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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 장사' 한국만 그런게 아니다…세계 각국 은행들도 역풍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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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3일 윤석열 대통령은 고금리로 인한 예대마진으로 역대 최대의 수익을 올린 은행들의 돈잔치에 대해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사진은 지난 10일 전북도청에서 열린 제3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 참석해 모두 발언을 하던 윤 대통령의 모습. 사진 대통령실

지난달 13일 윤석열 대통령은 고금리로 인한 예대마진으로 역대 최대의 수익을 올린 은행들의 돈잔치에 대해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사진은 지난 10일 전북도청에서 열린 제3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 참석해 모두 발언을 하던 윤 대통령의 모습. 사진 대통령실

고금리 상황에서 과도한 ‘이자 장사’로 수익을 올린 은행을 향한 비판이 한국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각국 정부와 규제당국은 ‘예대마진(예금‧대출 금리차)’ 축소를 압박하고 나섰다.

블룸버그는 예대마진으로 큰 이익을 얻은 은행들이 최근 들어 역풍을 맞고 있다고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각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잡으려 긴축의 고삐를 죄는 동안 은행은 대출 금리를 올리고, 예금금리는 제자리걸음 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호주 4대 은행 중 2곳은 온라인 저축 계좌에 연 0.85%의 예금금리를 준다. 호주 기준금리(3.35%)와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5%)에 크게 못 미친다. 영국 역시 즉시 인출 가능한 계좌의 예금 금리가 0.55%부터 시작해 영국 기준금리(4%)보다 훨씬 낮다.

에이드리언 오어 뉴질랜드 중앙은행 총재는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금리는 매우 빨리 올린 데 비해 예금 금리는 천천히 올려 이익을 떠받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높은 예금금리는 저축을 장려해 인플레이션 압력을 제거하는 중요 요인”이라고 짚었다.

정치적 발언과 규제 등 당국의 압박은 은행권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예컨대 최근 짐 차머스 호주 재무장관은 은행권 예대금리차 문제를 조사하라고 소비자 단체에 촉구했다. 이 발언이 나온 지 이틀 만에 호주 은행 4곳 중 3곳이 예금금리를 평소보다 큰 폭으로 인상했다.

이어 한국도 한 사례로 언급됐다. 블룸버그는 “한국의 금융 규제 당국은 은행 금리와 은행가 보너스를 검토하겠다고 공언했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의 ‘돈잔치(money feast)’를 비판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한국의 1월 가계대출 금리는 20개월 만에 처음으로 전월 대비 하락했는데, 시장 금리가 떨어진 가운데 대출금리를 낮추라는 금융당국의 압박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됐다.

시장에선 정부와 당국의 압박에 대한 반박 의견도 나온다. 휴 다이브 아틀라스 펀드 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는 “팬데믹 동안 은행에 쌓인 현금이 많기 때문에 고객에게 높은 금리를 제공해 예금을 유치할 유인이 거의 없다”고 짚었다.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예대금리차 확대는 은행들이 시장 논리에 따라 이익을 추구하는 방식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일각에선 은행의 ‘돈잔치’가 결국 은행에 손해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고객의 신뢰를 잃어 지속가능한 수익 추구가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마크 윌리엄스 보스턴대학 교수는 “은행이 높은 금리를 예금자들과 공유하지 않으면서 고객의 지속적인 호의를 얻을 기회를 놓쳤다”고 봤다. 안젤라 갈로 런던 베이즈 경영대학원 교수도 “은행들이 지금은 수익 향상을 누리고 있지만 더 많은 예금자를 잃는 대가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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