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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유일한 욕심은 레퍼토리 확장이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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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김봄소리는 항상 자신감 넘치는 비결에 대해 “연습을 제대로 안 했을 때도 스스로 깨닫는 게 중요하다. 스스로 좋아하지 않는다면 연주자의 길을 걸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의 열정적인 연주 모습을 장노출 사진으로 촬영했다. 권혁재 사진전문 기자

김봄소리는 항상 자신감 넘치는 비결에 대해 “연습을 제대로 안 했을 때도 스스로 깨닫는 게 중요하다. 스스로 좋아하지 않는다면 연주자의 길을 걸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의 열정적인 연주 모습을 장노출 사진으로 촬영했다. 권혁재 사진전문 기자

“평소에 뭐든 잘 먹는 편이에요. 요즘에는 장어구이가 맛있더라구요. 독일에선 삼겹살이 싸거든요. 베를린 집에서 구워 먹죠. 사이클 선수 출신 개인코치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는데 운동을 엄청 시켜요. 비행기 탈 때 덜 피곤한 팁도 알려주고요. 바이올리니스트는 하체가 중요하다며 집중훈련도 받았죠.”

만나면 기를 빼앗는 사람이 있고 반대로 기운을 나눠주는 사람도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33)는 후자다. 늘 밝고 에너지가 넘치는 그를 지난 달 24일 만났다. 건강관리 비결을 묻자 돌아온 답이었다.

2016년 몬트리올 콩쿠르와 비에니아프스키 콩쿠르에서 연속 준우승하며 ‘콩쿠르 사냥꾼’으로 불렸던 그는 ‘콩쿠르 졸업’ 후 한결 원숙해진 모습이었다. 이틀 전인 22일, 2005년 쇼팽 콩쿠르 우승자 라파우 블레하츠와 서울 예술의전당 전관 개관 30주년 기념 듀오 콘서트를 치렀다. 블레하츠와는 2019년 듀오 앨범을 내놓은 바 있다. 앨범 발매 당시 영국 그라모폰지는 “직선적이고 열정적이다. 마호가니 색채의 저음현과 달콤한 종처럼 노래하는 고음현이 대조를 이룬다”고 평했다.

김봄소리는 2016년 비에니아프스키 콩쿠르가 끝난 뒤 라파우로부터 e메일을 받았다고 했다. 만나기 전엔 “성격을 모르니 진공상태 같은 무결점 연주가 떠올라 무섭게 느껴졌다”고 했다.

“하지만 막상 만나보니 천사가 따로 없더군요. 라파우는 신기할 정도로 아날로그적인 사람이에요.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데,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성당에 들러 미사를 드렸대요. 연주회 끝나고 밤늦게 고깃집에 갔는데 사순절이라고 김치랑 도토리묵만 먹더군요.”

김봄소리(왼쪽)와 피아니스트 라파우 블레하츠. [사진 예술의전당, Harald Hoffmann]

김봄소리(왼쪽)와 피아니스트 라파우 블레하츠. [사진 예술의전당, Harald Hoffmann]

김봄소리는 인터뷰 이후 영국으로 건너가 옥스퍼드 필하모닉의 빈·에센 투어에 동행한다. 9월 산투 마티아스 루발리가 지휘하는 라디오프랑스필과 파리 데뷔, 런던 BBC프롬스 데뷔에 이어 할리우드볼에서 LA필 협연,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헤바우 데뷔 등이 예정돼 있다.

여름에는 2019년부터 참가해온 독일 라인가우 페스티벌 무대에 선다. 올해는 베토벤 소나타 전곡을 독일 피아니스트 파비안 뮐러와 연주한다. 그는 지난해 야프 판 즈베던이 지휘하는 뉴욕 필과 다섯 차례 파크 콘서트에서 협연하며 5만 뉴요커를 열광시켰다. 판 즈베던과는 올해 서울시향 협연이 예정돼 있다.

“판 즈베던은 바이올리니스트 출신이라 긴장됐었는데 편하기도 해요. 오케스트라를 기가 막히게 다루더군요. 귀가 정말 좋아요. 야외인데도 실내처럼 소리가 들리게 지휘해요.”

녹음 일정도 빼곡하다. 2021년 2월 그는 대표적인 클래식 레이블인 도이치그라모폰(DG)과 전속계약했다.

“2020년 말 DG의 ‘버추얼 콘서트’ ‘음악의 순간’ 시리즈 비디오 녹화를 위해 라파우 블레하츠와 연주했어요. 녹화가 끝나고 저녁 식사 때 사장님과 프로듀서가 계약서를 들고 오셨어요. 꿈만 같았죠. DG는 연주자들에게는 바이블 같아요. 자신들의 목록을 확장할 거시적인 레퍼토리를 좋아해요.”

DG와 계약한 이후 브로츠와프 필하모닉과 ‘바이올린 온 스테이지’ 앨범을 냈고, 파비오 루이지가 지휘한 덴마크 국립오케스트라와 녹음한 닐센 바이올린 협주곡이 오는 6월 발매된다.

“닐센 교향곡 전곡 음반에 들어가는 연주예요. 파비오 루이지가 제게 ‘이 협주곡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얘기하더군요. 거장인데도 솔직하고 음악만 생각하는 분이에요. 다음 음반 계획은 아직 비밀인데 협주곡 두 곡이 담겨요. 올해 녹음할 예정입니다.”

매사에 긍정적인 에너지가 어디서 나오는 거냐고 묻자 김봄소리는 “부모님이 방목형이어서 편하게 자랐기 때문인 것 같다. 어릴 때부터 늘 자신감이 있었다. 스스로 좋아하지 않는다면 이 길은 안 걷는 게 낫다. 열정이 있어야 기쁨도 느낀다”고 답했다.

그는 “레퍼토리를 많이 늘리는 것이 유일한 욕심”이라고 말했다. “2021년 모차르트 협주곡 전곡 연주를 하고 나니 보이는 게 달라졌다. 확장되는 느낌”이라며 “30대 안에 바흐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 베토벤 소나타 전곡연주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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