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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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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서정민 기자 중앙일보 중앙SUNDAY 문화부장
서정민 중앙SUNDAY 문화선임기자

서정민 중앙SUNDAY 문화선임기자

지난달 22~2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3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400여 브랜드가 참여했다. 닷새간 15만 명이 다녀갔다. 팬데믹 기간 동안 대부분 온라인으로만 리빙&디자인용품을 쇼핑했던 사람들이 오랜만에 생생한 손끝 체험을 위해 몰려들었다.

실제로 마지막 날 행사장에 가보니 각종 부스마다 사람들로 꽉 찼는데, 흥미로웠던 건 필기구와 수첩(노트)을 파는 매장이었다. 디지털 시대에 종이 노트와 볼펜을 산다? 그것도 매장 안에서 열심히 제품을 고르는 이들은 대부분 ‘엄지족’(휴대폰으로 문자메시지를 작성할 때 양손의 엄지손가락을 능수능란하게 사용하는 신세대)이었다. 휴대폰이 없으면 하루도 못 사는 MZ세대 중에 ‘다꾸족’(다이어리 꾸미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다이어리를 꾸미면서 중요한 날짜를 표시해두는 ‘캘박’. [사진 인터넷 캡처]

다이어리를 꾸미면서 중요한 날짜를 표시해두는 ‘캘박’. [사진 인터넷 캡처]

3월 1일 기준으로 인스타그램에서 ‘#다이어리’를 검색하면 280만개, ‘#다이어리꾸미기’ 216만개, ‘#다이어리그램’ 35만2000개의 게시물이 검색된다. 이들 게시물에선 또박또박 눌러쓴 노트 필기 위에 형형색색 형광펜으로 색칠하고 다양한 모양의 스티커를 붙인 다이어리들을 볼 수 있다.

아마도 이들은 ‘캘박’의 묘미를 아는 이들일 것이다. ‘캘박’이란 캘린더 박제의 줄임말로 중요한 일정과 약속을 캘린더에 저장한다는 의미의 신조어다. 확실히 ‘캘박’하기엔 아날로그 필기구만의 멋과 묘미가 있다. 꼭 기억해야 할 날짜에 빨간 밑줄을 치고 별표를 여러 개 그려 넣으면서 설렘을 키우고, 약속이 무사히 지나가면 그 위에 동그라미를 치고 안도하며 그때를 추억하는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