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韓 교역조건 22개월 연속 악화…반도체 부진에 유가 상승여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반도체 등의 수출 부진과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로 한국의 교역조건이 22개월 연속 악화했다. 한국의 수출품이 수입품보다 제값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2023년 1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달러기준ㆍ잠정치)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수출은 물량ㆍ금액은 2년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하며 4개월째 내리막이다. 수출물량지수는 107.35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3.0% 급감했다. 수출금액지수도 110.50으로 전년 대비 18.3% 내렸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부진으로 반도체가 포함된 ‘컴퓨터ㆍ전자및광학기기’, ‘화학제품’ 등의 수출 물량이 감소한 영향이다.

자료: 한국은행

자료: 한국은행

서정석 한은 경제통계국 물가통계팀장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정보기술(IT) 경기 부진이 심화하면서 1월 수출이 크게 감소해 지수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수입물량지수는 135.25, 수입금액지수는 164.46으로 각각 전년 대비 1.2%ㆍ2.1% 줄었다. 2개월 연속 감소세로, 제1차 금속제품, 광산품 등의 수입이 줄어든 영향이다. 한국의 수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원재료ㆍ장비 등의 수입이 그만큼 감소했다는 의미다. 수입도 줄었지만 수출이 더 줄다 보니 무역수지는 계속 적자 행진이다.

수출입금액지수는 해당 시점 달러 기준 수출입금액을 기준시점(2015년) 수출입금액으로 나눈 지표이고, 수출입물량지수는 이렇게 산출된 수출입금액지수를 수출입물가지수로 나눈 것이다.

한국의 교역조건을 나타내는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지난달 84.65로 전년 대비 5.2% 하락했다. 지난달 기준으로는 상품 100개를 수출하면 84.65개를 살 수 있다는 뜻이다. 2020년 11월에는 98.19개를 살 수 있었는데 이후 꾸준히 내림세다. 이 지수가 100 이하라는 것은 수출품이 수입품보다 제값을 받지 못한다는 의미다. 전년 대비로는 2021년 4월 마이너스를 기록한 이후 22개월 연속 악화했다.

자료: 한국은행

자료: 한국은행

한국의 수출 총액으로 수입할 수 있는 전체 상품의 양을 나타내는 소득교역조건지수도 전년 대비 17.5% 하락했다.  하락 폭은 2009년 1월(-25.6%) 이후 14년 만에 가장 컸다.

한국은행은 주력 수출품목 가격 약세로 지난달 수출가격(-6.1%)이 수입가격(-0.9%)보다 더 크게 내린 결과라고 설명했다. 반도체가 글로벌 IT 경기 부진으로 가격이 떨어지는 가운데, 국제유가와 주요 원자재 가격은 여전히 고공비행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문제는 무역 개선의 반전 계기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달 무역수지가 월간 기준 사상 최대의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이번 달에도 1~20일까지 수출이 감소하면서 12개월 연속 무역적자가 확실시된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수출전략회의를 주재하며 “수출이 둔화하고 무역 적자가 지속하면 경제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매우 어려워진다”며 “모든 외교의 중심을 경제와 수출에 놓고 최전선에서 뛰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원전, 방위산업, 해외 건설, 농수산 식품, 콘텐트, 바이오 등 12개 분야를 집중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