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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현의 미국서 보는 중국] “미∙중은 신냉전 중, 승자와 패자 갈린다”

중앙일보

입력

데이비드 스틸웰(David Stilwell) 전(前)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사진 AP

데이비드 스틸웰(David Stilwell) 전(前)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사진 AP

이번 중국 스파이 풍선 사건은 미∙중 관계의 ‘변곡점’이다

데이비드 스틸웰(David Stilwell) 전(前)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는 이번 사건이 이미 곪을 대로 곪은 미∙중 관계의 상처에 소금을 뿌린 것으로 진단한다.

스틸웰 전 차관보는 군 출신으로 예비역 준장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자란 그는 전투기 정비사가 되고 싶어 공군에 입대하게 되는데 공교롭게도 전투기 정비사 자리가 이미 다 차버렸다. 대신 적성 검사에서 그는 뛰어난 언어능력 소질이 있음이 발견되고 캘리포니아 국방외국어대학원(Defense Language Institute)에서 외국어를 집중적으로 배우게 된다. 그때 그가 선택한 외국어가 다름 아닌 한국어였다.

“러시아어, 중국어도 수요가 많았지만 냉전 시기였다. 가기가 쉽지 않은 나라였다. 나는 직접 가서 살아볼 수 있는 나라의 언어를 배우고 싶었다.” 그렇게 그의 한국 인연은 시작되었다. 그는 한국에서 근무할 때 시간만 나면 기차, 버스를 타고 지방 곳곳을 여행하는 등 실전으로 한국과 한국어를 공부했고 지금도 한국 신문을 영어 신문 읽듯이 자유롭게 읽는다고 한다. 그는 “한글은 배워보니까 과학적으로 우수한 언어다”라고 했다.

현재 콜로라도에 있는 그와 Zoom으로 최근 발생한 중국 스파이 풍선 사건 등 미∙중 관계 전반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다음은 인터뷰 요지.

Q. 중국 스파이 풍선 사건 여파가 꽤 크다.
“미국 사회가 보인 강경한 반응에 중국이 깜짝 놀랐을 것이다. “이번 중국 스파이 풍선 사건은 미∙중 관계의 ‘변곡점’(turning point)이다.”

Q. 그렇게 큰 사건인가?
“풍선이라는 실체가 하늘에 떠 있고 그것을 많은 미국 시민들이 목도했다. 미국 시민들로 하여금 미국 상공에 중국 풍선을 보게 한 것이다. 시진핑이 무슨 정신으로 그런 짓을 했는지 모르겠다. 그것은 눈엣가시(a poke in the eye)처럼 미국인들의 심기를 건드리는 행위였다. 만약 중국이 정말로 실수로 풍선을 미국 영토에 들어가게 한 것이라면 중국 정부는 사전에 미국에 통보하거나, 풍선이 미국 영토에 진입하기 전에 폭파시켰어야 했다. 그런 풍선은 상대방 영공에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바다에 추락시킬 수 있는 자폭 기능이 있다.”

Q. 중국 스파이 풍선의 목적을 무엇이라 보나?
“두 가지다. 첫째는 정보수집이고, 둘째는 바이든 행정부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테스트해보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걱정하지 마라, 이건 중국의 우발적 실수다. 중국의 의도는 선한 것이다’라고 하는데 나는 믿지 않는다. 크기만 봐도 그렇다. 중국이 주장하는 기상관측용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거대한 풍선이고 정보수집을 위한 안테나가 달렸다.”

Q. 바람에 따라 풍선이 의도치 않게 표류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중국의 의도가 좋을 수 있다는 여지는 없다. 나는 이번 풍선 사건이 코로나 팬데믹 때 중국이 보여준 행위의 판박이로 본다. 2020년 코로나19 발발 초기 때 중국공산당은 바이러스의 사람 간 감염은 절대적으로 없다고 거짓말했다. 그리고 그들은 우한을 봉쇄했다. 이것이 우리가 상대하는 중국의 실체다. 신뢰성이 없다. 이번에 중국은 이것이 평화로운 목적을 위한 풍선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중국은 초음속 비행체 및 기타 실제 무기를 테스트하기 위해 풍선을 사용하기도 한다.”

Q. 바이든 정부의 반응은 적절했나?
“미국 정부는 이런 풍선이 접근해서 미사일 기지 위 상공을 돌아다닌다면 전자적이거나 군사적으로 공격을 감행할 수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번 중국 풍선의 경우 감시 목적이라 하지만 잠재적으로 무기를 장착할 수도 있었다. 내가 책임자라면 알래스카를 건너 우리 영토에 들어오는 즉시 격추했을 것이다. 인명피해를 우려해 바로 격추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지만, 그 풍선은 미국 영토에 너무 오래 머물렀다.”

Q. 미∙중은 정부 간 갈등 외에도 미국 사회에서 미국 시민들의 중국에 대한 불신이 상당하다.
“소련 속담에 '신뢰하라, 그러나 검증하라'(Trust but verify)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중국을 상대해서는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이 2020년 7월 연설에서 “불신하라, 그리고 검증하라”(Distrust and verify)라고 했다.”

Q. 미∙중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미∙중 경쟁의 본질에 대해서 혹자는 ‘전략 경쟁,’ 혹자는 ‘패권 경쟁, 혹자는 ’신냉전‘이라고 한다.
“미∙중 경쟁의 성격은 ‘의심할 바 없이’(clearly) 신냉전이다. 나는 이것을 2020년경부터 말해왔다. 절대적으로 신냉전이다. 미∙중 갈등은 냉전의 중요한 요소인 이데올로기 경쟁으로 이미 확대됐다. 시진핑은 중국식 사회주의 이데올로기가 민주주의, 자유시장 체제보다 더 우월하다고 했다. 미∙중 경쟁은 실존적이기도 하다. 승자와 패자가 있을 것이다.”

Q. 미∙중이 ‘G2’로서 서로 티격태격하지만 결국은 서로 간의 긴밀한 경제적 이익 상관관계와 얽혀있는 이해관계 때문에 다시 화해할 것이란 의견도 여전히 있다.
“미∙중 경쟁이 본격화했던 트럼프 대통령 때 취하기 시작한 대중 강경 정책 노선이 바이든 행정부에 들와서도 상당 부분 지속되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Q. 하지만 지난 40여 년간 미∙중 관계 역사를 반추하면 관여정책이 주류였다.
“40년이란 숫자는 성경에서도 의미심장한 숫자다. 모세가 이스라엘을 이집트에서 구출하기 전 광야에서 깨달음을 얻기까지 방황한 시간도 40년이다. 미국은 지난 40년간 중국이 바뀌기를 희망하며 최대한 노력했다. 우리는 중국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이끌었고, WTO 가입을 도와줬고, 최혜국대우(MFN)를 주었다. 미군의 경우엔 심지어 인민해방군 전투기를 현대식 레이더와 사격 통제 시스템을 갖춘 서구 표준으로 업그레이드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완료되면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교육도 진행됐을 것이지만 1989년 천안문 사건으로 인해 그 프로그램은 취소되었다.”

Q. 향후 미·중 관계 전망은?
“미국은 화를 내도 천천히 낸다. 하지만 40년이란 시간은 충분한 시간이다. 이제 신냉전 시기다. 그것이 현재의 미·중 관계다. 시진핑은 덩샤오핑의 도광양회(韜光養晦)를 포기하고 지금 적극적으로(actively) 미국에게 신냉전 싸움을 전개하고 있다. 미국도 이에 맞서 싸워야 한다.”

이성현 조지HW부시 미중관계기금회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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