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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中 박사들, 빅테크 기업 아닌 ‘여기’서 가능성 봤다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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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는 향후 혁신이 일어날 수 있는 유일한 분야로 ‘농업’을 지목했다. 그는 2021년 구글 엔지니어 출신이 공동 설립한 농업용 로봇 스타트업인 아이언옥스(Iron Ox)에 5000만 달러(약 652억 원)를 투자했다. 그가 미국에서 개인 자격으로 가장 많은 농지(약 3억 3600만평)를 사들였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다. 농업에서 미래를 본 이는 빌 게이츠뿐만이 아니다. 세계 3대 투자자인 짐 로저스는 “현명한 농부들은 람보르기니를 몰게 될 것"이라며 “농업이야말로 최고의 유망업종”이라며 농업의 미래를 낙관했다.

“공부 열심히 안 하면 농사 짓고 살아야 된다”는 말은 쟁기질하고 허리 숙여 농작물을 재배하던 조부모나 부모 세대 이야기다. 현대 농업은 수고로운 일을 덜어주는 로봇과 인공지능(AI)의 발달로 그 어떤 분야보다 4차 산업혁명의 혜택을 많이 받고 있기 때문이다. 식량 자급이 국가의 주요 과제인 중국에서도 자국의 과학 기술을 접목한 농업 혁신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기업도 나섰다.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핀둬둬(拼多多)는 둬둬농업연구기술대회(多多农研科技大赛)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해당 대회는 유엔식량농업기구의 지도하에 중국농업대학교와 핀둬둬가 공동 주최한다. 2020년부터 시작된 대회는 벌써 3회를 맞았다. 지난해 8월에 시작한 제3회 대회에는 세계 30개 팀과 150명 이상의 과학자들이 출전했고 심사를 거쳐 15개 팀이 예선에 진출했다.

상하이 충밍현(崇明)에 위치한 광밍무강(光明母港)수직농업센터. 사진 36커

상하이 충밍현(崇明)에 위치한 광밍무강(光明母港)수직농업센터. 사진 36커

지난 13일에는 결승전에 진출한 4개 팀이 마지막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모였다. 중국 매체 36커(氪)에 따르면 "해당 대회 결승전에서 만난 대부분의 참가자가 박사 학위 소지자로 농업 분야로 진로를 결정했다"며 "네 팀은 엔지니어링, 알고리즘 및 재배 분야에서 첨단 기술과 풍부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결승 진출팀은 90일 동안 신품종 재배를 두고 각축을 벌일 예정이다. 우승은 해당 품종의 수확량, 품질, 에너지 소비량 등에서 고점을 받은 팀으로 선발된다.

상하이 충밍현(崇明)에 위치한 광밍무강(光明母港)수직농업센터. 사진 36커

상하이 충밍현(崇明)에 위치한 광밍무강(光明母港)수직농업센터. 사진 36커


결승 진출자 대부분이 90년대생
농업에 '블랙 테크놀로지' 도입 위해 연구

올해 대회 결선 진출자 대부분은 90년대생이거나 95년 이후 출생자다. 결승에 진출한 사이버파머(Cyber Farmer)팀의 대표 정젠펑(郑建锋)은 올해 서른 하나다. 그는 중국농업대학에서 학부는 물론 석·박통합과정을 수료하고, 연구소에서 시설 작물의 효율적인 생산을 위한 온도∙빛∙습도∙수분∙통풍∙비료 등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제1회 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쥔 실력자로 이번 대회에서도 결승까지 진출했다.

그의 팀은 컨테이너 식물 공장을 기반으로 수경 재배, 상추, 시금치 등 엽채류와 딸기, 한약재 등 고부가가치 작물의 효율적인 재배 기술을 개발하고 실험 중이다. 사물인터넷(IoT), 알고리즘 등을 활용해 식물 생장에 필요한 온도∙빛∙습도∙수분∙통풍∙비료 등을 원격으로 제어하고 결과를 추적한다. 궁극적으로 이렇게 재배된 식물이 실제 식탁에 오르는 데 무리가 없도록 생산 비용을 낮춰나가는 것이 최종 과제다.

현재의 기술을 훨씬 넘어서는 수준의 첨단 기술을 '블랙 테크놀로지'라고 한다. 중국의 젊은 인재들은 농업에 인공지능(AI) 스마트 로봇, 메타버스, 무인 수확기, 빅데이터, 드론 등을 활용해 전통 농업과는 비교도 안 되는 수준으로 농업 현장의 효율성을 끌어올리고 있다.

컨테이너 식물 공장에서 참가자들이 재배하고 있는 상추. 사진 36커

컨테이너 식물 공장에서 참가자들이 재배하고 있는 상추. 사진 36커


'컴퓨터 과학' 박사 전공자도 농업 매력에 푹

대회에 나온 기술은 실제 농업 현장에 적용되기도

또 다른 결승 진출팀인 셩차이콰이창(生菜快长)의 팀원 린통(林童)은 학부 시절 컴퓨터 과학을 공부했다. 동종 전공으로 박사까지 수료했다. 그는 독일의 농업 대기업인 바이엘에서 근무하다가 농업 분야의 매력을 경험하고 전향한 케이스다. 어린 시절 조부모가 파 재배에 계속 실패하자 동네 농부에게 파 재배에 대한 조언을 구하러 다니던 모습이 각인돼 있다는 그는 '옛 농부들의 재배 기술을 IT를 통해 계승하겠다'는 사명을 갖고 있다.

이들은 이미 급속 성장한 IT·빅테크 분야보다 농업의 발전 가능성이 더 무궁무진하다고 판단한다. 농업이야말로 첨단 기술의 총아(寵兒)라는 것. 셩차이콰이창팀은 인터뷰에서 "상추의 수확량 증대와 품질 향상을 위해 초분광 시각인식 기술을 활용, 상추의 성장을 실시간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대회에서 등장한 기술은 실제 농업 현장에 적용되고 있다. 제1회 대회 후, 랴오닝의 한 딸기협동조합은 출전팀의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했다. 한 사람이 7~8개의 온실을 관리해 생산량을 두 배로 늘리는 효과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제2회 대회 출전팀이 개발한 '누적 일조량의 보조 조명 활용' 모델은 베이징 샤오탕산 국가농업과학기술 시범단지의 딸기 온실에 적용됐다.

상하이 자딩(嘉定)구 와이강(外岡)진의 무인 농장에서 무인 수확기 한 대가 벼를 수확하고 있다(왼)/ 안후이(安徽)성의 한 경작지에서 드론으로 제초제를 살포하고 있는 모습(오). 사진 신화통신

상하이 자딩(嘉定)구 와이강(外岡)진의 무인 농장에서 무인 수확기 한 대가 벼를 수확하고 있다(왼)/ 안후이(安徽)성의 한 경작지에서 드론으로 제초제를 살포하고 있는 모습(오). 사진 신화통신


농업은 식물·생물·기계공학·컴퓨터 및 기타 전공자들의
가능성으로 가득찬 놀이터

중국 농업 현장에서는 이미 3D 수직회전 경작, 무토양 재배 등 첨단 기술의 도움을 받아 자란 작물이 생산 중이다. 관영 신화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정밀하게 통제된 온실에서 자란 딸기·토마토 등 농산물의 생산량이 일반 하우스보다 5배 이상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안후이(安徽)성 푸양(阜陽)시에서는 스마트 농업 기술 덕분에 한 사람이 27ha(헥타르)에 달하는 농지를 관리할 수 있게 됐다.

메타버스도 농업 현장에 등장했다. 지난해 11월, 장시(江西)성 난창(南昌)시에서 열린 2022 세계 가상현실(VR) 산업대회 및 메타버스 박람회의 메타버스 농업 전시구역에는 새로운 농업 모델이 등장했다. 3D 모델링 기술로 농업 기지를 1:1 비율로 복제해 메타버스 실험실에서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컴퓨터 모델링을 돌리는 것이다. 메타버스 실험실 데이터를 실제 재배에 적용하면 더 빨리 개선된 결과물을 받아볼 수 있게 된다. 이런 순환 작업은 식물 재배 및 실험 시간 단축, 비용 절감을 돕게 될 전망이다.

현대 중국 농업은 농대 전공자가 아닌 전 영역의 전문 인력이 만들어가고 있다. 대회 심사위원은 "농업은 식물학, 생물학, 기계 공학, 컴퓨터 및 기타 전공에 걸쳐 있는 복잡한 과목"이라며 "팀이 보유한 지식의 폭과 깊이,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구성원들이 효율적으로 소통하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도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임서영 차이나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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