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학과 전원 등록 포기 사태…정부는 8곳 540억 쏟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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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4월 당선인 신분으로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내 나노종합기술원을 방문, 반도체 연구 현장을 둘러보던 중 반도체 웨이퍼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4월 당선인 신분으로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내 나노종합기술원을 방문, 반도체 연구 현장을 둘러보던 중 반도체 웨이퍼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반도체 특성화대학 8곳을 선정해 올해 540억원을 지원한다. 이들 대학에서 매년 400명 이상의 반도체 우수 인재를 배출하겠다는 목표다. 하지만 의대와 '인 서울' 대학 쏠림 현상이 심해지면서 우수 학생을 지역 반도체 학과로 유도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대학·연합체 8곳, 올해 540억 지원

교육부는 28일 ‘반도체 특성화대학 재정지원 기본계획’을 내놓고 반도체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을 4년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5월까지 공모를 거쳐 개별 대학 5곳(수도권 2곳·비수도권 3곳)과 대학연합체 3곳(수도권 1개·비수도권 2개)을 선정한다. 선정된 8곳에는 올해 540억원을 지원하고 이후 3년간 지원금은 관계부처 논의를 거쳐 지급한다.

교육부는 각 학교의 반도체 관련 학과 신설 계획이나 특성화 교육과정 운영 계획, 인프라 구축 계획 등을 보고 지원 대상을 선정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과 신설이 필수 조건은 아니다”면서도 “신설 학과가 없으면 융합전공이나 트랙 연계 등 대학별 인재 양성 방식을 구체적으로 소명하면 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번에 선정된 특성화대학마다 매년 50명 이상의 반도체 인재가 배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에는 추가 선정할 가능성도 있다.

반도체 드라이브에도…“우수인재는 의대 갈것”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딜라이트에 전시된 반도체웨이퍼. 뉴스1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딜라이트에 전시된 반도체웨이퍼.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반도체 인재를 강조하면서 교육부는 지난해 7월 '반도체 인재 양성 방안'을 내놨다. 당시 교육부는 2031년 반도체 산업 인력이 30만4000명까지 필요하다고 예측하면서 향후 10년 간 15만명 이상의 인력을 키우겠다고 했다. 업계에선 연간 1500명 신규 인력이 필요하지만 한 해 반도체 학과 졸업생은 650여명에 불과하다.

대학들은 반도체 정원을 늘리고 있다. 서울대는 2024학년도 신입생 모집 전형에서 시스템반도체공학 전공을 신설해 57명을 선발하겠다는 정원 조정 계획안을 교육부에 제출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서울대처럼 2024학년도 입시에서 증원을 신청한 반도체 학과 정원은 1500명 선”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학가에서는 의대 선호가 더욱 높아지고 있어 반도체 학과가 우수 학생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수도권 사립대에서 입학처장을 역임한 한 교수는 “세계적으로 반도체 업계를 이끄는 건 설계 분야에 강한 회사인데, 이런 업무를 수행할 고급 인력은 정작 의대로 진학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2023학년도 정시모집에서는 10명을 모집하는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16명을 뽑는 한양대 반도체공학과 1차 합격자 전원이 등록을 포기했다.

수도권 쏠림으로 반도체 학과의 빈익빈부익부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3학년도 입시에서 반도체학과를 가진 29개 대학 중 한양대 반도체공학과가 11.9대 1로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반면 충북의 중원대 전기반도체컴퓨터학부는 38명 정원에 8명이 지원하는 데 그쳤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대학이 정원을 늘린다해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기업과 취업 관련 계약을 맺은 일부 상위권 대학을 제외하면 크게 메리트를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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