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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은 무시전략....친명 지도부가 "치사·졸렬" 비명계 때렸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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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압도적 부결' 예상을 깨고 범민주당에서 37명의 이탈표가 나왔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8일 이에 직접 대응하기 보다 ‘무시 전략’을 택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은평구 수색초등학교를 찾아 학교 급식노동자 폐암 진단 필요성을 촉구했다. 지난주 미리 잡은 일정을 그대로 소화한 것이다. 그는 동행한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위생모를 비뚤게 쓴 모습을 가리키며 “스타일이 거의 반 불량인데”라는 농담을 건네는 등 짐짓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학교 급식실 노동자 폐암 진단과 관련해 서울 은평구 수색초등학교를 방문해 조리실을 둘러보고 있다. 이 대표는 자신의 체포동의안이 박빙 부결된 다음 날인 이날도 계획된 일정을 변경하지 않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업무를 수행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학교 급식실 노동자 폐암 진단과 관련해 서울 은평구 수색초등학교를 방문해 조리실을 둘러보고 있다. 이 대표는 자신의 체포동의안이 박빙 부결된 다음 날인 이날도 계획된 일정을 변경하지 않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업무를 수행했다. 뉴스1

공개 일정인 탓에 취재진이 대거 몰려들었다. 기자들은 ‘거취 표명을 할 건가’, ‘이탈표 색출에 나선 지지자에 자제 요청할 건가’ 등의 질문을 쏟아냈다. 이 대표는 9개의 질의에 별다른 표정 없이 침묵했다. 대신 “이재명을 잡느냐 못 잡느냐 이런 문제보다는, 우리 물가도 잡고 경제도 개선하고 사람들의 삶도 낫게 만드는 문제에 많이 관심 가지시기 바란다”고 훈수했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미래사무부총장(왼쪽)은 28일 페이스북에 “앞에서는 부결을 외치고, 뒤로는 가결과 무효표를 조직했다”며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에 이탈표를 던진 민주당 의원들을 맹비난했다. 사진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한창이던 2021년 7월 당시 대변인이던 김 부총장과 이 대표가 대화를 나누는 모습. 연합뉴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미래사무부총장(왼쪽)은 28일 페이스북에 “앞에서는 부결을 외치고, 뒤로는 가결과 무효표를 조직했다”며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에 이탈표를 던진 민주당 의원들을 맹비난했다. 사진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한창이던 2021년 7월 당시 대변인이던 김 부총장과 이 대표가 대화를 나누는 모습. 연합뉴스

이 대표가 침묵하는 사이 역공에 나선 건 친명계 지도부였다. 김남국 민주당 미래사무부총장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어제 표결은 당원들과 국민의 절박한 호소를 외면한 것”이라며 “사실상 민주적 절차에 따라 선출된 당대표를 실력행사를 통해서 끌어내리겠다는 선언이었다”고 적었다. 이어 비명계를 겨냥해 “앞에서는 부결을 외치고, 뒤로는 가결과 무효표를 조직했다”며 “체포동의안 처리를 무기로 ‘공천권 보장’을 거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친명계도 가세했다. 지도부 소속 한 수도권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비명계가 조직적으로 움직여 기권표와 무효표를 끌어냈다”며 “치사하고 졸렬하다. 뒤통수친 행위는 언젠가 책임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친명계 핵심 의원은 “당내 상황이 분명해지니 오히려 잘됐다. 이 대표는 앞으로 당당하게 행동하면 된다”고 말했다.

전날 민주당 지도부는 국회 본회의 체포동의안 표결 직후 이 대표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며 ‘37명 이탈’의 원인을 분석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선 구체적인 비명계 의원 이름을 거명하며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자기들끼리 모여 회의도 하고 전화를 돌렸다”는 취지의 얘기를 주고받았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이번 비명계의 책동은 선을 넘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비공개 고위전략회의 참석차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로 들어서고 있다. 이 대표와 당 지도부 의원들이 가진 전날 만찬 자리에서는 비이재명계 의원들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졌다고 한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비공개 고위전략회의 참석차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로 들어서고 있다. 이 대표와 당 지도부 의원들이 가진 전날 만찬 자리에서는 비이재명계 의원들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졌다고 한다. 뉴스1

친명 지도부가 ‘강경 노선’으로 택하며 반격에 나서자 비명계는 일단 관망 모드를 취했다. 한 수도권 비명계 의원은 “앞으로의 상황은 철저하게 이 대표의 선택에 달린 것”이라며 “그 전에 특별히 뭘 요구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고, 또 다른 비명계 재선 의원도 “우리가 삼삼오오 얘기하지, 어디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조직력이라도 갖췄느냐”며 “일단 이 대표의 후속 조치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비명계 일각에선 발언 수위를 높였다. 5선의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이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겉에 나온 숫자는 빙산의 일각이다. 물밑에 있는 얼음덩어리가 더 크지 않겠나”라며 “당을 우려하고 걱정하는 분위기가 상당히 형성되어 있다”고 말했다. 친문계 재선 의원도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당장 어떤 액션을 취할 생각이 없으니 내부 논쟁이 꽤 길어질 것”이라면서도 “6월전까지 어떤 흐름이 생기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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