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랩] 성장주 투자
‘돈나무 언니’의 부활이다. 캐서린(캐시) 우드 아크 인베스트 최고경영자(CEO)가 굴리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지난달 최고의 월간 수익률을 기록했다. 아크 인베스트의 대표 상품인 아크 이노베이션 ETF의 1월 수익률은 27.8%. 2014년 펀드 출시 이후 최고 월간 수익률이었다.
사실 캐시 우드는 지난해 마음고생을 꽤 했다. 2020년 152.8%까지 치솟았던 펀드 수익률이 고강도 긴축 여파로 지난해 -60.4% 하락한 탓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투자자 설득을 위해 한국까지 직접 달려오기도 했다.
캐시 우드를 소환한 이유는 미국 금리 인상이 예상보다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며 성장주 중심의 투자에 또다시 고개를 갸웃하게 돼서다. 이럴 때 ‘성장주의 무덤’이던 지난해 성장주를 더 사모았던 그의 ‘청개구리 투자’ 전략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달 16일 아크 이노베이션 ETF 구성 종목을 보면 현재 테슬라(10.44%)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이 종목의 수익률은 사실상 ‘폭망’에 가까웠다. 우드는 지난해 폭망한 종목을 되레 ‘줍줍’(줍고 또 줍는다)했다.
우드는 지난해 11월 말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도달한 것 같다. 이것이 우리의 전략이 지난 1년 반~2년 동안 두들겨맞은 이유라면 반대 시나리오에선 우리가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추측할 수 있다”고 밝혔다. 캐시 우드의 역발상 투자는 현재까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9일 해당 펀드에 가입했다면 지난달 16일 기준 수익률은 29%다. 이 기간 코인베이스(42.6%)와 테슬라(13.8%)가 오른 덕이다. CNBC에 따르면 캐시 우드는 혁신 기업의 시장 가치가 지난해 13조 달러에서 2030년까지 연평균 40% 성장해 200조 달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그가 간과한 것이 있다. 그가 말한 ‘금리 정점’이 좀처럼 다가오지 않고 있는 것.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이어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오름폭이 컸다. PPI는 전달보다 0.7% 오르며 지난해 6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 폭을 기록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 고위 인사들도 공공연히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지난달 16일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0.5%포인트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은 성장주에 치명적이다. 박소연 신영증권 투자전략부장은 “미국의 1월 CPI·PPI 수치를 보면 인플레이션이 더 떨어지기보다 현 수준에서 굳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미국이나 한국이 연내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기대가 불발되며 성장주 투자는 이른 감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렇다고 성장주 투자에 손 놓고 있기도 찜찜하다. 지난달처럼 성장주의 ‘깜짝 랠리’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개별 주식에 대한 매수 타이밍을 잡기 힘들 땐 ETF를 통한 분산투자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승원 미래에셋자산운용 ETF 마케팅 본부장은 “미국의 금리 피벗(Pivot·방향 전환)이 조금 연기되더라도 기술력을 가진 기업에 대한 선별적 투자가 유효해지는 시기라고 판단된다. 미국 주식이 선행적으로 먼저 움직이기 때문에 S&P500 지수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안정적이며, 기술주 비중이 높은 나스닥 100이나 미국 테크 톱10 등 기술주 비중이 높은 ETF를 추천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