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은 되고 우린 왜 안 돼?" 케이블카 허가에 지자체 꿈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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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가 지난 27일 조건부 동의한 설악산오색케이블카 노선도. 연합뉴스

환경부가 지난 27일 조건부 동의한 설악산오색케이블카 노선도. 연합뉴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40여년 만에 사실상 허가되면서, 전국 곳곳에서 케이블카 사업이 다시 추진될 전망이다. 여러 지자체가 “설악산은 되는데 우리 지역은 왜 안 되느냐”며 대거 사업에 나설 조짐이다. 이에 국립공원 난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은 지난 27일 강원도 양양군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조건부 협의’ 의견을 양양군에 통보했다. 조건부 협의이긴 하지만 사실상 최종 관문을 통과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1982년 시작해 환경 훼손 문제 등으로 지지부진하다 41년 만에 본격 궤도에 오른 셈이다.

설악산 케이블카 사실상 허가…전국 지자체 관심

이 사업은 양양군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지구의 산 정상 대청봉에서 끝청까지 3.3㎞ 구간에 케이블카를 놓는 사업이다.

지난 27일 오후 김진태(가운데) 강원지사와 김진하(왼쪽) 양양군수, 정준화 친환경설악산오색케이블카 추진위원장이 강원도청 브리핑룸에서 환영 담화문을 발표한 뒤 손을 붙잡고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7일 오후 김진태(가운데) 강원지사와 김진하(왼쪽) 양양군수, 정준화 친환경설악산오색케이블카 추진위원장이 강원도청 브리핑룸에서 환영 담화문을 발표한 뒤 손을 붙잡고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함께 현재 케이블카 설치가 거론되는 곳은 서울 북한산·남산, 광주광역시 무등산, 경북 영주 소백산, 충북 보은 속리산, 대구 팔공산, 대전 보문산, 부산 황령산 등 전국 명산이나 문경새재, 영남알프스, 인천 강화도 등 전국 10여곳에 이른다.

경남과 전남 지역 지자체는 국립공원인 지리산에 케이블카 재추진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1967년 1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지리산은 경남·전남·전북 등 3개 도에 걸쳐 있다.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도 재추진” 지자체들 나서

경남도는 2012년과 2016년, 2017년 세 차례에 걸쳐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지리산 장터목~함양군 마천면 추성리를 잇는 10.5㎞ 길이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환경단체가 동식물 생태계 파괴를 이유로 반발했고, 환경부 역시 환경성·공익성이 부족하다며 ‘공원계획 변경 신청’을 3차례 반려하면서 무산됐다.

경남 산청 함양에서 추진됐던 지리산 케이블카 노선안. 사진 경남도

경남 산청 함양에서 추진됐던 지리산 케이블카 노선안. 사진 경남도

전남 구례군도 올해 안에 노선을 조정해 국립공원위원회에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공원 계획 변경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 구례군은 환경문제 극복을 위해 전남도와 ‘지리산 케이블카 TF’를 구성하고 실무 회의를 진행하는 등 대책 수립에 나섰다.

대전시는 이장우 시장 공약인 보문산 활성화를 위해 케이블카와 모노레일 도입을 추진 중이다. 관광 인프라 확충을 위해서는 전망대 건설보다 케이블카 설치가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대전 보문산 케이블카는 1968년 8월 운행(418m 구간)을 시작했다. 1990년대 초반까지는 하루 이용객이 400~500명에 달할 정도였지만 이용자가 줄면서 결국 2005년 3월 10일 운행을 중단했다. 대전시는 국내 사례 분석과 전문가 자문을 거쳐 올 하반기 경제성 분석 용역에 착수할 방침이다. 반면 환경단체는 “보문산 개발 계획은 전임 시장 때 보존하기로 약속한 것을 어기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팔공산·소백산·속리산…곳곳 거론

대구시는 팔공산 갓바위로 이어지는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했지만, 불교계와 환경단체가 환경 훼손 등을 이유로 반발하면서 사업을 중단했다. 대구 달성군 주도로 재추진되고 있는 비슬산 케이블카 사업도 중단된 상태다. 소백산을 끼고 있는 경북 영주시는 올해 안에 주민 의견 수렴과 케이블카 기본계획과 타당성 조사 용역에 나설 방침이다.

강화도 내가면 외포항에서 삼산면 석모도 석포리를 잇는 길이 1.8㎞ 해상케이블카 사업 조감도. 사진 인천 강화군

강화도 내가면 외포항에서 삼산면 석모도 석포리를 잇는 길이 1.8㎞ 해상케이블카 사업 조감도. 사진 인천 강화군

충북 보은군은 속리산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군은 연구용역을 거쳐 2018년 12월 법주사 다비장~문장대(3.69㎞), 봉곡암~문장대(3.6㎞), 청소년야영장~소천왕봉(3.55㎞), 청소년야영장~두루봉(3.48㎞) 등 4개 노선을 검토했다. 안병천 보은군 관광시설팀장은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가 가능해진 만큼 추후 가이드라인에 맞춰 추진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3년 국립공원으로 승격된 광주 무등산의 케이블카 설치 사업도 2007년 처음 제기됐으나 역시 시민단체 반발로 멈춰서 있다.

인천에서는 지난해 5월부터 강화도 내가면 외포항에서 삼산면 석모도 석포리를 잇는 길이 1.8㎞ 해상케이블카 사업이 진행 중이다. 강화군은 외포리에 들어설 종합어시장·함상공원 등과 석모로를 연계한 관광상품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서울시는 케이블카가 운행 중인 남산에 곤돌라를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7월 타당성 조사·기본계획 수립용역을 발주했다. 현재 중구 지하철 4호선 명동역 인근 남산예장공원부터 남산 정상부까지 연결하는 안이 검토되고 있다.

울산은 3곳에서 추진 중이다. 644억원 사업비(민자 방식)를 예상하는 울주군 신불산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사업과 동구 대왕암공원 해상케이블카 사업, 남구 은월봉에서 태화강국가정원 사이를 가로지르는 케이블카 등이다.

강원 양양군이 추진 중인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를 반대하는 환경·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2일 원주지방환경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원 양양군이 추진 중인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를 반대하는 환경·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2일 원주지방환경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환경단체 “설악산 시작으로 개발 빗장 열릴 것”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 추진 결정이 전국 국립공원 난개발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설악산 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은 성명을 내고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허가한 환경부는 파렴치한 집단”이라며 “환경부에 더는 국립공원의 내일을 맡길 수 없다. 오늘의 설악산을 시작으로 전국 국립공원 개발 빗장이 열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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