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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적 경북마저 '딸바보 세상'...출생성비 104.7명 역대 최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출생아 중 남자아이 비중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아들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줄고, 이른바 ‘딸 바보’ 부모가 늘면서 ‘남아 선호 사상’은 이제 옛말이 되고 있다.

1일 통계청의 2022년 출생ㆍ사망통계(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성비’는 104.7명으로 전년보다 0.4명 감소했다. 지난해 여자아이 100명당 남자아이가 104.7명 태어났다는 얘기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는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1970년 이후 1977년(104.2명)ㆍ1973년(104.6명)를 제외하곤 가장 낮은 수치다. 1970년대에는 태아 성감별이나 인공임신중절(낙태)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아들을 낳기 위한 성감별ㆍ낙태가 늘면서 출생성비는 1990년 116.5명까지 치솟기도 했다. 1990년대 성비 불균형이 심각해 향후 사회 문제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1994년 정부는 인위적인 태아 성감별을 금지했다.

출생성비는 103∼107명을 정상범위로 본다. 1990년대 110명대였던 출생성비는 2000년대로 접어들며 110명 아래로 내려왔다. 2000년대 초중반에는 108명 안팎이었으나 2007년 106.2명으로 내려오며 정상범위에 들어섰다.

지난해에는 총 출생성비뿐 아니라 첫째아ㆍ둘째아ㆍ셋째아 이상으로 나눠 본 출생순위별 출생성비도 모두 정상범위 안이었다. 첫째아 출생성비는 104.8명으로 전년보다는 0.5명 줄었고, 둘째아 출생성비는 104.6명으로 전년과 동일했다.

특히 셋째아 이상의 출생성비가 전년보다 1.1명 감소해 통계 집계 이래 최저치인 105.4명을 기록했다. 이른바 ‘대(代)를 잇는다’는 통념에 따라 남아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그간 셋째아 이상의 출생성비는 첫째아보다 훨씬 높았다. 실제 1993년에는 셋째아 이상의 출생성비가 209.7명에 달했고, 2000년에는 그보단 덜했지만 143.6명으로 여전히 정상 범위를 훨씬 벗어났다. 시대가 바뀌면서 아들을 볼 때까지 아이를 낳는 일도 과거보다 크게 줄어든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에서 유교 문화가 가장 강한 곳으로 꼽히는 경북의 출생성비 변화는 상징적이다. 1990년 경북의 출생성비는 130.6명으로 전국 최고였다. 하지만 2021년 출생성비는 102.8명으로 전국 평균(105.1명)을 밑돌뿐더러, 17개 광역 지자체 가운데 4번째로 낮았다.(2022년 지자체별 출생성비는 미발표)

임영일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과거에 비해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향상됐고, 무엇보다 요즘 젊은이들은 과거처럼 대를 잇는 것에 가치를 두지 않고 있다”라며 “한국의 출생성비는 앞으로도 계속 정상범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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