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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 조각상 팔아 외화벌이" 美, 북한 기관 3곳·개인 2명 제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정부가 아프리카에서 조각상 설립 등을 통해 불법적으로 번 외화로 북한 핵 개발 자금을 대온 북한 기관과 개인을 제재하기로 했다.

1일(현지시간)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외국에서 불법 외화벌이를 해온 북한 칠성무역공사, 조선백호무역공사, 콩고아콘드SARL 등 3개 기관과 북한 노동당의 수익 창출 활동에 종사해온 북한 국적자 황길수(50), 박화성(61) 등 2명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북한의 핵 자금을 위해 외화벌이를 해온 콩고아콘드SARL이란 회사가 2018년 DR콩고에 세운 것으로 알려진 조각상 모습. 사진 트위터 캡처

북한의 핵 자금을 위해 외화벌이를 해온 콩고아콘드SARL이란 회사가 2018년 DR콩고에 세운 것으로 알려진 조각상 모습. 사진 트위터 캡처

제재 대상이 되면 이들 기관·개인과의 거래는 전면 금지되고, 이들의 미국 내 재산은 동결되며 미국 입국도 금지된다. 미 당국은 이들이 불법 외화벌이를 통해 북한에 핵무기·미사일, 대량살상무기(WMD) 자금을 대왔다고 지적했다.

브라이언 넬슨 미 재무부 차관은 이날 미국의소리(VOA)에 "북한의 불법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등이 국제 안보와 지역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북한 정권의 글로벌 불법 네트워크를 제재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제재 대상이 된 칠성무역공사는 외화벌이는 물론 정보 요원들을 직원으로 위장 고용해 외국에서 정보 수집을 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조선백호무역공사는 북한 인민무력부 산하 기관이며 1980년대부터 중동·아프리카에서 예술·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해 북한에 자금을 대왔다.

황길수와 박화성은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DR콩고)에서 콩고아콘드SARL이라는 회사를 세워 지방정부의 건설 및 조각상 설립 프로젝트를 통해 수익을 올렸다.

미 재무부는 1일(현지시간) 북한 불법외화벌이 기관 3곳과 개인 2명을 제재하는 조치를 내놨다. 사진 미 재무부 홈페이지 캡처

미 재무부는 1일(현지시간) 북한 불법외화벌이 기관 3곳과 개인 2명을 제재하는 조치를 내놨다. 사진 미 재무부 홈페이지 캡처

콩고아콘드SARL은 2018년~2019년 DR콩고에서 세워진 여러 건의 조각상 설립 프로젝트에 관여했는데 이 프로젝트엔 황길수와 박화성이 개입돼 있었다. 이 회사는 황길수와 박화성의 지시에 따라 카메룬 은행의 DR콩고 지점에 미국 달러화 계좌를 개설하기도 했다고 OFAC는 전했다.

콩고아콘드SARL의 로고. 미 정부는 콩고아콘드SARL의 본사가 조선백호무역공사일 것으로 보고 있다. 두 회사 모두 호랑이가 입을 벌리고 있는 그림이 들어간 로고를 쓰고 있다. 사진 트위터 캡처

콩고아콘드SARL의 로고. 미 정부는 콩고아콘드SARL의 본사가 조선백호무역공사일 것으로 보고 있다. 두 회사 모두 호랑이가 입을 벌리고 있는 그림이 들어간 로고를 쓰고 있다. 사진 트위터 캡처

앞서 2016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대북제재 결의 2321호를 통해 북한의 돈줄을 죄기 위해 북한의 조각상 수출을 금지했다. 그러나 조각상 수출이 금지된 이후에도 북한은 아프리카 지역에서 여전히 불법적인 조각상 판매를 계속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은 1970년대 아프리카 신생국에 동상을 선물하는 '동상 외교'를 계기로 수출 물꼬를 텄다. 북한이 만든 조형물이 현지에서 인기를 끌며 아프리카에선 주문이 이어졌다. 1980년대 중반부터는 북한 최고 미술 분야 단체인 만수대창작사를 내세워 외화벌이에 돌입했다.

영국 BBC에 따르면 북한이 아프리카에 세운 대표적인 조각상은 서아프리카 세네갈 수도 다카르에 있는 '아프리카 르네상스 기념상'이다. 이 동상 높이는 약 50m로 미국 뉴욕에 있는 '자유의 여신상' 본체 높이(46m)보다 크다.

북한이 아프리카에 세운 대표적인 조각상인 서아프리카 세네갈 수도 다카르에 있는 '아프리카 르네상스 기념상'. 사진 트위터 캡처

북한이 아프리카에 세운 대표적인 조각상인 서아프리카 세네갈 수도 다카르에 있는 '아프리카 르네상스 기념상'. 사진 트위터 캡처

앞서 지난달 18일 북한은 미국 본토를 사정거리에 둔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하는 등 올해 들어 한국과 미국을 겨냥한 도발을 계속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8차례 ICBM을 시험 발사한 것을 비롯해 총 41차례에 걸쳐 역대 최다 규모인 70여발의 탄도 및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

2023년 2월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TV 화면을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이 담화문을 발표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 AP=연합뉴스

2023년 2월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TV 화면을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이 담화문을 발표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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