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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메모리 이달에만 2조 적자"…최악의 반도체 보릿고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삼성전자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메모리 사업에서 이달에 2조원대 영업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어 닥친 ‘반도체 한파’에 최근 20년래 최악의 실적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는 올 1~2월 3조원가량의 영업적자를 기록(추정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원한 복수의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내부에서 1분기 메모리 사업에서 최대 4조원의 손실이 날 수 있다는 보고가 올라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나마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 수익을 내고 있지만, 아직은 규모가 작아 메모리 사업의 대규모 적자를 감당할 수준은 아니다. 현재로썬 반도체(DS) 부문에서 1분기에 2조원 이상 영업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실적의 대부분을 메모리에 의존하는 SK하이닉스는 더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올 1분기 4조원대 적자를 기록할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7% 줄어든 2700억원에 그쳤다. SK하이닉스는 1조7012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지난 1월 반도체 수출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과 수요 감소가 겹치면서 지난해 동기 대비해 44.5% 급감했다.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은 올 들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D램 시세인 PC용 D램 범용 제품(DDR4 8Gb)의 평균 고정거래 가격은 이달 1.81달러로, 4년 전(6.74달러)보다 4분의 1 수준이다.

눈앞엔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D램 가격은 올해 1분기 20%, 2분기 11% 추가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낸드플래시 역시 같은 기간 각각 10%, 3% 떨어질 전망이다. D램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에만 34% 급락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여기에다 미국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내 메모리 생산‧투자에 규제를 강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여건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에서 낸드플래시의 40%를, SK하이닉스는 D램의 50%·낸드의 20%를 생산하고 있다. 공정 전환 타이밍을 놓칠 경우 막대한 손해가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에서 올 1분기에 최근 20년 중 가장 최악의 ‘어닝쇼크(실적 충격)’가 현실화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사업에서 연간 적자를 기록한 것은 1990년대를 제외하면 2001년과 2008년밖에 없다. 2001년 4분기 정보기술(IT) 버블이 붕괴한 후 반도체에서 2120억원의 적자를 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4분기에는 69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7일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찾아 패키지 라인을 둘러보고 반도체 사업 전략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7일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찾아 패키지 라인을 둘러보고 반도체 사업 전략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업체별로 ‘혹독한 겨울’에 대한 대응 방향은 차이가 난다. 글로벌 ‘D램 3강 구도’에서 2‧3위인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은 인위적 감산을 공식화하며 공급 축소 신호를 보내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는 뚜렷한 인위적 감산 없이 정면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중장기 수요에 대비하고 반도체 기술 경쟁력과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당장의 손실은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시설투자와 연구개발 투자액을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엔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20조원을 차입하기도 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반도체 사이클이 과거보다 짧아지고, 인공지능‧빅데이터‧클라우드 등 신산업에서 수요가 급증할 수 있다는 것이 기대 요소다. 여전히 메모리 반도체는 전체 반도체 제품별 시장 규모에서 로직 반도체를 제치고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27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한 ‘MWC2023’에서 기자들과 만나 반도체 불황과 관련해 “사이클이 짧아졌으니까 곧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차세대 D램 DDR5 같은 게임체인저가 등장하는 등 기존 메모리 반도체의 개념이 바뀌고, 더욱 확장되는 추세”라면서 “지금은 고성능·고용량 메모리 개발에 사활을 걸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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