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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로 인정받은 한국 CG…트랜스포머 10편 제작 꿈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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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SF 영화 ‘정이’ 속 뇌복제 AI 전투 로봇. 배우 김현주의 감정 연기가 잘 드러나도록 눈 부위 디자인에 공들였다. [사진 넷플릭스]

SF 영화 ‘정이’ 속 뇌복제 AI 전투 로봇. 배우 김현주의 감정 연기가 잘 드러나도록 눈 부위 디자인에 공들였다. [사진 넷플릭스]

지난 1월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출시돼 넷플릭스 비영어 영화 흥행 1위에 올랐던 SF 영화 ‘정이’(연상호 감독)가 한층 진화한 시각특수효과(VFX)로 주목받고 있다. 앞서 넷플릭스 출시된 SF 영화 ‘외계+인’ ‘승리호’에 이어서다.

‘정이’는 첨단 컴퓨터그래픽(CG)으로 만든 인공지능(AI) 로봇을 타이틀롤로 내세운 첫 한국 작품으로 화제가 됐다. CG로 만든 캐릭터가 극 전체를 이끄는 도전이란 점에서다.

영화 ‘외계+인’ 속 로봇 캐릭터들. [사진 CJ ENM]

영화 ‘외계+인’ 속 로봇 캐릭터들. [사진 CJ ENM]

신파 코드, 이야기 만듦새가 아쉽다는 지적도 있지만, 시각효과에선 할리우드 못지않다는 반응이 많다.  미국 매체 CNN은 “‘아이, 로봇’의 안드로이드 디자인, ‘블레이드 러너’의 디스토피아 흔적도 보인다”며 ‘정이’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과 견줬다.

‘정이’는 콘텐트 투자·배급사 NEW의 VFX 계열사 엔진비주얼웨이브(이하 엔진)가 참여한 작품이다. 1일 서울 상암동 엔진 사무실에서 만난 정황수 VFX 슈퍼바이저는 “해외에선 제작비 수백억 원의 한국 VFX가 1000억~2000억원을 들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견줄 만하다는 얘기를 듣는다”고 말했다. “지금 한국의 기술력이면 할리우드의 검증된 로봇 시리즈도 충분히 구현할 수 있다. 가령 ‘트랜스포머’ 10편을 ‘로보트 태권브이’ 대 ‘메가트론’(트랜스포머 로봇 캐릭터) 대결 구도로 한국에서 제작하는 것도 꿈꿔볼 만하다”면서다.

영화 ‘외계+인’ 속 로봇 캐릭터들. [사진 CJ ENM]

영화 ‘외계+인’ 속 로봇 캐릭터들. [사진 CJ ENM]

이날 함께 만난 엔진 프리프로덕션 본부 나일환 이사는 실존 인물의 모습을 본뜬 로봇 CG 캐릭터의 탄생 자체가 기존 기술력을 끌어올린 도전이었다고 강조했다.

‘정이’는 2194년, 기후 위기로 폐허가 된 지구를 떠나 우주에 정착한 인류의 내전 상황을 배경으로 한다. 전투 중 식물인간이 된 전설적 용병 정이(김현주)의 딸 서현(강수연)은 군수회사 크로노이드의 연구팀장이 되어 엄마를 전투 AI 로봇으로 되살리려 한다.

나 이사는 “물에 잠긴 세상에선 선박 해체 자재, 플라스틱 쓰레기의 재활용이 많을 거라 보고 로봇 재료도 기존 SF의 금속 대신 플라스틱을 중심으로 녹슬지 않는 알루미늄, 신소재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승리호’의 로봇 ‘업동이’는 목소리 연기한 배우 유해진의 캐릭터를 잘 살린 사례로 꼽힌다. [사진 넷플릭스]

영화 ‘승리호’의 로봇 ‘업동이’는 목소리 연기한 배우 유해진의 캐릭터를 잘 살린 사례로 꼽힌다. [사진 넷플릭스]

차별화도 고심했다. 정이는 딸을 둔 중년의 용병이란 설정을 토대로 감정선 표현에 초점을 맞췄다. 기존 SF 속 여성형 로봇이 젊은 여성의 신체를 부각한 것과 다른 지점이다.

김현주가 자신의 얼굴이 아닌 다른 로봇 캐릭터의 얼굴로 연기하는 장면에서도 그의 특징적인 입 모양, 얼굴 윤곽선 등을 최대한 남겨두고 눈의 움직임 같은 로봇 특유의 매커니즘을 살렸다. 대사를 할 때 입 모양이 맞지 않아 어색해질 만한 부분은 전투 로봇답게 입 움직임을 최소화해 보완했다. 또 눈빛 연기가 가능하도록 눈 부분 부품을 여러 개로 분리해 디자인했다.

이들은 한국 VFX 수준을 현단계로 끌어올린 계기로 ‘로보트 태권브이’ 실사화 도전 프로젝트를 꼽았다. 2010년 개봉을 목표로 국내 대표 VFX 업체 7개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다. 순제작비 약 150억원 중 VFX 비용에 60억~70억원을 투자하기로 하며 기대받았지만, 제작에 난항을 겪다 중단됐다.

정 슈퍼바이저는 “실사영화 제작은 불발됐지만, 20~30명 인원 군소업체가 흩어져있던 VFX 업계가 서로 기술력을 파악하고 합병을 통해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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