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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에너지 엇박자에 1년째 '적자' 늪…수출 5개월 연속 줄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26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가득 쌓여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6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가득 쌓여 있다. 연합뉴스

한국의 무역이 1년째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은 또 줄어들면서 5개월 연속 역성장을 이어갔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월 수출액은 501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5% 감소했다. 수입은 554억 달러로 같은 기간 3.6% 증가했다.

수출이 줄고 수입은 늘면서 한 달간 무역수지는 53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그나마 월간 최대치를 찍은 1월(126억5000만 달러)보다 적자 폭이 줄었다. 올해 누적 무역적자는 179억6000만 달러(약 23조8000억원)로 늘었다. 지난해 전체 무역적자(477억8000만 달러)의 약 38%가 두 달 만에 쌓였다. 무역적자 행진은 지난해 3월부터 12개월째 이어지는 중이다. 이는 1995~1997년 이후 25년여 만이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한국 수출호(號)에 들어온 '빨간불'은 여전하다. 1월(-16.6%)보다 수출 감소 폭이 둔화했다지만 세부 지표는 그렇지 못하다. 2월 조업일수(지난해 20일, 올해 22일)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1년 전보다 15.9% 줄었다. 지난해 10월(-5.8%) 이후 5개월 연속 수출이 감소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 반도체 업황 악화가 계속 악재로 작용한다.

특히 반도체의 한파가 풀리지 않는다. 무역 전선을 떠받쳐온 반도체 수출은 수요 부진, 메모리 가격 하락 등으로 전년 동월 대비 42.5% 급감했다. 1월(-44.5%)에 이어 두 달째 40%대 감소율이자, 7개월 연속 역성장이다. 지난해 1분기 3.41달러였던 D램 고정가는 올 1~2월엔 1.81달러로 거의 반 토막이 났다.

반도체 수출액은 1년 전보다 약 44억 달러 줄었다. 지난달 전체 수출액 감소분(-41억 달러)을 넘어섰다. 그만큼 반도체 부진이 수출 역성장에 큰 지분을 차지하는 셈이다. 또한 철강(-9.8%)·석유화학(-18.3%)·디스플레이(-40.9%) 등 15대 주요 품목 중 9개의 수출이 줄었다.

다만 자동차 실적엔 순풍이 이어졌다. 지난달 자동차 수출액은 47.1% 늘면서 역대 월간 최고치인 56억 달러를 기록했다. 1위 품목인 반도체(59억6000만 달러)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대(對) 중국 수출도 계속 내리막길이다. 전년 동월 대비 24.2% 줄어들면서 9개월째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해 ‘2위 수출시장’인 아세안(ASEAN)으로의 수출도 16.1% 감소하며 5개월 연속 내리막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이들 지역에서의 대(對)세계 수출이 주춤하면서 한국의 반도체 등 중간재 수출 등도 함께 흔들리고 있다. 반면 미국(16.2%), 유럽연합(EU·13.2%)으로의 수출은 호조세를 보였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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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수입은 1년 전보다 3.6% 늘면서 3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됐다.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원 수입이 153억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9.7% 늘어나면서다. 원유(-0.1%), 석탄(-4.4%) 수입은 유가 하락 등으로 소폭 줄었다. 하지만 동절기 난방 등에 쓰이는 가스 수입이 73.2% 급증했다. 수출 실적이 주춤한 가운데 여전한 에너지 수입 고공행진이 무역적자를 부추긴 셈이다.

정부는 무역금융 확대, 산업 경쟁력 강화 등 무역수지 개선 총력 대응을 강조했다. 올해 수출 목표로 6850억 달러를 잡았지만, 당장 반등 요인이 보이지 않으면서 ‘물음표’가 달린 상황이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범부처 수출상황점검회의를 매월 개최하는 등 정부와 기업이 원팀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 감소와 무역적자가 이어지면 경상수지 악화 등 경제 전반에 그림자가 드리워질 수밖에 없다. 다만 정부는 수출 흐름이 '상저하고'로 점차 나아질 거란 기대를 하고 있다. 중국 경기가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로 2분기부턴 본격적으로 살아나는 것도 호재가 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이날 발표된 중국의 지난달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2.6으로 10년10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 경제가 좋아지면 수출 회복엔 도움이 되겠지만, 글로벌 경기가 워낙 안 좋아 상반기 내로 수출 전체가 반등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는 그동안 기업이 버틸 수 있게 투자·세제 지원과 무역금융 확대, 규제 개선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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