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마음, 알 수 없어 답답하신가요? 물어봐도 속 시원히 말해주지 않는 아이에게 hello!Parents가 도화지를 건넸습니다. 그림에 담긴 아이의 목소리를 들어보기 위해서요. 30년 경력의 미술치료 전문가 김선현 교수가 섬세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그림 속 아이 마음을 들여다봤습니다.
✉️그림의 주인공, 성훈이의 사연
커다란 뱀이 금방이라도 달려들 기세입니다. 무서운 뱀의 눈과 혀가 노리는 건 작은 쥐. 천적 앞에 선 연약한 미물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보입니다. 아래로 말린 꼬리에서 두려움을 느낄 수 있죠.

만 9세 성훈이가 그린 그림. 아이는 뱀, 쥐와 관련해 상상한 이야기도 들려줬다.
이 그림은 만 9세 남자아이 성훈이(가명)가 그렸습니다. 성훈이는 또래보다 의젓하고 성숙하단 말을 듣습니다. 속상해도 시끄럽게 울거나 떼쓴 적이 없습니다. 대신 조용히 울면서 화를 참곤 하죠. 엄마가 작은 잘못이라도 지적할라치면 ‘내가 (그렇게) 이상한 사람이야?’라며 울먹입니다. 엄마는 차라리 성훈이가 대들며 반항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든다고 합니다. 이렇게 심리적으로 위축된 탓인지, 친구들과 어울리기도 쉽지 않다고 해요.
성훈이 엄마는 아이의 이런 모습에 걱정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사실 2년 전 엄마가 우울증을 앓았거든요. 투병 중인 아이 할머니를 간호하다 얻은 병이었습니다. 자살 시도를 할 만큼 엄마의 상태는 좋지 않았죠. 엄마는 이제 시댁과 왕래하지 않고요. 이로 인해 한때 남편과 사이도 좋지 않았습니다. 가족의 아픈 과거 때문에 아이가 마음의 상처를 입은 건 아닌지, 엄마는 그게 걱정입니다.
엄마는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성훈이의 속마음이 궁금합니다. 혹시 성훈이가 마음의 상처를 받아 여전히 아파하고 있다면 도와주고 싶습니다. hello!Parents가 운영하는 『김선현의 그림으로 하는 마음 상담』의 문을 두드린 이유입니다. 상담은 지난달 24일 줌을 통해 진행됐습니다.

그래픽=박정민 디자이너 park.jeongmin@joongang.co.kr
현실에 대한 불안이 느껴져요. 뱀 앞에서 꼼짝 못 하는 쥐처럼요. 그렇다고 절망하지 마세요. 역경을 극복하려는 의지도 분명하니까요.
성훈이의 그림과 사연을 접한 김선현 교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림으로 나타난 아이의 마음은 위태롭지만 그림의 상황을 설명하는 성훈이의 이야기 속에 희망이 보인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