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리틀 푸틴' 벨라루스 대통령, 中국빈 방문…시진핑 "냉전사고 버려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공항에서 환영을 받고 있다. 벨라루스 대통령실 홈페이지 캡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공항에서 환영을 받고 있다. 벨라루스 대통령실 홈페이지 캡처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동맹을 자처한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중국을 국빈방문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회담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일체의 냉전적 사고를 버리고 각국의 합리적 안보 우려를 존중하며 지속 가능한 유럽 안보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어 “관련 국가는 세계 경제의 정치화, 도구화를 중단하고 진정으로 정전과 평화적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의 이 같은 발언은 러시아에 대한 지원을 막기 위해 연일 대중 압박 수위를 높여가는 미국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달 28일 중국을 방문한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날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 주석과 만났다. 오는 2일까지 중국에 머무를 계획이다.

중국과 벨라루스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창이던 지난해 9월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양국 관계를 격상했다. 이어 1994년부터 장기 집권 중인 루카셴코 대통령이 약 20년 만에 중국을 국빈방문한 것이다. 앞서 벨라루스 대통령실은 “루카셴코 대통령과 시 주석은 깊이 있고 확장된 형태의 회담을 할 계획”이라며 “양국 간 무역·경제·투자 협력은 물론 대규모 공동 사업의 구현과 오늘날 가장 심각한 국제적 도전에 대한 대응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심각한 국제적 도전’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됐다.

이와 관련 미국 CNN 방송은 “중국이 푸틴의 맹방인 루카셴코에게 레드카펫을 깔아 주며 환대했다”며 “이번 방중은 미국 측이 중국의 러시아 지원에 대해 경고를 하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라고 보도했다. 국빈방문은 국가 원수급의 방문 가운데 최고 수준의 예우를 제공하는 형식이다. 통상 의장대 사열과 국빈 만찬이 포함되며 초청국에서 비용을 부담한다. 중국 측은 마자오쉬(馬朝旭) 중국 외교부 부부장을 영접 인사로 내보냈다.

루카셴코 대통령의 이번 방중은 미국을 겨냥한 반(反) 서방 전선 공조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 벨라루스는 이미 서방의 제재 대상에 올라 있다.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FP=연합뉴스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FP=연합뉴스

최근 미국은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지원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대중 경고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이에 중국은 “우크라이나에 총·칼을 넘겨주는 건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라면서도 우크라이나·러시아 양측에 조속한 휴전을 촉구하는 ‘우크라이나 평화 계획안’을 발표하며 여론 진화를 시도했다. 단 미국과 서방 국가들은 “알맹이가 없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루카셴코 대통령은 “중국 없이는 어떠한 국제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며 중국 중재자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는 방중을 앞두고 중국 신화통신과 만나 “최근 중국의 발표는 중국의 평화적 외교 정책의 한 예시”라며 “세계에 깊은 영향을 미칠 새롭고 독창적인 움직임”이라고 극찬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시 주석에 대해서도 “그는 나의 오랜 친구”라며 “현명하고 창의적인 지도자”라고 치켜세웠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사설을 통해 벨라루스를 “철의 형제”로 묘사하며 화답했다. 사설은 “서방 일부 매체는 벨라루스를 러시아의 ‘작은 동맹국’으로 묘사하고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하고 있다”며 “이는 벨라루스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1994년 7월부터 다섯 차례 정권을 연장한 루카셴코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중·러에 확실한 우군 이미지를 심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방중에 앞선 지난달 17일에는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지난 23일 유엔총회에서 제출된 러시아 비판 결의안에 대해 벨라루스는 북한·시리아와 함께 반대표를 던졌다. 이 표결에서 중국과 인도는 기권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번 방중을 통해 중국의 자국 투자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벨라루스는 중국의 서진(西進) 전략인 일대일로 사업에 가장 먼저 뛰어든 국가로 꼽힌다. 시 주석이 벨라루스를 “실크로드 경제 벨트의 진주”라고 표현했다. 중국과 벨라루스는 지난해 9월 우즈베키스탄에서 개최된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에서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양국 관계를 격상했다. 신화통신은 지난해 양국 교역액이 전년 대비 33% 증가한 50억 7990만 달러(약 6조 7308억원)라고 전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