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랑GO] 어려운 붓질 대신 물감 붓고 흘려 작품 만들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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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랑GO

아이가 “심심해~”를 외치며 꽁무니를 따라다닌다고요? 일기쓰기 숙제를 해야 하는데 ‘마트에 다녀왔다’만 쓴다고요? 무한고민하는 대한민국 부모님들을 위해 '소년중앙'이 준비했습니다. 이번 주말 아이랑 뭘 할까, 고민은 ‘아이랑GO’에 맡겨주세요. 이번엔 물감을 붓고 흘려 ‘우연’으로 인한 창의적인 작품을 쉽게 만드는 ‘플루이드 아트’를 해볼 거예요.

물감 붓고 흘리면 작품 되는 플루이드 아트

플루이드 아트는 아크릴 물감, 레진 등 흘림이 가능한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우연에 의한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 수 있다.

‘유동적인’ ‘유동체’라는 뜻을 가진 플루이드(fluid) 아트는 붓질할 필요 없이 바탕에 흐를 수 있는 액체 재료를 붓고 떨어뜨려 작품을 만드는 미술 방식이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경기도 파주시 헤이리예술마을에 있는 HEY!LEE(헤이리)아트크래프트스튜디오를 방문해 한국아트크래프트협회 부회장이면서 이곳을 운영하는 이지연 대표를 만났다.

“1930년대 멕시코 3대 벽화가 중 한 명인 다비드 알파로 시케이로스가 그 당시 화가들이 사용했던 물감 대신 에나멜 페인트, 페인트 스프레이, 에어브러시, 스프레이 등 현대적 장치를 사용해 예상치 못한 모양과 질감을 만들어 자신만의 독특한 미술 기법을 구사한 것이 플루이드 아트의 기원이라고 해요. 재료로는 아크릴 물감, 레진(수지)을 많이 쓰고 그 외에도 흘림이 가능한 다양한 재료를 사용할 수 있죠.”

아크릴 플루이드 작품 만들기에 도전한 김도경(왼쪽) 학생기자·이래나 학생모델.

플루이드 아트는 크게 아크릴과 레진 플루이드로 나눌 수 있다. 아크릴 플루이드는 불투명한 채색감, 레진 플루이드는 투명한 채색감이 특징이다. 둘의 큰 차이점은 재료다. 아크릴 플루이드는 아크릴 물감과 물감의 점도를 낮춰 잘 흐르고 마른 뒤 색을 선명하게 해주는 미디엄(플루이드 미디엄·푸어링 미디엄 등)이 필요하다. 레진 플루이드는 수지를 굳혀 작품을 완성한다. 레진과 색을 내는 조색제, 레진을 굳게 하는 주제·경화제가 필요하다. 레진은 제품에 따라 주제와 경화제를 넣는 비율이 다 다르기 때문에 설명서를 꼭 확인해야 한다.

기법의 종류도 다양하다. “‘푸어링’은 캔버스 위에 유동성 있는 액체를 직접 부은 뒤 캔버스를 움직여 모양을 조절해요. ‘플립 컵’은 종이컵 안에 액체를 차곡차곡 쌓고 캔버스 위에 컵을 엎어 놓은 뒤 컵을 들어 올려 액체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게 하죠. ‘트리링’은 종이컵 안에 액체를 쌓아 캔버스에 나무의 나이테 모양으로 원형을 그리며 붓는 기법이고, ‘스와이프’는 캔버스에 액체를 직접 부은 뒤 물티슈나 키친타월로 쓸어 모양을 만듭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 종이컵 안에 액체를 쌓고 캔버스 위에 컵을 엎어 놓은 뒤 컵을 들어 올려 쏟는 ‘플립 컵’ 기법, 캔버스에 액체를 부어 물티슈나 키친타월로 쓸어내며 주로 파도를 표현할 때 사용하는 ‘스와이프’ 기법, 종이컵 안에 액체를 쌓아 캔버스에 나무의 나이테 모양으로 원형을 그리며 붓는 ‘트리링’ 기법.

김도경 학생기자와 이래나 학생모델은 초보자가 쉽게 할 수 있는 플립 컵 기법으로 아크릴 플루이드에 도전했다. 네 가지 색 아크릴 물감, 작은 캔버스, 미디엄, 실리콘 오일, 종이컵, 저울, 가위, 마스킹 테이프, 압정, 토치, 나무 스틱 등이 준비됐다. 캔버스 뒷면 모서리에 맞춰 마스킹 테이프를 붙이고, 압정을 네 모서리 안쪽에 높낮이를 맞춰 깊이 꽂는다. “마스킹 테이프와 압정을 사용하는 이유는 캔버스 뒷면에 재료가 묻지 않기 위해서죠. 특히 부은 재료를 이동시킬 때 캔버스를 만지지 않고 압정을 잡아 움직이면 손에 재료가 잘 묻지 않아요. 작품이 마른 뒤 테이프와 압정 모두 떼어내죠.”

장갑을 끼고 저울을 이용해 아크릴 물감과 미디엄을 1:10 비율로 맞춰 넣는다. 네 가지 색에 맞춰 4개의 종이컵에 각각 미디엄 30g씩 넣는다. 기본이 되는 흰색과 본인이 원하는 색 세 가지를 골라 각각의 종이컵에 3g씩 붓는다. 도경 학생기자는 노란색·하늘색·초록색, 래나 학생모델은 하늘색·파란색·남색을 골랐다. 물감을 넣고 나무 스틱으로 종이컵 바닥과 옆을 싹싹 긁어주며 잘 섞는다. 그래야 기포가 덜 생기고 색이 또렷하게 나온다. “물감과 미디엄을 잘 섞은 후 실리콘 오일을 한두 방울 넣을 거예요. 실리콘 오일은 세포(Cell) 모양의 무늬가 자연적으로 생기게 해주죠. 시중에서 판매하는 실리콘 오일은 다 사용 가능한데, 식용유·참기름 등 식용 오일은 재료를 굳지 않게 하고 부패할 수 있으니 사용하지 않는 게 좋아요.”

이래나(왼쪽) 학생모델·김도경 학생기자가 플루이드 아트에 대해 알아보고, 아크릴 물감을 캔버스에 붓고 흘려 아크릴 플루이드 작품을 만들었다.

빈 종이컵을 하나 더 준비해 4가지 색을 조금씩 넣어 3분의 2를 채운다. 맨 마지막에 넣은 컬러가 캔버스에 먼저 깔리니 순서를 생각하며 색을 쌓으면 된다. 흰색이 중간중간 들어가면 색의 경계를 만들어줘 작품이 더 선명하게 보인다. “캔버스로 종이컵 윗면을 덮고, 종이컵 바닥을 살짝 누르며 뒤집은 후 핀으로 바닥에 구멍을 뚫어요. 공기가 들어가게 해서 내용물이 잘 빠져나오기 위함이죠. 종이컵에 물감을 3분의 2만 채우는 이유가 공기 때문이에요. 재료가 내려오면 종이컵을 열어요.”

이어서 내용물을 캔버스 전체로 잘 퍼트려주는 ‘스트레치’ 작업을 한다. 두 손으로 캔버스 뒷면에 꽂은 압정을 들고, 좌우로 캔버스를 기울여준다. 기울이는 횟수가 많을수록 물감이 퍼져 세포 모양도 커진다. 모서리를 깔끔하게 처리하기 위해 엄지와 검지로 꼬집어주듯이 쓸어주면 된다. 전체적으로 내용물을 잘 펴주고 말리면 완성이다. “미디엄이 없으면 물풀이나 공예용 글루를 사용해도 돼요. 그 대신 잘 흐를 수 있도록 물감과 풀을 같은 양으로 맞춰야 해요. 물로도 가능한데, 물감 제품에 따라 물의 비율이 달라 흐르는 정도는 올리고당 농도 정도로 맞춰줘요. 단, 풀과 물은 작품이 변색될 수 있고 말렸을 때 코팅된 느낌이 없어요.” 완성된 작품은 직사광선을 피해 습기가 적당히 있는 곳에서 말린다. 너무 건조하고 직사광선이 닿는 곳이면 그림에 균열이 생길 수 있으니 주의. 실내 온도, 물감의 두께, 캔버스의 크기 등에 따라 마르는 시간은 일주일까지 걸릴 수 있다.

플립 컵 아크릴 플루이드 작품 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