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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벗는게 공포…초등학교 입학 전 이런 연습까지 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월 25일 오후 부산 남구 한 초등학교에서 한 학생이 마스크를 손에 쥐고 하교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월 25일 오후 부산 남구 한 초등학교에서 한 학생이 마스크를 손에 쥐고 하교하고 있다. 연합뉴스

“학교 갈 때 마스크를 벗어야 한다고 설명하니 아이가 부끄럽다고 하네요.”
2일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딸을 둔 이모(38)씨는 당황스러운 고민에 직면했다. ‘노(NO)마스크’ 입학식이 가능해졌는데 정작 아이는 좀처럼 마스크를 벗으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씨는 “유치원 3년 동안 온종일 마스크를 쓰다 보니 처음 만나는 친구들 앞에서 마스크 없이 얼굴을 드러내야 한다는 게 낯설고 부끄러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가 ‘나만 벗고 있으면 어떡하냐’고 물어서 가방에 예비 마스크를 넣어 보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어린 학생들은 어색해하지만, 마스크 없는 입학식은 학부모들에게 반가운 일이다. 이씨는 “걱정되긴 하지만, 곧 적응하지 않겠나. 아이가 코로나에 걸린 적이 있어 감염에 대한 공포는 별로 없다. 언어나 정서 발달 측면을 생각하면 학부모 입장에선 개학을 앞두고 노마스크로 전환된 게 오히려 다행”이라고 말했다.

3년 만에 다시 찾아온 노마스크 입학식을 앞둔 풍경이다. 이번 입학식은 지난 1월 30일부터 실내마스크 의무가 풀리면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또 다른 학부모 정모(39)씨는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쌍둥이 아들과 마스크 벗는 연습을 하고 있다고 했다. 정씨는 “아이들이 마스크를 벗으면 불안해해서 학교에 가기 전 미리 연습을 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 전체 소독, 칸막이 걷으며 개학 준비

개학을 사흘 앞둔 지난달 27일 충북 청주시 상당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소독전문업체 직원이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소독약을 뿌리고 있다. 연합뉴스

개학을 사흘 앞둔 지난달 27일 충북 청주시 상당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소독전문업체 직원이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소독약을 뿌리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이후 3년 만에 전국의 초·중·고교에서는 ‘애프터 코로나’ 개학 준비가 한창이다. 광주광역시의 한 중학교는 급식실 테이블마다 설치돼 있던 플라스틱 칸막이를 걷었다. 새 학기 방역지침에 따라 급식실 칸막이 설치도 ‘학교 자율’로 변경됐기 때문이다. 등교 시 전체 학생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한 발열 검사도 ‘의무’에서 ‘권고’로 낮아졌다. 등교 전 체온과 건강상태 등을 입력해야 했던 자가진단 애플리케이션도 감염 위험요인이 있는 학생만 하면 된다.

그러나, 여전히 걱정은 남아 있다. 충북의 한 초등학교는 개학을 앞둔 지난달 27일 전문업체를 불러 학교 전체를 소독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노마스크 수업에 학부모들의 감염 우려가 적지 않다”라며 “개학 전 방역 소독을 철저히 하고 개학 후 2주까지는 방역특별지원기간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했다.

불과 3년 전, 코로나가 급속도로 확산했던 2020년엔 유례없는 ‘4월 온라인 개학’이 실시됐다. 2021년엔 밀집도 제한 탓에 일부 학생들만 등교해야 했다. 지난해부터 전체 학생 등교가 실시됐지만, 자가진단·발열 검사 의무 등 제약이 많았다. 서울의 한 초등 교사는 “올해야말로 진정한 ‘정상학교’가 시작되는 것 같다”고 했다.

“개학 후 2~3주 유행 지켜보고 방역 완화 검토”

당국은 코로나19 이후 처음 맞는 노마스크 개학이 향후 완전한 엔데믹으로 전환될지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개학에 따라 환자가 다소 늘겠지만, 그 정도가 유행 수준이 될 것인지가 관건이다. 정기석 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 겸 국가감염병위기대응 자문위원회 위원장은 “당초 5월쯤 돼야 마스크 의무 완전 해제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봤는데 지금 상황이면 시기를 더 당길 수 있을 것 같다”며 “이번 3월 개학 후 2~3주까지 유행 상황을 지켜본 뒤 방역 완화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유지되고 있는 주요 방역 정책은 대중교통·감염 취약시설 내 마스크 착용 의무와 확진 시 7일 격리 의무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아이들이 자연 감염돼 면역을 획득한 비율이 90%다. 학교에서 유행이 발생하더라도 이전처럼 대규모 감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작다.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 아이들 중심으로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는 유연한 형태로 접근해도 되는 시기”라고 말했다. 이어 “완연한 유행 감소 국면이라 개학을 한다고 해도 유행이 다시 증가하진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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