적 확대 등이었다. 모두 아사자가 발생할 정도로 심각해진 당장의 식량난을 해소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장기 대책들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일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7차 전원회의 확대회의가 2월 26일부터 3월 1일까지 당 중앙위원회 본부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일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7차 전원회의 확대회의가 2월 26일부터 3월 1일까지 당 중앙위원회 본부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뉴스1

그럼에도 통신은 김정은이 제시한 대책에 대해 “심오한 사상ㆍ이론적 예지와 탁월한 영도 활동으로 당을 불패의 전위대오로 강화ㆍ발전시켰다”며 “김정은 동지를 우러러 우렁찬 ‘만세’의 환호성이 (참석자 사이에서) 터쳐올랐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농업 정책 방향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식량 증산과 관련해 특별히 새로운 내용은 없고, 대부분 기존 과제를 반복하면서 농촌 지도기관의 역할을 강조한 것에 그쳤다”고 평가했다. 다만 “양곡 정책에 대한 언급이 없어서 이 부분을 논의하지 않았거나 비공개했을 가능성을 두고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현재 북한의 식량난이 절대적 생산 감소와도 연관이 있지만, 그보다 유통과 관련된 문제 때문으로 보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가 이날 예의주시하겠다고 한 ‘양곡 정책’ 역시 쌀과 옥수수를 비롯한 식량의 유통 체계를 지칭하는 말이다.

실제 북한의 식량난이 급격히 악화한 시점은 지난해 민간 시장의 성격을 일부 지닌 ‘장마당’에서 양곡 판매를 금지한 조치가 시행된 시점과 맞물려있다.

2020년 9월 북한 양강도 혜산시의 장마당에 마스크를 쓴 이들이 분주하게 오가고 있다. 중국 지린(吉林)성 창바이(長白)조선족자치현에서 촬영. 연합뉴스

2020년 9월 북한 양강도 혜산시의 장마당에 마스크를 쓴 이들이 분주하게 오가고 있다. 중국 지린(吉林)성 창바이(長白)조선족자치현에서 촬영. 연합뉴스

북한은 코로나 등으로 식량 부족 현상이 발생하자 당국이 운영하는 양곡판매소에서만 식량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결정의 배경엔 식량부족 상황에서 매점매석과 사재기 등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지만, 궁극적으로는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고 시장경제적 요소가 담긴 ‘장마당 거래’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란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체제 유지를 위해 경제 시스템을 억제한 조치는 극심한 부작용을 빚었다.

다수의 탈북자들에 따르면 춘궁기인 지난해 3월 1㎏당 북한 돈 2400원에 거래되던 옥수수가 춘궁기를 한달여 앞둔 지난달 말 이미 3400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본격적인 춘궁기로 접어들면 옥수숫값은 더 오를 수밖에 없다. 특히 옥수수는 북한 내 취약 계층의 주요 식량원이기 때문에 옥수수 가격의 폭등은 김정은 정권에 대한 대규모 반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해 10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우상화하는 새 기록영화 '인민의 어버이'를 공개했다. 사진은 김 위원장이 전용열차를 타고 이동하며 옥수수 종자를 살펴보는 모습이다. 옥수수는 북한 취약계층의 주요 식량원이다. 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해 10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우상화하는 새 기록영화 '인민의 어버이'를 공개했다. 사진은 김 위원장이 전용열차를 타고 이동하며 옥수수 종자를 살펴보는 모습이다. 옥수수는 북한 취약계층의 주요 식량원이다. 연합뉴스

오랫동안 대북사업을 해온 종교계 인사는 중앙일보에 “장마당 등 그나마 북한의 유통 체계를 지탱해오던 시스템이 무너진 데다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1㎏당 각각 1만5000원과 1만2000원을 기록하는 등 유가까지 30% 이상 폭등했다”며 “유가 상승은 유통비 상승뿐 아니라 밀ㆍ보리 파종에 필요한 트랙터 운행까지 어렵게 하면서 향후 식량가격 상승에 기름을 붓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북한이 발표한 농업 계획에 김정은이 집권 초기부터 강조했던 ‘포전담당제’ 등에 대한 언급이 완전히 사라진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포전담당제는 농민들의 개별 수익을 일부 인정하는 조치로, 사영농 전환의 전 단계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14일 "불굴의 정신력이 사회주의 건설의 주타격전방인 농업에서 뚜렷이 과시되고 있다"라면서 트랙터 1만5000여대와 모내는 기계 8000여대의 수리정비가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해주농기계공장. 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14일 "불굴의 정신력이 사회주의 건설의 주타격전방인 농업에서 뚜렷이 과시되고 있다"라면서 트랙터 1만5000여대와 모내는 기계 8000여대의 수리정비가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해주농기계공장. 뉴스1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농장원들의 책임과 생산 의욕을 고취할 것을 목적으로 도입된 농장책임관리제와 포전담당제에 대한 언급이 없어진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정말 관련 논의가 없었다면 북한의 획기적 식량 증산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도 “북한이 식량 증산을 위해선 농민들에게 동기 부여를 할 수 있는 사영농 전환과 거래 활성화가 현실적인 해법”이라며 “북한 정권 역시 이를 알고 있지만, 이러한 변화가 체제를 위협할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전향적 정책 전환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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