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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만 하면 무효표 없는데…전자투표 두고 '수기' 고수한 野속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본인의 체포동의안 부결 결과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본인의 체포동의안 부결 결과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2표 무효 소동’ 등 2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은 결과뿐 아니라 투표 방식도 눈길을 끌었다. 무기명 전자투표가 아니라 수기투표인 터라 개표가 지연되는 등 혼선이 빚어졌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같은 수기투표를 줄곧 요구한 건 바로 민주당이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8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 체포안 투표 방식과 관련해 민주당에 ‘전자투표로 하자’고 제안했지만, 동의를 받지 못했다”며 “수기투표에서는 ‘가’(가결)라고 쓰고 점을 찍거나, 동그라미를 치게 되면 무효표가 된다. 그렇게 되면 (가결을 추진한) 우리 당이 2~3표 정도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전자투표를 제안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뤄진 이재명 민주당 대표 체포안 개표 과정 중 여야 감표 위원들이 투표용지 분류 과정에서 알아보기 어려운 글자가 적힌 투표용지 2개의 무효표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뤄진 이재명 민주당 대표 체포안 개표 과정 중 여야 감표 위원들이 투표용지 분류 과정에서 알아보기 어려운 글자가 적힌 투표용지 2개의 무효표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법 112조 9항에 따르면 국회의원 체포안은 수기투표가 우선이다. 다만 여야 합의에 따라 전자투표를 할 수 있다. 이 대표 직전 세차례 체포안 표결에선 전자투표 방식이었다. 하지만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민의힘이 전자투표를 제안했지만 원칙은 수기투표라는 점을 우리 쪽에서 설명했다”며 “여야 합의가 안되다 보니 수기투표로 진행됐고, 국민의힘도 이를 수용했다”고 전했다.

수기투표는 의원이 1인 기표소에 들어가 투표용지에 직접 ‘가’·‘可’(가결), ‘부’·‘否’(부결)를 써낸다. 한글·한자를 잘못 적거나 불필요한 점·기호를 적어 무효표가 발생하는 일이 잦다.

반면 전자투표는 의원이 1인 기표소에서 터치스크린에 ‘가결’, ‘부결’, ‘기권’을 손가락으로 터치하기 때문에 무효표가 나올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 지난해 12월 28일 노웅래 민주당 의원 체포동의안에선 전자투표로 진행됐고 무효표는 0표였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 체포안에 대한 요청 이유를 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 체포안에 대한 요청 이유를 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 체포안에선 무효표가 11표였다. 가결 139표, 부결 138표, 기권 9표로 체포안 동의 요건(가결 149표 이상)을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이에 여권에서는 “무효표 11표 중 수기로 잘못 적은 가결표가 10명 정도 있었을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민주당 관계자는 “인사에 관한 건은 신중히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단순히 버튼을 누르는 전자투표보다는 직접 가·부를 쓰는 수기투표가 적합하다”며 “이번에 나온 무효표가 가결과 부결 중 어떤 표인지 알기도 어렵다”고 반박했다.

21대 국회에서 체포동의안 투표는 모두 다섯 차례 있었다. 이중 이상직 전 민주당 의원(2021년 4월), 정찬민 국민의힘 의원(2021년 9월), 노웅래 민주당 의원(지난해 12월) 체포안은 전자투표 방식이었다. 이상직 전 의원과 정찬민 의원 체포안은 가결됐다. 수기투표는 이 대표 건과 정정순 전 민주당 의원(2020년 10월) 건 등 두 건이었다.

투표방식 문제가 논란이 되자 민주당은 28일 밤 원내대변인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민주당이 이 대표 체포안을 수기투표로 하자고 했다는 국민의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며 “민주당은 전자투표가 좋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지만, 오히려국민의힘이 수기투표를 고수했다”고 반박했다. 반면 국민의힘 측은 “민주당이 거짓 주장을 펴는 것”이라며 진실 공방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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