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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세 '30년치 합계'보다 많다니…'취득세 대혼란' 무슨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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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 기자 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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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 사는 김 모 씨는 지난 1월 서울 송파구 아파트를 사기 위해 계약했다. 자식들이 거주할 집이다. 그동안 가격이 부담스러워 미루다 이전 최고가에서 5억원 넘게 하락해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취득세 완화 개정 국회 통과 무산 #공약했던 1주택자 완화도 무소식 #부담 낮춘 보유세와 불균형 심해 #거래세 인하로 거래 문턱 낮춰야

2주택자가 돼 세금이 늘겠지만 정부의 세제 완화로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올해부터 2주택자 종합부동산세 중과가 폐지되고, 취득세도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해서다. 그런데 잔금 지급을 앞두고 걱정이 생겼다. 정부가 발표한 취득세 완화를 담은 관련 법 개정안이 2월 국회에서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 발표대로라면 500만원 이하일 세금을 기존처럼 1200만원 넘게 내야 할 판이다. 김 씨는 “정부의 세제 완화를 기대하고 집값이 많이 내려갔을 때 사려고 한 것이었는데 엉뚱하게 취득세 폭탄을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폭 줄어드는 보유세에 비해 여전히 무거운 취득세가 얼어붙은 주택 매매 거래를 늘리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아파트 단지. 뉴시스

대폭 줄어드는 보유세에 비해 여전히 무거운 취득세가 얼어붙은 주택 매매 거래를 늘리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아파트 단지. 뉴시스

국회 통과 안 돼 취득세 기존대로     

거래가 얼어붙은 주택시장의 온도를 높일 취득세 완화가 오리무중이다. 정부의 다주택자 취득세 완화 방침이 국회에서 발목이 잡혔다. 윤석열 대통령 공약에서 다주택자 중과 완화보다 앞자리를 차지했던 1주택자 취득세는 정부가 손도 대지 않고 있다. 윤 정부에서 보유세 완화는 많이 진척됐지만, 취득세는 여전해 거래세·보유세 간 격차가 커지며 시장 진입을 막는 장벽이 되었다.

안장원 부동산선임기자

안장원 부동산선임기자

정부는 지난해 12월 21일 올해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를 완화하겠다고 했다. 거래량이 2021년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한 주택시장의 문턱을 낮추려는 목적이었다.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 세율을 8%에서 기본세율(1~3%)로 낮추고, 3주택 이상 세율(8~12%)을 절반(4~6%)으로 낮추기로 했다. 1주택자가 추가로 조정대상지역 내 거래가격 6억원 이하 전용 85㎡ 초과를 살 때 가장 많은 혜택을 본다. 농어촌특별세 등을 합친 세율이 9%에서 1.3%로 내려가며 세금이 최대 5400만원에서 780만원으로 90% 가까이 줄어든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정부는 세제 완화 효과를 앞당기기 위해 발표일인 지난해 12월 21일 이후 잔금 지급분부터 소급해 적용하고 올해 2월 국회에서 관련 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국회에서 야당의 반대에 부닥쳐 2월 국회 처리가 무산됐다. 앞으로 통과 여부가 불확실하고, 설사 통과하더라도 세율 인하 폭이 줄어들 수 있다.

다주택자보다 1주택자 더 홀대?

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개정안 통과 전까지는 우선 기존 세율대로 세금을 내야 한다. 통과 이후 바뀐 법에 따라 세금을 환급받을 수 있다. 정부가 발표한 내용보다 인하 폭이 줄면 그만큼만 돌려받는다. 가능성이 커 보이진 않지만 만약 개정안 통과가 이뤄지지 않으면 정부 발표가 ‘공수표’가 된다. 김종필 세무사는 “정부 발표를 믿고 집을 샀다가 아직 변함없는 취득세에 난감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무주택자가 집을 사거나 기존 집에서 다른 집으로 갈아타면서 발생하는 1주택자 매매는 주택 거래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1주택자 취득세 완화는 시작도 하지 않았다. 이는 윤 대통령이 다주택자 중과 완화보다 우선한 공약이다. 1주택자 세율을 단일화하거나 세율 구간을 단순화하겠다고 내용이다. 특히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의 경우 취득세를 면제하거나 1% 단일세율을 적용한다.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 완화는 취득세 공약 마지막에 들어가 있었다.

1주택자는 세제 완화에서 홀대받는 기분이다. 정부가 추진해온 취득세·양도세·종부세 완화가 다주택자 우선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취임하는 날 양도세 다주택자 중과를 중지했고, 지난해 이후 완화된 종부세도 다주택자 세금 감면 폭이 더 크다.

이런 마당에 거래 시장과 별 상관 없는 별장 취득세는 준다. 과거 사치성 재산으로 불린 별장의 중과 폐지가 지난달 27일 국회를 통과하며 가장 먼저 시행에 들어간다. 중과 폐지로 세율이 12%에서 기본세율(1~3%)로 내려가며 세금이 대폭 줄어든다.

보유세·취득세 차이 5배에서 20배로

취득세가 그대로 유지되면서 지난 문재인 정부 때와 반대로 보유세(재산세·종부세)와 거래세(취득세) 간 균형이 거래세 쪽으로 확 기울었다. 세금 계산 기준인 공시가격이 현실화율(시세반영률) 조정으로 내려가고, 공시가격 중 세금 계산에 반영하는 비율인 공정시장가액 비율과 세율도 인하되면서, 보유세는 2020년 이전 수준으로 내려가고 집값 대비 세금 비율도 확 떨어졌다. 하지만 취득세는 세율에 변함이 없어 문 정부 수준 그대로다.

10억원 주택을 매수하는 데 들어가는 1주택자 취득세가 3300만원으로 30년 치 재산세보다 더 많아지게 됐다. 10억원 주택의 공시가격을 7억원으로 보면 한해 재산세는 100만원 정도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무주택자가 조정대상 지역에서 10억 원짜리 주택 두 채를 사면 취득세가 1억원이 넘는다. 재산세·종부세를 합친 보유세는 500만원 정도다. 2년 전 문 정부 때는 1600만원 정도였다. 보유세와 취득세 차이가 5배에서 20배로 뛴 것이다.

높은 과속방지턱을 없애고 가파른 경사도를 낮춰야 차량이 속도를 내며 도로 교통이 원활해지지 않겠는가. 이달부터 다주택자로 확대한 주택 대출 완화도 거래 비용 감소와 맞물려야 거래 회복 효과를 높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