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충전으로 700km 달린다고? 中 전기차의 자신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차이나랩

차이나랩’ 외 더 많은 상품도 함께 구독해보세요.

도 함께 구독하시겠어요?

현대자동차의 세단형 전기차 아이오닉6가 미국 환경보호청(EPA)에서 최대 581㎞ 주행거리 인증을 받았다. 현대차 미국판매법인은 31일(현지시간) EPA 테스트 결과, 아이오닉6 차종 가운데 SE RWD 롱 레인지(18인치 휠) 모델이 주행거리 361마일(581㎞)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IT 전문매체 아스테크니카는 “아이오닉6의 공식 주행거리가 테슬라 세단 모델3의 최장 거리(576㎞)를 앞지른 것은 확실히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런데 중국엔 1회 충전으로 700㎞를 달리는 전기차가 존재한다. 중국 전기차 브랜드 지커(ZEEKR·極氪)가 그 주인공이다.

 전기차 브랜드 지커의 첫 스마트카 ‘지커 001(제로 제로 원)’. ZEEKR

전기차 브랜드 지커의 첫 스마트카 ‘지커 001(제로 제로 원)’. ZEEKR

지커는 2021년 4월, 첫 세단 순수 전기차 ‘지커 001’을 공개했다. 지커 001의 기본 사양은 아래와 같다.

고성능 전기모터와 110㎾h 배터리 팩이 조화를 이루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 가속 시간은 3.8초가 걸린다고 설명한다. 100-0km/h 제동거리는 34.5m다. RPM은 1만 6500이다. 전기차지만 에어 서스펜션을 사용해 117mm에서 205mm까지 지상고 변화가 가능하며 트랙, 오프로드, 스노우, 샌드 등 다양한 주행모드를 지원한다.

운전자가 다가가면 자동으로 문이 열리고 실내에 탑승하면 자동으로 닫히는 스마트 센서 자동문을 설치했다. 또 운전자의 얼굴을 인식해 차량 시동을 걸고 설정을 불러올 수 있는 페이스 ID 기능을 탑재해 사용자의 탑승 편의성과 편안함을 향상시켰다. 프레임리스 도어와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기본으로 넣었다. 실내는 테슬라와 비슷한 15.4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대형 모니터를 넣었다. 가격은 시작가 4만 3500달러, 우리 돈 5700만 원 정도다.

중국의 CLTC 기준으로 지커 001의 최대 주행거리는 741㎞다. 그러나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주로 사용하는 미국 환경보호청(EPA)과 유럽 세계표준자동차시험방식(WLTP) 주행거리 인증 기준에 대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지난해 8월 지커는 CATL(宁德时代)의 고용량 배터리 ‘기린배터리(麒麟电池)’를 탑재한 세계 최초의 전기차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지커의 순수 전기차 고급형 MPV ‘지커009’ 는 기린배터리를 탑재한 세계 최초의 글로벌 양산 모델이 됐다. 지커001에도 140 ㎾h 기린배터리를 탑재한다. 해당 배터리 탑재 시 주행 거리는 중국 CLTC 기준으로 1032㎞를 달릴 수 있다는 게 지커의 설명이다.

지커 001 인테리어. ZEEKR

지커 001 인테리어. ZEEKR

지커는 2021년 3월,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 지리자동차(Geely, 吉利汽车)와 모회사 지리홀딩스가 합작해 만든 고급 전기차 브랜드다. 해당 합작은 신규 브랜드 지커를 포함한 전기차 관련 연구·개발 및 판매,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지리자동차와 지리홀딩스는 지커 지분의 각각 51%, 49%를 보유하며 스마트 전기차 관련 첨단 기술의 연구·개발에 집중하겠다 밝혔다.

여러모로 ‘신기록’… 차량 인도까지 겨우 7개월?

용어사전📎

일반적인 자동차 한 대를 출시하기까지는 기술력 확보부터 투자, 연구·개발, 신(新) 브랜드 출범, 모델 양산, 마지막 인도까지 긴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스마트 전기차 시대에는 그 시간이 크게 단축된다. 길게는 1년, 적게는 반 년이 소요된다.

지커는 브랜드 설립 한 달 뒤인 2021년 4월, 상하이 모터쇼에서 첫 모델인 ‘지커 001(제로 제로 원)’을 공식으로 선보였다.

2021년 10월, 지커001은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했으며 그로부터 나흘 뒤 생산 라인에서 첫 스마트카가 출고됐다. 회사 설립 후 신차 인도까지 약 7개월이 걸린 셈이다.

테슬라는 첫차 인도까지 무려 9년이 소요됐으며 또 다른 중국 전기차 업체 니오(NIO·蔚来)는 3년 반, 샤오펑(Xiaopeng·小鹏)은 신차 인도까지 4년이 걸렸다. 2021년 12월까지 지커 001의 누적 출고 대수는 6007대, 2022년 1월 해당 모델의 생산량은 1만 대를 돌파했다. 지커의 생산능력과 인도량 증가 속도 모두 순수 전기차 업계에서 신기록을 세웠다.

 전기차 브랜드 지커의 첫 스마트카 ‘지커 001(제로 제로 원)’. ZEEKR

전기차 브랜드 지커의 첫 스마트카 ‘지커 001(제로 제로 원)’. ZEEKR

지커는 2022년 생산대수 ‘7만 대’를 목표로 설정했는데, 실제로 지난해 7만 1941대 인도를 완료하며 목표를 초과했다. 2023년 1월 31일 기준 지커의 누적 판매량은 8만 대를 돌파했다. 지커는 2025년까지 7종의 신차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또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 점유율 세계 TOP3 안착을 목표로 삼았다.

충전소 건설 속도도 상당히 빨랐다.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지커는 중국 내 110개 도시에 약 600개의 자가 충전소를 설치했다. 니오(NIO)는 약 1200일에 걸쳐 500개의 충전소를 건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커는 600개 충전소를 만드는 데 14개월, 단 420일이 걸렸다.

자체 구축한 대규모 충전소 외에도 중국 전력공급회사 스테이트 그리드(STATE GRID∙國家電網), 스타차지, 중국 전력 회사 남방전력망(CHINA SOUTHERN POWER GRID, 南方电网)과 같은 30개 이상의 주류 충전 운영업체와 협력해 전국 336개 도시 약 38만 개의 고품질 공공 충전소에서 지커 차량을 충전할 수 있게 했다.

지커의 차량 충전소 이미지. ZEEKR

지커의 차량 충전소 이미지. ZEEKR

지커는 총 두 차례에 걸쳐 투자를 받았다. 2022년 8월 말엔 첫 외부 투자로 5억 달러(약 5850억 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인텔 캐피탈(Intel Capital), CATL, 중국판 유튜브 비리비리(嗶哩嗶哩), 케세이 포춘 그룹(Cathay Fortune Corp), 보위 캐피탈(BoYu Capital) 등의 기업으로부터 전략적 투자 협의를 체결해 모두 5억 달러 투자금을 조달했다.

중국 IT 전문 매체 IT즈쟈(IT之家)에 따르면 지난 2월 13일 지커는 7억 5000만 달러(약 9577억 5000만 원) 규모의 시리즈A 자금조달을 완료했다. 경쟁업체 샤오펑의 시가총액은 80억 1천만 달러(약 10조 2287억 원)에 달한다. 시리즈 A 투자라운드 종료 후 지커의 기업가치는 130억 달러(약 16조 6010억 원)로 샤오펑을 앞지른 것으로 평가됐다.

인텔의 자회사 모빌아이(Mobileye) CEO 암논 샤슈아(Amnon Shashua), CATL, 위에슈산업펀드(越秀產業基金), 통산펀드(通商基金), 취저우신안지조펀드(衢州信安智造基金) 등 총 5명의 신규 및 기존 투자자가 참여했다. 이번에 유치된 투자 자금은 주로 지커의 제품 및 기술 연구 개발, 글로벌 비즈니스 개발 및 사용자 경험 향상에 주로 사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매섭게 성장하는 지커, 경쟁력의 원천이 뭘까

지커의 쾌속 성장 배후에는 강력한 시스템 경쟁력이 깔렸다. 이 같은 시스템 경쟁력은 지리그룹에서 나온다.

지리자동차는 앞서 2015년 신에너지 분야 진출을 선언하고 향후 5년 안에 신에너지차 판매량 비중을 전체의 90%까지 늘린다는 내용의 ‘블루 지리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당시 지리자동차는 하이브리드차와 순전기차 판매 비중을 각각 65%, 35%로 설정했다. 주력 상품은 하이브리드·플러그인 하이브리드·마일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저배기량 에너지 절약형 자동차 등이었다.

‘블루 지리 프로젝트’는 지리자동차가 스마트 순수 전기차 시장 경쟁에 정면으로 뛰어들 수 있게 했고, 그렇게 탄생한 브랜드가 바로 지커다.

특히 지리그룹이 약 4조 원을 들여 5년에 걸쳐 연구·개발한 모듈형 전기차 플랫폼 SEA(Sustainable Experience Architecture)은 지커의 제품 설계, 생산에 있어서 가장 큰 일조를 했다. SEA 플랫폼은 지리자동차가 다양한 신차를 효율적으로 출시하기 위해 선보인 첫 번째 전기자동차 플랫폼이다. 고급 전기차 첫 모델 ‘지커 001(极氪 001)’는 SEA 플랫폼을 베이스로 하며 앞뒤 차축에 전기 모터가 탑재되어 있다. 각각 400kW의 최대출력을 발휘한다.

또 SEA 기술을 활용한 무선 업그레이드(Over The Air Upgrade)를 통해 모든 차량의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제공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최고 수준의 연결성(커넥티비티), 인텔리전스, 품질 및 안전성을 제공한다.

지리그룹의 모듈형 전기차 플랫폼 SEA(Sustainable Experience Architecture). ZEEKR

지리그룹의 모듈형 전기차 플랫폼 SEA(Sustainable Experience Architecture). ZEEKR

한편 지커는 기존 가솔린차 생산라인을 개조하거나 OEM을 맡기는 대신 2년여에 걸쳐 전용 공장을 세웠다. 닝보 항저우 만 신구에 있는 ‘지커 지능형공장(ZEEKR Intelligent Factory)’은 연간 최대 30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다. 다른 자동차 공장보다 스마트하고 민첩하며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인 공장이 특징이다.

지커 지능형공장(ZEEKR Intelligent Factory)는 5G+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어 지금까지 만들어진 가장 진보된 차량 시설 중 하나다. 용접 섹션과 같은 영역은 산업 등급 5G+ 지능형 인터넷 시스템을 사용한다. 그 덕에 인력 개입이 크게 줄며 작업을 수행하는 300개 이상의 로봇으로 자동화됐다. 또 민첩하고 투명한 생산 관리가 가능하며, 이는 납품 속도를 보장하는 기반이 된다.

닝보 항저우 만 신구의 지커 공장.. ZEEKR

닝보 항저우 만 신구의 지커 공장.. ZEEKR

지커는 신에너지차에 대한 지리자동차의 새로운 목표를 담고 있다. 모기업 지리로부터 제품, 기술 핵심 자산을 물려받으면서도 조직, 관리, 협업 스타일에선 낡은 것을 타파하고 새로운 것을 세우며 풍속을 바꾸고 있다.

한편 지난 12월 지커는 미국 증권거래소에 등록 성명 초안을 제출해 이르면 2023년 2분기에 상장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지리자동차가 지커를 분할해 독립적으로 상장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차이나랩 김은수 에디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