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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걸 곳 없는 새 아파트…TV 옆·창문에 붙여 실내게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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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전국에 새로 지어진 아파트 중 국기게양대가 없는 곳이 늘고 있다. 사진은 실내에 태극기를 게양한 모습. [사진 독자]ㅍ

전국에 새로 지어진 아파트 중 국기게양대가 없는 곳이 늘고 있다. 사진은 실내에 태극기를 게양한 모습. [사진 독자]ㅍ

두 아이를 키우는 A씨는 국경일 때마다 빼놓지 않고 국기를 게양해 왔지만 2년 전 신축 아파트로 이사온 뒤로는 국기를 달지 못하고 있다. 새 아파트에 국기게양대가 없기 때문이다. A씨는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 봤는데 특별한 방법이 없다. 구축 아파트에 살 적엔 베란다에서 각 가정의 태극기를 내다보면 자긍심이 생겼는데 이런 문화가 퇴색되는 듯해 아쉽다”고 했다. A씨는 아쉬운 대로 아이들이 그린 태극기를 창문에 붙여두고 있다.

신축 아파트 중 국기게양대가 없는 곳들이 늘어나며 3·1절 등 국경일에 국기를 게양하고 싶어도 못 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국기게양대가 사라진 건 최근 타워형, 통유리식의 아파트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요즘 창호는 과거와 다르게 여닫는 기능이 아니라 조망을 더 중시하는 창문 위주로 바뀌고 있다. 특히 ‘입면분할창호’가 나오면서 문을 열어 태극기를 꽂는 것 자체가 위험한 설계들이 나오고 있다”며 “대신 설계권자의 허가에 따라 태극기를 1층 현관 등에 꽂을 수 있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입면분할창은 유리창의 상·하부가 나뉘어 아래쪽은 난간 역할을 하고 위쪽 창만 열리는 구조의 창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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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새로 지어진 아파트 중 국기게양대가 없는 곳이 늘고 있다. 사진은 실내에 태극기를 게양한 모습. [사진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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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건설 기준 등에 관한 규칙 제18조 4항은 “난간을 외부 공기가 직접 닿는 곳에 설치하는 주택의 경우, 세대마다 국기봉을 꽂을 수 있는 장치를 하나 이상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다만 “설치하기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각 동 지상 출입구에 설치할 수 있다”고 정했다. 난간이 없거나 위험하다면 국기게양대를 설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창이 반만 열리게 돼 있는 구조의 아파트에는 외부 난간 자체가 없어 국기게양대를 설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창문의 변화로 각 가정의 태극기 게양법도 바뀌고 있다. 입면분할창 구조의 집에 사는 이모(36)씨는 국경일마다 TV 옆에 태극기를 게양하고 있다. 이씨는 “원래는 혼인신고 때 동사무소에서 줬던 태극기를 실외에 게양했는데, 5년 전 게양대 없는 주상복합으로 이사온 뒤 실내용 태극기를 샀다”고 했다. 지난해 6월 역시 국기게양대가 없는 신축 아파트로 이사한 오대석(71)씨는 “국기를 창문에 테이프로 고정한다”고 했다. 태극기 모양의 자석을 현관에 붙이는 이들도 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국기의 존엄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테이프 등을 이용해 고정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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