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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배우들 따라하기 싫어, 고양이 영상 보며 럼텀터거 연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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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뮤지컬 ‘캣츠’에서 반항아 고양이 ‘럼텀터거’ 역할을 맡은 영국 출신의 배우 잭 댄슨. 데뷔 3년 차 신인이다. [사진 에스앤코]

뮤지컬 ‘캣츠’에서 반항아 고양이 ‘럼텀터거’ 역할을 맡은 영국 출신의 배우 잭 댄슨. 데뷔 3년 차 신인이다. [사진 에스앤코]

뮤지컬 ‘캣츠’의 인기 캐릭터 ‘반항아 고양이 럼텀터거’는 고양이계의 아이돌이다. “럼텀터거는 호기심이 많지”로 시작하는 흥겨운 테마곡과 화려한 골반 춤은 터거의 트레이드 마크. 터거가 등장하면 암고양이들은 모두 하던 일을 멈추고 그에게 시선을 집중한다.

지난해 12월부터 오는 12일까지 3개월여 동안 계속되는 ‘캣츠’ 오리지널 내한 공연에서 럼텀터거 역할을 맡은 영국 출신 배우 잭 댄슨(24)은 런던 웨스트엔드 데뷔 3년 차 신인이다. 2021년 뮤지컬 ‘맘마미아!’에서 주인공 소피의 약혼자 스카이 역할로 데뷔한 뒤 2년 만에 럼텀터거로 발탁됐다. 신인임에도 관능적인 춤과 뛰어난 가창력으로 ‘호기심 많은 고양이 럼텀터거’ 넘버를 소화해내며 한국 뮤지컬팬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지난달 2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그는 “다른 배우를 따라 하고 싶지 않아 기존 배우들의 럼텀터거 연기 영상을 하나도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신 “종일 실제 고양이 영상을 보며 사뿐한 몸짓과 표정을 따라 했다”고 밝혔다. ‘캣츠’는 마술사 고양이, 부자 고양이, 악당 고양이 등 다양한 배경의 26마리 고양이가 천상의 세계에서 새 삶을 부여받기를 기다린다는 이야기다. 스토리라인이 단순한 만큼 배우들이 얼마나 고양이스러운 연기를 펼치는지가 관전 포인트다.

뮤지컬 ‘캣츠’에서 반항아 고양이 ‘럼텀터거’ 역할을 맡은 영국 출신의 배우 잭 댄슨. 데뷔 3년 차 신인이다. 우상조 기자

뮤지컬 ‘캣츠’에서 반항아 고양이 ‘럼텀터거’ 역할을 맡은 영국 출신의 배우 잭 댄슨. 데뷔 3년 차 신인이다. 우상조 기자

이런 특성 때문에 배우들은 독특한 방식으로 훈련한다. 특정 대사나 안무를 익히기 전에 ‘고양이 되는 법’을 깨치는 것이 먼저라고 한다. 댄슨은 “보통 뮤지컬 연습을 할 때 대본 리딩으로 시작해 노래와 춤을 익히지만 ‘캣츠’는 그런 순서를 따르지 않는다”며 “일단 연습을 시작하면 한동안 배우들이 고양이가 되어 장난치면서 무리를 지어 어울리는 ‘플레이타임’을 가진다”고 했다. 플레이타임은 말 그대로 “고양이로 노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다. “네 발로 사뿐하게 걷는 법을 익히면서 고양이의 시선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댄슨은 럼텀터거를 연기하면서 “캐릭터를 마음껏 변주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고 말했다. “‘캣츠’는 배우들이 고양이로 변신하는 뮤지컬인 만큼 얼마나 연기가 자연스러운지, 얼마나 고양이와 비슷한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연출진이 배우에게 캐릭터 해석을 전적으로 맡기는 편”이라면서 “지금껏 럼텀터거를 맡은 배우들이 섹시함, 반항아 기질, 카사노바 같은 면모 등을 강조했다면 잭 댄슨의 버전은 ‘자신감’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3개월 동안 같은 캐릭터를 연기했지만 늘 새로운 기분”이라고 했다. “매일 밤 관객들의 리액션이 다르기 때문에 그에 맞춰 즉흥연기를 하게 된다. 차분한 관객들에게 동요를 일으키기 위해 더 큰 몸짓을 보여주기도 하고 호응이 좋은 관객을 무대 위로 데려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터거는 ‘반항아 고양이’지만 배우 잭 댄슨은 모범생이다. 지난해 12월 김해에서 시작된 공연이 3개월 동안 세종·부산·서울로 이어지는 동안 주 6일 무대 위에 서면서 한 번도 컨디션 저조 등을 이유로 대역 배우를 쓰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편집이나 재촬영 없이 오로지 라이브 연기로 승부한다는 점이 뮤지컬의 매력”이라며 “같은 공연이지만 매번 관객이 달라지고 연기도 달라지기 때문에 긴장을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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