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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한국 말참견 용납 못해”…박진 ‘대만 발언’ 뒤늦은 반발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4일 대만 외교부가 박진 외교장관의 대만해협 관련 발언에 환영을 밝힌 입장문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대만외교부홈페이지 캡처

지난 24일 대만 외교부가 박진 외교장관의 대만해협 관련 발언에 환영을 밝힌 입장문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대만외교부홈페이지 캡처

중국 외교부가 대만해협 유사시 한반도 안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박진 외교부 장관의 발언을 두고 “말참견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반발하는 등 연이틀 강경한 반응을 보였다. 대만 외교부는 앞서 박 장관의 같은 발언에 대해 “진심으로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혀 서로 대조를 이뤘다.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8일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대만문제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은 공인된 국제관계의 기본 준칙이자 중국이 모든 국가와 외교 관계를 수립하고 발전하는 기초”라며 “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역설했다. 마오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 땐 “대만 문제는 중국의 내정이다. 타인의 말참견을 용납하지 않는다(不容他人置喙·불용타인치훼)”면서 “만일 한국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지킬 필요가 있다면 중국의 주권과 영토 보존을 존중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엄수하며, 대만 문제를 신중하게 처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말참견’을 뜻하는 ‘불용치훼’ 표현은 28일엔 등장하지 않았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 중국외교부 홈페이지 캡처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 중국외교부 홈페이지 캡처

박진 장관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보도된 CNN 인터뷰에서 대만 문제와 관련해 “한국은 무력에 의한 일방적인 현 상태 변경에 반대한다”며 “이 같은 관점에서 우리는 대만 해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다면, 우리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유지해야 한다. 이는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마오 대변인의 ‘불용치훼’ 발언은 중국 관영 동방위성TV 기자가 박 장관의 대만 언급에 대한 논평을 요구하자 나왔다.

“우리는 무엇을 하라 말라 들을 필요가 없다(we do not need to be told what should or should not be done)”로 공식 번역한 ‘불용치훼’ 표현이 중국 외교부를 통해 나온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21년 8월 홍콩 법원이 홍콩 국가보안법을 적용한 첫 유죄판결에 독일 등 서방국가가 우려를 표시하자 중국 외교부는 “범죄자를 엄정 처리한 것은 불변의 진리이자 말참견을 용납 못 한다”며 이 표현을 썼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보도된 미국 CNN과 박진 외교장관 인터뷰 장면. CNN 캡처

지난 22일(현지시간) 보도된 미국 CNN과 박진 외교장관 인터뷰 장면. CNN 캡처

중국 외교부가 박 장관의 발언 닷새 만에 ‘말참견’ 운운하며 연이틀 반발한 데는 대만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CNN 보도 다음 날인 24일 대만 외교부 아시아동태평양사(司·국)는 홈페이지에 “박 장관의 발언에 긍정을 표하며 진심으로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대만 외교부는 “중국이 무력을 사용해 대만을 ‘통일’하면 한국에 직접적인 충격을 조성할 것”이라며 박 장관 발언을 인용했지만 박 장관은 해당 인터뷰에서 중국과 ‘통일’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대만은 최근 북한이 탄도 미사일을 발사할 때마다 강한 어조로 비난 성명을 발표해 북한을 두둔하는 중국 외교부와 대조를 보인다. 지난 20일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당일 대만 외교부는 북한을 규탄하는 성명을 내고 “대만과 한국은 인도·태평양 민주 진영의 구성원이자 공산 독재정권의 무력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의 각종 무력 위협과 도발 행위를 계속 주목하며 이념이 비슷한 국가와 협력해 한반도의 평화 번영과 비핵화를 함께 촉진하고 권위주의의 확장과 침략을 막고 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 질서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자유와 개방, 안정과 번영을 수호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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