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예상보다 많은 ‘찬성’표가 나오자 검찰은 추가 영장청구 카드를 놓고 고심 중이다.
28일 검찰 등에 따르면 이 대표의 대장동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3부는 이 대표를 이르면 다음 주에 불구속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각에선 이번 체포동의안과 같은 내용의 구속영장을 바로 재청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천화동인 1호 지분 428억원 약정설 등 대장동 사건의 나머지 의혹들에 대한 추가 증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동일한 사안으로 재청구하기는 어렵다는 기류가 지배적이라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는 생물이기 때문에 잔여 사건에서 갑작스러운 변화가 생긴다면 기존 영장 내용으로 재청구를 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다”면서도 “아직은 유의미한 변화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체포동의안이 상정된 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천장을 바라보고 있다. 김경록 기자
쌍방울? 백현동? 두 사건을 묶어서?
검찰은 이 대표가 연루된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백현동 개발비리 의혹 ▶천화동인 1호 지분 약정 및 정·관계로비 의혹 ▶정자동 호텔 특혜 의혹 등의 수사 상황을 점검해 추가 영장청구 전략을 마련할 방침이다.
수원지검이 수사 중인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은 상수(常數)다. 쌍방울그룹이 이 대표의 ‘방북 비용’ 수백만 달러를 북한에 보낸 의혹에 대해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 주요 피의자들이 혐의를 인정하고 있다. 진술을 거부하고 있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만 태도를 바꾸면 검찰의 칼날이 바로 이 대표로 향할 수 있다.
자연녹지를 한꺼번에 4단계 상향해 준주거지역으로 용도변경 해주고 50m 옹벽 아파트를 허가했다는 백현동 개발비리 의혹도 추가 영장청구가 가능한 사건이다. 이 경우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과 묶어 함께 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된다. 배임 혐의인 백현동 사건과 제3자 뇌물 혐의인 대북송금 사건을 묶어, 기존 영장의 대장동 사건(배임)과 성남FC 사건(제3자 뇌물)의 구조를 그대로 따라간다는 복안이다.
백현동 사건은 경찰 수사 단계부터 검찰과 조율한 뒤 송치했기 때문에 수사가 상당히 진행돼 있다는 점도 유리하다. 수사 속도를 조절하는 방법으로 다른 사건과 묶어 영장을 청구하기가 수월하다는 얘기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진행 정도를 봤을 때 백현동 사건 관련해선 이 대표를 이른 시일 내에 소환조사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물론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과 백현동 사건에 대한 영장을 따로 청구할 수도 있지만, 영장 발부 기준 중 하나인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했을 때 녹록지 않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대장동 재판 시작하면 이 대표 부정여론 높아질 것”
이밖에 수사 상황을 지켜보다가 대장동, 성남FC, 쌍방울 대북송금, 백현동 사건에 대한 영장을 한꺼번에 청구하는 방안도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428억원 약정 의혹 등 이번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담지 못한 대장동 잔여 사건 수사를 끝낸 뒤 이 대표의 모든 의혹을 묶어 청구한다는 명분도 있다.
하지만 대장동 사건의 키맨인 김만배씨가 여전히 진술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로썬 가능성이 작아 보인다. 부장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검찰이 막연하게 김만배씨 태도 변화만 기다리기보다, 차라리 대장동 사건을 재판에 넘겨 다양한 증언과 증거가 국민 앞에 그대로 드러나도록 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판을 통해 이 대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아지면, 추가로 영장을 청구했을 때 야당 의원들에 대한 무언의 압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자동 호텔 특혜 의혹도 변수다. 다만 이 사건은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영장청구 ‘경우의 수’ 집계에선 일단 제외돼 있다는 후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체포동의안 결과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검찰도 검토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쌍방울 대북송금, 백현동 등 각 사건의 수사 진행 상황과 결과를 보고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