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유족 측이 노 전 대통령 관련 기록물 열람을 위한 대리인을 지정하자 정부가 제동을 걸었다. 현행 대통령기록물법 시행령상 제3자인 대리인 열람권 범위 등이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1일 대통령기록관과 노무현재단 등에 따르면 재단은 지난 1월 오상호 전 재단 사무총장을 유족을 대신할 열람 대리인으로 지정해줄 것을 대통령기록관에 요청했다. 전직 대통령 유고 이후 유족 측이 열람 대리인 지정을 요청한 건 처음이다. 대통령기록관엔 노 전 대통령 지정기록물 8만4000여건이 보관 중이다. 지난달 25일 보호 기간 15년이 만료됐다.
대통령기록관은 ‘대리인 지정 요청서’가 접수되면 15일 안에 심의를 거쳐 지정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이 절차를 밟지 않았다. 고재순 재단 사무총장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대통령기록관으로부터) 비공식적으로 ‘대리인 열람 권한 범위 등 시행령이 미비해 대리인을 지정할 수 없다. 시행령 보완 후 지정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고 사무총장은 “향후 노 전 대통령과 관련된 사료연구와 기념사업에 활용하기 위해 대리인 지정을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기록물법은 2020년 12월 개정됐다. 전직 대통령 유고 시나 의식불명으로 대리인을 지정할 수 없는 경우 민법에 따른 가족이 대리인을 추천할 수 있도록 했다. 이듬해 대통령기록물법 시행령을 고쳐 대리인 지정에 따른 ‘열람 방법’은 규정하면서 ‘열람권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하지는 않았다.
정부는 대리인 지정범위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대통령 가족이 지정한 대리인은 제3자다. (민감할 수 있는) 대통령기록물을 보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