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을 왜 해요?"…금융당국 '메기' 찾지만, 후보군은 '글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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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은행권 독·과점 대책 마련 지시에 금융당국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기존 대형 은행을 견제할 ‘메기’를 찾고 있지만, 후보군의 호응이 신통치 않아서다. 은행권 대안 후보로 꼽히는 핀테크 및 기존 금융사는 은행업 진출보다 규제 완화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은행보다 금융 플랫폼에 집중”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달 2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 개선 TF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달 2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 개선 TF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현재 은행권 경쟁 촉진의 방식은 ▶새 사업자 은행업 진출 ▶기존 은행 경쟁 ▶은행과 비은행 경쟁 3가지 방식이 검토된다. 특히 은행권 독·과점을 깰 후보군으로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은 핀테크 업체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금융과 정보기술(IT) 간 영업장벽을 허물어 경쟁을 촉진하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주요 핀테크 업체는 냉담한 반응이다. 국내 한 핵심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기존 인터넷 전문 은행 사이에서 틈 찾기가 힘들고, 은행업은 규제도 많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국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도 “다른 더 재미있는 사업이 많은데 은행을 할 필요가 있진 않다”고 했다.

핀테크 업체가 시큰둥한 것은 깐깐한 금융규제와 높은 진입장벽 때문이다. 과거 ‘메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인터넷 전문은행도 낮은 자금력과 규제에 막혀 고전 중이다. 실제 2019년 18개 은행의 원화 예수금과 대출금 중 5대 은행의 점유율은 각각 77%, 67%로 여전히 압도적이다. 다른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복잡한 은행업보다는 대출·보험 플랫폼 구축이 업계에 관심이 더 크다”라고 말했다.

보험·카드사, 은행보다 종지업 재추진할 듯

은행을 견제할 또 다른 후보군으로 꼽히는 보험·카드·증권사 등 비은행권 금융사도 기존 규제 완화에 더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다. 특히 지난해 추진했다 은행권 반대로 무산한 ‘종합지급결제업(종지업)’ 재추진 가능성이 거론된다. 종지업 라이센스를 획득하면, 은행을 통하지 않고 보험·카드사 등에서 계좌 개설이 가능하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은행업 진출보다 은행처럼 계좌 개설권을 가지는 게 업계의 숙원”며 “자금력에서 시중은행과 경쟁하긴 힘들어 은행업 자체는 매력적이지 않다”고 했다.

“은행 권한 분산도 검토할 것”

지난달 27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판교 카카오뱅크 본사에서 이뤄진 '은행산업 경쟁 촉진과 금융소비자 편익 제고를 위한 현장방문'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판교 카카오뱅크 본사에서 이뤄진 '은행산업 경쟁 촉진과 금융소비자 편익 제고를 위한 현장방문'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은행을 견제할 ‘메기’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 규제를 풀어 은행권의 경쟁력을 높이는 게 더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은행업은 안정성도 중요한데, 사업자를 무작정 늘리면 부실화 위험이 있다”면서 “인터넷 은행에 부과한 규제를 완화해 경쟁력을 더 키워주는 게 현실적”이라고 했다.

금융당국도 새 은행 설립뿐 아니라 다양한 방식의 은행 견제 방안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7일 인터넷 은행과 만난 자리에서 인터넷 은행 중금리 대출 공급 완화에 “적극적으로 검토할 소지 있다”며 규제 완화를 시사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단순히 새 은행 허가뿐 아니라 은행이 그동안 독점적으로 누린 다양한 권한을 경쟁하게 하는 것도 모두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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