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희귀종 '뿔쇠오리' 해친 죄...마라도 '길냥이' 섬 밖 퇴출당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고양이 구조팀이 포획 후 섬 밖으로

지난 24일 마라도에서 발견된 뿔쇠오리 사체. 사진 제주야생동물연구센터

지난 24일 마라도에서 발견된 뿔쇠오리 사체. 사진 제주야생동물연구센터

천연기념물인 뿔쇠오리를 해친다는 지적을 받아온 길고양이가 국토 최남단 마라도에서 퇴출당한다. 마라도 길고양이는 해마다 2~5월 이 섬을 찾는 국제희귀종 철새 뿔쇠오리를 사냥해 대책 마련이 요구됐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이르면 다음 달 2일 마라도 길고양이를 섬 밖으로 내보내기로 결정했다고 28일 밝혔다. 지난 27일 섬으로 들어간 유산본부 고양이 구조팀은 3월 1일부터 길고양이 포획작업에 나선다. 앞서 지난 17일에는 문화재청과 동물보호단체·수의사 등과 마라도를 방문해 길고양이 반출 관련 주민 의견을 들었다.

주민 90명인데 고양이는 최대 110마리 추정 

마라도 고양이. 사진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마라도 고양이. 사진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마라도에 서식 중인 길고양이 숫자는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주민 등 진술에 따르면 최대 110마리로 알려졌다. 10여년 전 주민이 쥐를 잡겠다고 몇 마리를 들여온 이후 개체 수가 늘었다. 하지만 제주대 모니터링 조사팀은 최근 마라도 천연보호구역에 60~70마리가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마라도에는 현재 주민 9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유산본부 포획팀은 주민에게 고양이 포획 작업 계획을 설명하고, 작업이 끝날 때까지 뿔쇠오리가 서식하는 마라도 동쪽 절벽 부근에서 야간 예찰 활동을 한다. 기상 상태가 양호하면 2일 별도 바지선을 통해 포획한 고양이를 섬 밖으로 이동시킬 예정이다. 주민이 키우기 원하는 고양이는 반출 대상에서 제외한다. 포획팀은 고양이를 일단 철망(케이지)으로 잡고, 마취총은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고양이가 도망가면 쫓아가 손으로 잡을 계획이다.

마라도 밖으로 보낸 고양이는 제주도 세계유산본부가 별도로 마련한 시설에서 보호·관리한다. 제주대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건강검진을 한 뒤 건강에 이상이 있으면 치료 후 이 시설로 옮긴다.

고영만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장은 “올해 마라도에서 죽은 뿔쇠오리 4마리가 발견되는 등 매년 사체가 발견되고 있다”며 “문화재청·동물보호단체와 함께 뿔쇠오리가 고양이가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한 결과, 길고양이를 이송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동물보호단체인 '철새와 고양이 보호대책촉구전국행동'은 지난 21일 제주도청 앞에서 “문화재청과 제주도는 마라도 고양이 몰살 위협을 중단하고 보호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 단체는 “뿔쇠오리는 고양이가 접근하기 어려운 절벽 틈 사이에 알을 낳고 부화해 까치·매·쥐 공격에 취약해 고양이와 무관하다”며 반출에 반대했다.

반면 한국조류보호협회는 “고양이는 뿔쇠오리를 잡으면 날개 부위와 가슴뼈를 제외하고 모두 먹는 습성이 있다”며 “마라도에서 발견된 뿔쇠오리 사체를 볼 때 고양이 소행인 것 같다”고 반박했다.

세계 6000마리 희귀종...매년 사체 발견 

제주 마라도 앞바다 물위에 떠 있는 뿔쇠오리. 사진 한국조류보호협회 제주도지회

제주 마라도 앞바다 물위에 떠 있는 뿔쇠오리. 사진 한국조류보호협회 제주도지회

뿔쇠오리는 전 세계적으로 5000~6000마리밖에 남지 않은 멸종위기 야생동물(2급)이다. 한국과 일본, 태평양 섬 일부에 서식한다. 2005년 천연기념물 450호로 지정돼 보호 중이다. 한국에서는 1983년 전남 신안군 가거도 내 구굴도에서 번식이 확인된 후 독도·마라도에서 주로 보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