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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덕의 중국 경제 이야기] 중국의 ‘인재 보너스’에 주목해야 할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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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덕 차이나랩 선임기자

한우덕 차이나랩 선임기자

중국, 세계 넘버 투 경제 대국이다. GDP 1등인 미국의 약 77%까지 추격했다. 전대미문의 비약적 성장이다. 무엇이 중국의 성장을 가져왔는가.

필자는 딱 두 가지로 축약한다. 첫째는 인구다. 14억 인구는 어느 다른 나라도 넘볼 수 없는 노동력을 산출했고, 지갑을 불린 노동자들은 시장을 만들었다. 또 다른 하나는 공산당이다. 중국 공산당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며 성장을 이끌었다.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했고, 시장을 적절히 관리하면서 경제 규모를 키웠다.

오늘 그 첫 번째 요소인 인구 얘기해 보자(공산당 얘기는 나중에 다룰 기회가 있을 것이다).

인구 보너스
‘人口红利(인구홍리, 런커우훙리)’

중국인들이 자국 인구 상황을 말할 때 항상 쓰는 표현이다. 우리 말로는 흔히 ‘인구 보너스’로 번역된다. 보다 정확하게는 ‘인구 배당(Demographic dividend)’이라는 표현이 맞다. ‘노동인구가 노령인구를 크게 웃돌아 경제에 활력을 가져다주는 효과’로 해석된다.

중국도 그랬다. 개혁개방 초기, 중국이 가진 것이라고는 ‘지천으로 깔린’ 사람뿐이었다. 덩샤오핑은 ‘중국에 노동력 널려 있으니 와 공장 세워라’라며 주변국을 끌어들였다. 홍콩과 대만, 싱가포르, 그리고 한국과 일본이 뛰어들었다.

인구 보너스의 위력이 십분 발휘된 건 2001년 WTO(세계무역기구) 가입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건 딱 하나. 약 5억 명 정도의 노동력이 어느 날 갑자기 서방 경제 시스템에 편입됐다는 것이다. 중국 노동자들이 만든 제품은 미국 월마트 매장을 채웠고, 유럽 뒷골목 전통 시장을 파고들었다. 그렇게 중국은 세계 공장이 됐다.

달러가 중국으로 몰렸고 노동자들의 지갑도 부풀었다. 시장이 형성된 것이다. 2009년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 생산국이자 최대 시장으로 부상했다. 미국은 1907년 제너럴 포드가 승용차 ‘T모델’을 내놓은 후 처음으로 ‘세계 최대 자동차 생산국’ 지위에서 내려와야 했다.

그렇게 중국 인구는 ‘노동력’과 ‘구매력’의 형태로 중국 경제를 이끌어왔다. 대단한 ‘보너스’다.

보너스의 상실
14억 1175만 명.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2022년 중국 인구다. 전년 대비 85만 명 줄었다. 대약진 운동으로 아사(餓死) 자가 발생했던 1961년 이후 첫 마이너스 성장이다. ‘세계 최대 인구 대국’이라는 타이틀을 올해 인도에 내줘야 할 판이다.

이를 두고 요즘 서방 언론이 난리다. ‘중국 시대의 종말’이라는 등의 분석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이해가 간다. 어떤 경제 정책도 인구감소에 의한 경제 위축은 피해 갈 수 없기 때문이다. ‘잃어버린 세월’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일본 경제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한국 역시 그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중국의 인구 감소 뉴스는 지난해 GDP 성장률과 겹치면서 ‘중국 폭망론’으로 번졌다. 작년 중국의 GDP 성장률은 3%. 당초 목표치였던 5.5%를 크게 밑돌았다. 서방 언론은 “중국이 2030년쯤 미국을 추월한다는 것은 점점 신기루가 되어가고 있다”며 “인구감소는 중국 경제의 탄력성을 크게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월스트리트저널).

중국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중앙정부(국무원)는 지방정부에 ‘출산율 제고를 위한 특단의 조치를 시행하라’고 다그치고 있다. 쓰촨(四川)성의 경우 미혼모에게도 자녀 출생 신고를 허용키로 했다는 보도다. ‘아이 더 낳기 운동’이라도 벌일 판이다.

인재 보너스
‘人才红利(인재홍리, 런차이훙리)’

중국 인구학자들이 자주 쓰는 말이다. 우리 말로는 ‘인재 보너스’다. 인재가 경제 활력을 가져다준다는 뜻이다. 인구가 노동의 양적 개념이었다면 인재는 품질을 말하고 있다.

임가공 시대 인구는 단순노동력이었다. 시골에서 올라와 도시 공장에서 일하는 ‘농민공(農民工)’이 주류였다. 그러나 중국도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면서 필요로 하는 인재 속성이 달라졌다. 힘과 시간으로 일하는 단순노동력 말고 우주항공, 배터리, 5G, AI, 로봇 등 첨단 분야에서 일할 고급 노동 수요가 늘었다는 얘기다.

이 분야에 인재가 적절히 공급된다면 산업은 고도화되고, 경제는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중진국 함정’을 돌파하는 길이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중국 노동력은 어느 정도 고급화되었을까.

가장 쉬운 통계로는 역시 대학 졸업생이다. 중국은 지난해 처음으로 대학 졸업생 수가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올 학년도에는 1158만 명에 이를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중국이 WTO에 가입한 해였던 2001년(약 115만 명)보다 10배 정도 늘어난 수준이다. 전반적으로 볼 때 노동의 질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얘기가 된다.

농민공과 대졸 노동자의 생산성이 같을 리 없다. 이 차이가 중국 산업을 더 고도화시키고, ‘중진국 함정’의 늪으로 빠져드는 것을 막고 있다는 게 중국 학자들의 주장이다.

대학 교육 수준은 어떨까. 

영국의 고등교육평가기관인 THE의 2022년 조사에 따르면 아시아 최고 대학은 칭화대, 베이징대였다. 이 지역 Top20 대학 중 8개가 중국 대학이었다. 홍콩까지 포함하면 12개다. 한국은 4개에 불과한 실정. 중국 대학이 양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 대학이 강한 게 이공계 분야다. 이 분야 논문이 말해준다.

중국은 2018~2020년 자연과학 분야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상위 1% 논문’을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다(영국 조사업체 클래리베이트 통계). 중국은 4744편으로 4330편이었던 미국을 앞질렀다. 주목도 상위 10% 논문도 중국이 4만 6352건으로 미국(3만 6680건)을 능가했다.

중국의 ‘과학 굴기’가 차츰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인구의 감소가 중국 경제에 장기적으로 타격을 줄 요소임은 분명하다. 인구 노령화 역시 부담이다. 그러나 ‘인구 감소와 함께 중국 굴기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는 단선적 분석은 오히려 중국의 힘을 과소평가할 수 있다. 중국 학자들이 주장하는 ‘인재 보너스’를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할 이유다.

한우덕 차이나랩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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