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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하이닉스에 부품 못보낸다"…'반도체 공룡' 랜섬 쇼크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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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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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공룡 기업 MKS인스트루먼츠의 ‘랜섬웨어’ 피해가 전세계 반도체 업계로 확산하고 있다. 당분간 삼성전자·SK 하이닉스 같은 국내기업은 물론 대만 TSMC, 미국 인텔, 네덜란드 ASML 등의 글로벌 공급망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존 리 MKS 최고경영자(CEO)는 투자자들에게 “이번 공격이 진공 및 포토닉스 사업부의 주문 처리와 제품 출하에 현저한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는데, 이는 고객사에 필요한 부품을 보내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문은 반도체 업계가 코로나19 사태로 수년간 생산 차질을 빚은 이후, 새로운 어려움을 맞게 됐다고 분석했다.

MKS 측도 지난달 3일 발생한 랜섬웨어 공격으로 생산 시스템과 주요 소프트웨어 등에 피해를 입었으며, 일부 생산시설이 중단됐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까지 피해 복구가 진행 중이며, 정상화까진 수주 이상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 리 CEO는 “일부 제조·서비스 시설의 운영을 재개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레이저, 진공 시스템 등 반도체 제조 기초단계에 쓰이는 특수 부품·장비를 생산한다. 조 콰트로치 웰스파고 디렉터는 “회로 기판에 구멍을 뚫는 레이저, 게이지 및 전원 공급 부품 등을 반도체 제조사에 납품하는 업체”라고 설명했다. 통상 반도체업체들이 이 같은 특수장비는 공급업체 한곳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대체재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또 이미 코로나19 사태로 지난 2~3년간 생산·물류 지연으로 인한 부족 상황을 겪어왔다고 한다.

다행스러운 건 최근 업계가 ‘반도체 겨울’을 맞고 있다는 점이다. 수요가 줄어들며 메모리 등이 시장에서 일시적으로 공급과잉인 상황이라, 당장 생산에 차질을 빚어도 업계의 충격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콰트로치 디렉터는 “MKS의 공급 지연으로, 반도체 제조사들은 짧은 기간이라도 숨통이 트이길 희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번 사태로 세계 최대 반도체장비업체인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MAT)는 2억5000만 달러(약 3302억5000만원)의 매출손실을, 초고순도 반도체 클리닝 시스템 등을 제조하는 울트라클린홀딩스는 3000만 달러(약 395억원)의 매출손실을 예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MKS는 예정돼있던 실적발표를 미뤘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도 “연례보고서를 기한 내 제출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MKS 측은 이번 분기 최소 2억 달러(약 2634억원) 이상의 손해를 볼 것이라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손해규모가 5억 달러(약 6585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일각에선 사건이 장기화할 경우 국내 반도체 공장까지 멈춰 세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SK하이닉스 측은 “현재까지 큰 영향이 없으며,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안전재고도 있어 당분간 생산중단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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