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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램덩크·하이볼에 빠졌다…‘노 재팬’ 대신 3·1절 일본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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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에서 승객들이 일본행 비행기 탑승 수속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에서 승객들이 일본행 비행기 탑승 수속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휴가를 내고 일본 오사카(大阪)·교토(京都)로 여행을 떠난 직장인 양모(33)씨는 새삼 일본 여행 붐을 실감했다. 양씨는 “공항이나 식당 등 가는 곳마다 한국인들로 가득하더라”며 “기념품을 사러 간 오사카 시내 유명 잡화점에선 한국인들이 몰려 계산대에서 20분이나 기다렸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에도 후쿠오카(福岡)에 다녀온 그는 “엔화가 저렴한 덕에 일본을 자주 가게 됐다”며 “노 재팬(No Japan)이라는 말은 옛말이 된 것 같다. 올해 안에 한 차례 더 일본에 갈 예정”이라고 했다.

‘노 재팬’이란 2019년 7~8월 일본 정부가 소재·부품·장비 등에 대한 대(對)한국 수출 규제에 나서면서 촉발된 일본 불매운동을 말한다. 2018년 약 704만 명이었던 일본 방문객 수도 2019년 약 535만 명으로 줄었다(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월보). 그러나 코로나19로 닫혔던 국경이 지난해 다시 열리면서 일본 방문객 수는 주요국 중 가장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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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통계월보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무비자 입국을 재개한 지난해 10월 약 13만 명이던 일본 방문객 수는 지난 1월 약 58만 명으로 큰 폭으로 늘었다. 노 재팬 운동으로 매출이 반토막(2018년 1조4188억원→2019년 5746억원) 났던 한국 유니클로의 인기도 반등하고 있다. 한국 유니클로는 지난해 전년 대비 20.9% 상승한 704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21년 529억원에 불과했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1148억원으로 116.8%나 증가했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하이볼 등 일본 술이 인기를 끌면서 일본산 주류 수입량이 부쩍 늘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위스키 수입액은 전년 대비 31.4%, 일본 맥주 수입액은 전년 대비 110.7% 상승했다.

‘예스 재팬(Yes Japan)’ 현상은 문화시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월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전날(2월 28일) 기준 누적 관객 수 364만 명으로 줄곧 박스오피스 1~2위를 오르내리고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노 재팬인데 슬램덩크는 못 참는다”는 말이 밈(meme)처럼 돌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만화 캐릭터 포켓몬 스티커를 수집하려는 사람들이 경쟁적으로 포켓몬빵을 사들이면서 품절 대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념보다는 실용을 중시하는 MZ세대는 정치적인 문제와 자신의 취향에 따른 문화 소비를 구분하는 성향이 강하다”면서도 “국민 정서상 일본과 관련한 것은 늘 단기간의 변곡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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