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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강남규의 특별인터뷰

“Fed 인플레 파이팅은 부채의 덫에 걸려 실패로 끝난다”

중앙일보

입력

강남규 기자 중앙일보 기자

‘초거대 위협’ 들고나온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교수

강남규 국제경제 선임기자

강남규 국제경제 선임기자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경제학)가 이번엔 ‘우리의 미래를 위협할 위험한 트렌드’를 경고하고 나섰다. 그는 위험한 트렌드를 ‘초거대 위협(Megathreats)’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같은 제목의 책을 냈다. 한때 그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을 외쳤다(2011년). 미국의 재정적자와 유럽의 재정위기 등이 한꺼번에 엄습해 경제위기가 발생한다는 경고였다. 최악의 폭풍은 오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이번엔 더 센 조어법(造語法)을 동원했다. ‘위기를 마케팅하며 먹고 사는 것 아닐까’ 하는 의심이 피어올라 줌(Zoom) 인터뷰를 요청했다. 명분은 한국어판 출판에 맞춘 저자 인터뷰였다.

눈앞의 위기를 경고했는데, 이번에는 구조적인 문제에 집중한 듯하다.
“맞다. 학술서적까지 포함하면 이번 『초거대 위협』이 다섯 번째 책이다. 내가 주도적으로 쓴 책으로는 2010년 『위기의 경제학(Crisis Economics)』에 이어 두 번째다. 『위기의 경제학』은 금융위기에 관한 것이다. 『초거대 위협』은 10년 또는 그 이상 기간에 걸쳐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을 다뤘다.”
금융시장 단기 리스크를 다룬 것과는 차원이 다른 듯하다.
“‘초거대 위협’은 그저 10년이나 20년 뒤의 일이 아니다. 오늘의 위협이 얼마나 눈에 띄게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예를 들어 설명하려 했다. 외계인이 지구를 공격하거나 유성이 지구를 강타하는 종류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모두 지금 당장 알아챌 수 있는 위협을 이야기한다.”
큰 얼개부터 설명해 주면 좋겠다. ‘초거대 위협’은 무엇무엇인가.
“10가지 위협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또는 거의 동시에 엄습할 것으로 본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 ▶가계·기업 등 민간과 공공 부문이 빚에 허덕이다 파산하는 사태 ▶저출산·고령화 ▶유동성 풍요가 낳은 거품과 붕괴 ▶그레이트 스태그플레이션 ▶글로벌 통화시스템 위기 ▶세계화의 종말 ▶AI 위협 ▶신냉전 ▶생태 위기 등이다.”

부채·저출산·빈부차·지정학 갈등
10대 초거대 위협 서로 작용하며
물가 6%선까지 오르는 시대 온다
신흥국 디폴트 사태 발생할 수도

빚은 위기의 어머니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가 새 책 『초거대 위협(Mega threats)』 통해 앞으로 10여년 동안 열 가지 위협요인이 세계 경제를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위기를 마케팅하는 게 아니라 위기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가 새 책 『초거대 위협(Mega threats)』 통해 앞으로 10여년 동안 열 가지 위협요인이 세계 경제를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위기를 마케팅하는 게 아니라 위기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이 어느 정도이기에 첫 번째 위협이라고 했나.
“세계 부채 상황을 한꺼번에 보여줄 통계는 빨리빨리 업데이트되지 않는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채권은행 단체인 국제금융협회(IIF) 등에 따르면 2021년 말에 이미 300조 달러(약 39경 원)를 넘어섰다. 세계 인구로 나누면 1인당 3만8000달러 정도다. 무엇보다 2020년 팬데믹 이후 눈에 띄게 불어났다. 빚 문제는 『초거대 위협』 초반 3개 장을 아우르는 테마다. 빚이 ‘모든 위기의 어머니(mother of all crises)’이기 때문이다. 내가 말한 빚에는 개인뿐 아니라 금융회사와 비금융회사,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방정부와 공기업 등이 안고 있는 부채가 다 포함된다. 앞으로 개인과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금리가 더욱 높아진다.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고금리 정책을 피할 수 없어서다. 결국 민간 부문의 채무 위기가 발생한다. 거의 동시에 공공 채무 위기도 현실화한다.”
요즘 인플레이션이 화두여서 그레이트 스태그플레이션(Great Stagflation)이란 장이 눈에 들어왔다. 얼마나 심각하기에 그런 말까지 만들어냈나.
“1970년대 후반에 겪은 스태그플레이션 수준을 뛰어넘는 상황을 겪을 수 있어 ‘그레이트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했다. 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침체)은 단지 두 차례 부정적인 충격 때문에 발생했다. 73년과 80년 두 차례 오일쇼크였다. 그 바람에 75년부터 82년까지 7년 정도 이어진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미 경제가 침체에 빠졌다. 74~75년과 80~82년 엄습한 침체다. 이런 70년대 상황과 견줘 팬데믹 이후는 규모와 정도 면에서 엄청나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미국 국내총생산(GDP) 감소 규모로 측정한 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충격은 우리가 경험할 그레이트 스태그플레이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물가 2%까지 낮추지 못해

초거대 위협

초거대 위협

미국·유럽 등의 물가가 얼마나 상승하기에?
“미국과 유럽이 남미처럼 아주 높은 인플레이션에 시달린다는 얘기가 아니다. 앞으로 상당 기간 미국과 유럽 등의 물가상승률은 연 2~6% 사이일 것으로 본다. 물가상승률을 2%로 되돌려 놓기는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그래서 그레이트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한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등의 인플레이션 파이팅이 실패로 끝날 것이라는 얘기인데.
“제롬 파월 미 Fed 의장 등 중앙은행가들은 어떤 비용을 치르더라도 물가상승률을 2% 수준으로 되돌려 놓겠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나는 중앙은행가들이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고 본다. 그들이 바보여서가 아니다. 그들이 사악해서가 아니다. 그들이 덫(trap)에 걸려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부채의 덫이란 무엇일까.
“요즘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양적 긴축을 하고 있다. 그런데 중앙은행의 중앙은행인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물가를 2% 수준으로 낮추려면 중앙은행이 지금보다 훨씬 고통스러운 고강도 긴축을 해야 한다. 그 대가로 당신은 실물경제의 경착륙을 겪는다. 침체는 기업 순이익이나 개인 소득의 감소를 뜻한다. 빚이 더욱 무거워진다. 빚을 지탱할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진다. 결국 부채 위기가 발생한다. 민간뿐 아니라 공공 부문의 채무불이행이 이어진다. 이런 상황을 중앙은행가들이 감당할 수 있을까.”

북한은 국제질서를 흔들 후보국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레이트 스태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요인은 무엇인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더라도 물가를 올리고 성장률을 둔화시키는 중·장기적 요인이 10가지는 된다. ▶세계화 둔화 ▶보호주의 ▶고령화 ▶(고령화와 이민제한이 낳을) 임금 상승 ▶지정학적 갈등(미·중 디커플링) ▶기후변화와 화석연료 투자 둔화(고에너지 가격) ▶팬데믹 재연 ▶사이버 전쟁 ▶소득·부의 불평등 ▶통화패권의 무기화 등이다. 이 모든 요인이 작용하면서 오랜 기간에 걸쳐 물가는 오르고 성장률은 둔화한다. 그것이 바로 그레이트 스태그플레이션이다. 두 차례 석유파동만으로도 70년대 후반에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한 사실을 떠올려 보라.”
한반도에서도 지정학적 갈등이 일어날까.
“현재 세계는 제2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탄생했다. 미·중 갈등만을 주로 이야기하는 전문가들이 많은데, 나는 현재 질서를 뒤흔들 수 있는 나라가 네 나라라고 본다. 중국과 러시아, 이란, 북한이다. 이들 나라는 미국과 유럽, 달리 말하면 한국과 일본도 들어가는 서방을 위협하는 정도가 아니라 경제와 통화, 교역 질서 등을 흔들 수 있다.”

“난 닥터 둠이 아니다!”

위기를 세일즈한다는 비난도 있더라.
“나는 닥터 둠이 아니라고 여러 번 이야기했다. 나는 현실주의자다. 경종을 울리고 싶을 뿐이다. 재앙을 마케팅하는 것(marketing disaster)이 아니다. 내가 위험을 알리는 데 적극적인 이유는 살아온 과정을 보면 알 수 있다. 나는 중동과 지중해 동부 유럽에서 성장해 현재 미국에서 살고 있다. 이런저런 사건과 불안 요인 등이 있는 지역들이다.”
중동 지역 삶이 어땠나.
“나는 페르시아 유대인(이란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태어난 곳은 튀르키예다. 아버지는 튀르키예와 이란, 이스라엘을 옮겨 다니며 비즈니스를 했다. 튀르키예는 경제적으로 성공한 적이 있지만 여러 소용돌이가 늘 발생하는 곳이다. 이란은 이슬람 혁명 등이 일어난 곳이다. 이스라엘은 사실상 전쟁 지역이다. 내가 위기에 민감해진 배경이다. 개인사를 좀 더 이야기하면, 내 부모와 더 올라가 내 조상은 이란에서 중앙아시아로 이주했다. 그곳에서 볼셰비키 혁명(1917년)을 경험했다. 이후 이란으로 다시 돌아왔는데, 2차대전이 벌어졌다. 나치가 이란을 차지하며 집단수용소를 세웠다. 수용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이스라엘로 이주했는데, 그곳에서도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우리 부모는 이탈리아 등에서 살다가 유럽을 떠나 미국에 정착했다.”

◆누리엘 루비니 교수=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예측해 스타 이코노미스트로 떠올랐다. 1958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태어났다. 두 살 때 가족들이 이란으로 이사했다. 한때 이스라엘에서도 살았다. 1962~83년까지 19년 동안 이탈리아에서 지냈다. 그때 밀라노 보코니대를 졸업했다. 1988년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영어와 페르시아어, 이탈리아어, 히브리어를 할 줄 안다. 1990년대에 예일대 등에서 강의했다. IMF와 Fed, 세계은행, 이스라엘 중앙은행에서도 근무했다. 현재는 뉴욕대 스턴비즈니스스쿨 교수로 있다.

글로벌 머니’는 중앙일보 프리미엄 디지털 구독 서비스 ‘더중앙플러스(The JoongAng Plus)’의 연재 시리즈입니다. 매주 2회(월·목) 발행됩니다. '글로벌 머니'의 이번 순서는 ‘닥터 둠’으로 유명한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의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루비니 교수는 "내가 왜 '닥터 둠'이냐, 나는 재앙을 마케팅하지 않는다"면서도, 거대한 스태그플레이션의 10가지 위협 요인을 조목조목 짚어주었습니다.  더중앙플러스 ‘글로벌 머니’에 가면 두 번으로 나눠 소개한 루비니 교수의 인터뷰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

더중앙플러스 기사 보기 ☞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431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