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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앞다퉈 자동차 울타리 겹겹이…K자동차·배터리 살길은

중앙일보

입력

북경현대차(BHMC)는 판매하고 있는 미스트라. 북경현대차는 지난해 전기차 미스트라를 223대 판매했다. 사진 북경현대차

북경현대차(BHMC)는 판매하고 있는 미스트라. 북경현대차는 지난해 전기차 미스트라를 223대 판매했다. 사진 북경현대차

중국과 미국이 경쟁적으로 자국 자동차 산업 보호 방안을 내놓고 있다. 세계 1·2위 자동차 내수 시장을 가진 나라가 울타리를 두껍게 두르면서 수출 효자인 ‘K-자동차’가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중국 공업정보화부(공신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최근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체계 구축과 핵심 소재·부품 공급망 확보, 전기차 스마트팩토리 지원 등이 담긴 ‘신에너지차(車) 산업 강화 계획’을 내놨다.

자동차 업계는 이에 대해 전기차 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자신감과 자국 업체의 경쟁력 강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한다. 중국 정부는 지난 14년간 지속하던 전기차 제조사에 대한 보조금을 올 초 전격 폐지했다. 정부 지원 없이도 시장이 홀로 설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 내 신에너지차 판매량은 600만 대를 넘었다.

더 쉽게 말하면 ‘부모 품에서 떠나라’고 한 건데 이달 들어선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 한수진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테슬라를 필두로 샤오펑 등 다수 업체가 가격 인하에 나서면서 전체 판매량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눈여겨볼 건 전기차 핵심 소재 확보와 스마트공장 지원으로 중국 정부의 정책이 전환된다는 사실이다. 익명을 원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생산에서 규모의 경제를 이뤘다는 계산이 깔린 것 같다”며 “중국 1위 BYD 등이 글로벌 시장에 뛰어들기에 앞서 체질을 강화하는 차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중국 정부는 또 자국 기업에 대해 ‘글로벌 기업을 상대로 맞서라’는 메시지를 내놨다. 공신부는 “테슬라가 가격을 인하하고 벤츠·BMW·아우디 등이 전기차 시장에 본격 진출하고 있다”며 “(중국) 토종 업체는 경영과 기술 혁신, 제품 경쟁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여기에 더해 미국을 견제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배터리 핵심 소재와 차량용 반도체 확보 방안이 대표적인 예다.

미국도 자국 자동차 산업 키우기에 가속 페달을 밟는 중이다. 조 바이든 정부는 다음 달 말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부 규정을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IRA에 따르면, 미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을 받으려면 배터리 원료와 부품에 북미산 제품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해야 한다. 최종 조립도 북미에서 해야 한다. 국내 자동차 및 배터리 기업이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는 처지다. 반면 포드·GM 등 미국 기업은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1월 이도훈 외교부 2차관(오른쪽)과 호세 페르난데스 미 국무부 경제성장·에너지·환경차관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양자 협의에 대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이날 협의에서 양국 경제 외교 담당 차관은 공급망, 기술 협력,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내 한국산 전기차 차별 문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 연합뉴스

지난 1월 이도훈 외교부 2차관(오른쪽)과 호세 페르난데스 미 국무부 경제성장·에너지·환경차관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양자 협의에 대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이날 협의에서 양국 경제 외교 담당 차관은 공급망, 기술 협력,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내 한국산 전기차 차별 문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 연합뉴스

현대차그룹 등 국내 기업의 고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중국 시장에서 친환경차로 발 빠르게 전환하지 못한 건 현대차의 고민거리다. 베이징현대차(BHMC)는 지난 한해 전기차 미스트라를 223대 판매하는 데 그쳤다. 투싼 하이브리드 판매량은 439대이었다. 미국에서 테슬라·포드에 이어 3위를 기록하며 선전하고 있지만, IRA 세부 규정에 언제든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제언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자동차 메이커의 상품 경쟁력 확보는 물론 정부의 외교적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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