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내 불쾌한 신체접촉…누군 유죄, 누군 무죄인 이유

  • 카드 발행 일시2023.03.01

당신의 사건 7. ‘불쾌한 신체접촉’인데 ‘강제추행’ 아니라고?

◦ 지하철 2호선 전동차에서 피해자 옆자리에 앉아 가방 뒤로 숨긴 손을 뻗어 피해자의 가슴 아래 갈비뼈 부분을 만졌다.→징역 8개월(2022년 6월 서울중앙지법) 

◦ 동인천행 급행 전동차 안에서 성명 불상의 피해자의 엉덩이에 왼손을 가져다 댔다.→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2022년 10월 인천지법)

◦ 수인분당선 전동차 안에서 피해자 옆을 지나가면서 오른쪽 엉덩이를 움켜잡았다.→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2022년 9월 안산지원)

지하철 내 강제추행은 무겁게 처벌받는 범죄입니다. 많은 이가 이용하는 공간에서 빈번히 성추행이 벌어진다면 안심하고 나다닐 수가 없겠죠. 위 사례에서 보듯 신체 부위에 손이 닿은 정도의 행위도 일단 강제추행이 인정될 경우 실형이 선고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신체접촉이 강제추행이 되는 건 아닙니다. 고의(성적 의도)가 인정되지 않으면 그 접촉은 폭행 같은 다른 죄가 될지언정 강제추행은 인정되지 않을 수 있어요.

요즘 같은 때(2018년 대법원이 ‘성인지 감수성’을 명시적으로 언급한 이래 성범죄로 무죄를 받기란 어려운 일이 됐습니다) 법원이 선고유예도 아닌 무죄를 선고한, 극히 예외적인 사례를 통해 강제추행의 고의란 무엇인지 〈당신의 법정〉에서 살펴보겠습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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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 질문!

불쾌한 신체 접촉은 언제 강제추행이 되나요?

📖 관련 법령은? 

용어사전형법상 강제추행죄

제298조: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피고인 소주혁(가명)은 신도림역을 향해 가는 지하철 2호선 전동차 안에서 A씨에게 다가가 왼손을 갑자기 움켜쥐어 강제로 추행하였다.’ 검찰이 주혁씨를 재판에 넘기며 쓴 이 말만 보면 앞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례들과 다를 바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지난해 9월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그날로 가 봅시다. 회사원인 주혁씨는 연차를 쓰고 친구들과 낮부터 술을 마셨습니다. 이후 주혁씨의 행적이 확인된 건 오후 9시20분쯤. 서초역에서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범칙금 납부를 통보받은 것입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역에서 어떤 커플이 싸우는데 남자가 여자를 때리려고 하기에 말리려던 거라는데, 출동한 경찰은 주혁씨가 불안감을 조성했다며 범칙금을 뗍니다.

문제의 사건은 30분 뒤 신림역에서 벌어집니다. 지하철을 다시 탄 주혁씨가 남자친구와 나란히 앉아 있던 A씨에게 다가가더니 별안간 “떨어지라” “뭐 하는 거냐”며 둘의 손을 떼어낸 것. A씨 커플로선 황당하고 기가 막힐 노릇이죠. A씨는 후에 경찰에서 “레깅스를 입고 있어 표적이 됐나 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만취한 주혁씨의 주장은 A씨 커플이 아까 서초역에서 싸우던 커플로 보였다는 겁니다. 폭력적인 남자와 손을 잡고 있는 여성을 내가 말려줘야겠단 착각을 했고, 확인도 하지 않고 냅다 실행에 옮겨버렸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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