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돈 써?" 회사 놀랐다…1억 대박낸 '30초 영상' 뭐길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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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기업 LF에서 닥스 액세서리를 담당하는 김지혜 선임은 어느 때보다 분주한 2월을 보냈다. 봄·여름 신제품이 출시되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유튜브에서 우연히 화제가 된 영상 때문이었다.

LF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LF랑 놀자’에 지난달 중순 ‘패션 회사 직원들은 무슨 지갑 들고 다녀요’라는 제목의 약 30초 길이 ‘쇼츠(짧은 영상)’가 화제였다. 이 영상에서 거울이 달린 작은 크기의 닥스 신제품이 소개됐는데, 조회 수가 170만 회에 이르면서 댓글이나 홈페이지로 문의가 쇄도했다. LF몰에서 이 제품은 열흘간 1억원 이상 매출이 나왔다. 김지혜 선임은 “현재는 모든 색상이 매진됐고, 다음 달 예고된 예약 판매에도 대기 리스트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매력적인 콘텐트를 활용해 젊은 고객을 유치하려는 유통 기업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 LF랑 놀자 유튜브 채널 캡처

유튜브 담당 직원이 직접 기획하고 촬영·편집한 평범한 영상 하나가 대박을 치자 브랜드 내부에서도 놀랍다는 반응이다. 회사 입장에서 더 고무적인 것은 상품을 구매한 고객의 60%가 LF몰 신규 가입자라는 점이다. LF 관계자는 “주로 유튜브에서 콘텐트를 소비하는 20·30대 소비자들이 제품 페이지로 유입된 데다 지갑까지 열었다”며 “젊은 고객을 어떻게 끌어올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던 닥스 브랜드로선 의미 있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유통 업계가 신규 고객 확보를 위한 콘텐트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가 주로 찾는 유튜브 같은 영상 플랫폼이 주요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 노골적 제품 광고보다는, 주로 재미를 강조하고 빨리 소비할 수 있는 ‘숏폼(짧은 동영상)’ 콘텐트가 무기다.

롯데홈쇼핑은 지난달 유튜브에 예능 채널 ‘내내 스튜디오’를 론칭하고, 개그우먼 김민경의 음식 웹예능 ‘맛나면 먹으리’를 공개했다. 유명 인기 아이돌이 진행하는 보이는 라디오 콘셉트의 음악 예능 콘텐트도 선보인다.

이 회사는 지난해부터 뷰티 예능 ‘랜선뷰티’와 골프 예능 ‘파하하’ 등의 예능 콘텐트를 꾸준히 제작 중이다. 이 방송에서 소개된 상품 관련 기획전의 주문 금액이 총 50억원을 넘었다.

롯데홈쇼핑의 유튜브 예능 채널 '내내 스튜디오'의 콘텐트들. 사진 롯데홈쇼핑

이는 콘텐트와 제품 판매를 결합한 이른바 ‘콘텐트 커머스’다. 단순 상품 판매가 아닌 스토리텔링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다. 판매하는 제품을 차별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 보니, 제품을 알리는 방식을 차별화하는 것이다.

자체 콘텐트를 판촉 행사와 연계해 매출을 보다 끌어올린 사례도 있다. SSG닷컴은 미식 콘텐트 ‘힙스토랑’을 간편식 행사와 연계했더니 장보기 매출 객단가가 기존보다 평균 25% 상승했다고 밝혔다. 힙스토랑은 소셜미디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맛집을 소개하고, 관련한 레스토랑 간편식(RMR)을 함께 구매할 수 있도록 연계하는 온라인 매거진 형태의 콘텐트다.

맛집 콘텐트와 관련 기획전을 엮어 매출을 끌어올리기도 한다. 사진 SSG닷컴

지난달 진행한 ‘힙슐랭 발렌타인’ 편에서는 수제 초콜릿 맛집 ‘트리투바’와 디저트 브랜드 ‘노티드’ 등을 소개하는 콘텐트를 올렸고, 연계 디저트 상품을 선보인 결과 행사 이전보다 해당 제품 매출이 25배 급증했다.

자체 제작 콘텐트로 플랫폼 활성화에 나서기도 한다. CJ올리브영은 자사 모바일 앱에 최근 ‘매거진관’이라는 탭을 열었다. 화장품과는 관계없는 ‘라면 맛집’ ‘파티셰 인터뷰’ 등도 실린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살 게 없어도 언제든지 모바일 앱을 방문해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