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내 딜라이트샵을 찾은 고객들이 갤럭시 S23시리즈를 체험하고 있다. [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302/28/046c989c-a895-4809-b28a-51ab153cf72b.jpg)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내 딜라이트샵을 찾은 고객들이 갤럭시 S23시리즈를 체험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입 9년째를 맞은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이 다시 한번 수술대에 올랐다. 그간 통신사와 제조사의 지원금을 구분해 알려주는 분리공시제 등이 추진되기도 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이번엔 제도를 손보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워낙 확고해 변화를 앞둔 통신사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무슨 의미야
27일 정부와 통신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현재 휴대폰 공시지원금의 15%까지 줄 수 있도록 한 대리점·판매점의 추가 지원금을 최대 30%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난 23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민생경제 분야 경쟁촉진 방안 중 하나다. 앞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지난해 같은 내용의 단통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최근 출시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S23 울트라(512GB)의 경우, 출고가가 172만원으로 전작인 갤럭시22보다 15만원 더 올랐지만 공시지원금은 이전과 같거나 오히려 줄었다. 그만큼 소비자 부담이 예년보다 더 커진 것. 그런데 일부 판매점에서는 법정 한도 이상의 지원금을 제공하고 있어 구매처에 따라 가격 편차가 크다. 정부는 합법의 테두리를 넓혀 유통망 내 보조금 경쟁을 투명하게 하고 통신사 간 경쟁을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소비자 부담 줄어들까
정부 계획대로 단통법이 개정되면, 이동통신사(이통사)의 공시지원금이 50만원인 경우 대리점·판매점이 줄 수 있는 추가지원금 상한선은 지원금의 15%인 7만5000원에서 30%인 15만원으로 두 배 늘어난다. 소비자는 불법 보조금을 찾아 헤맬 필요 없이 보다 저렴하게 휴대폰을 구매할 수 있게 된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통사의 공시지원금은 일정 기간 그 규모를 유지해야 하지만, 추가 지원금은 대리점·판매점이 필요에 따라 자율적으로 조절 가능하다”며 “추가 지원금 경쟁을 통해 유통망 전반의 판매가가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게 왜 중요해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왼쪽)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302/28/61a9b6ad-0b98-48fe-9d51-cf1458c56c35.jpg)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왼쪽)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전 국민의 97%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한국에서 통신은 전기·가스·수도와 같은 생활 필수 서비스나 다름없다. 정부가 통신사업을 민간의 영역이 아닌 공공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물가 안정 변수로 압박하는 것도 이 때문. 지난 15일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통신·금융 분야는 공공재 성격이 강하고 과점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정부의 특허 사업”이라며 “서민 가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 노력과 함께 업계에서도 물가 안정을 위한 고통 분담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단말기 추가 지원금 한도 확대는 정부가 5G(5세대) 통신 중간 요금제, 시니어 요금제 등 저렴한 요금제 출시, 알뜰폰 활성화 등 서비스 경쟁 촉진을 넘어서는 요구다. 통신사의 마케팅비 지원을 통해 개별 소비자의 단말기 구매 부담을 직접 줄여, 통신 물가 전반을 통제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통신사는 뭐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통신사들은 정부의 전방위 가격 압박에 긴장하고 있다. 이날 공정위 시장감시국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에 대한 현장조사에도 나섰다. 독과점 사업자인 이들 통신사가 요금체계, 단말기 장려금 등과 관련해 불공정 행위를 했는지 점검하기 위해서다. 통신사 관계자들은 “조사 여부에 대해 기업이 직접 언급하기 곤란하다”며 조심스러워 했다.
그러면서도 단말기 추가 지원금 확대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현재로선 통신사들이 직접 마케팅 비용을 늘릴 계획이 없다는 것. 이럴 경우 추가 지원을 직접 투입할 수 있는 일부 대형 유통망으로 가입자가 쏠릴 수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모든 휴대폰에 대해 추가 지원금을 늘리기 보다 특정 모델에 한해 혜택을 확대하는 ‘스팟성 이벤트’가 늘어날 수 있다”며 “판매가가 저렴한 ‘성지’와 돈을 더 내는 ‘호갱’은 계속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통신사 간 경쟁에 불이 붙을 경우 마케팅비 집행이 늘어나 스마트폰의 실구매가가 낮아질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지난 2014년 10월 단통법 시행 후 통신사들은 마케팅비 경쟁을 사실상 멈췄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팀장은 “단통법 이후 통신3사의 지원금 경쟁이 중단됐다”며 “마케팅비를 줄여 영업이익을 늘린 만큼, 단말기 가격 거품을 제거하고 요금제를 현실화하는 방식으로 소비자 혜택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 알아야 할 것
다만 단말기 지원금을 확대하는 방식의 통신비 인하는 일부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가 단말기 사용자가 아닌 보편적 소비자를 위해 요금제 다양화, 알뜰폰 활성화 등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 김용재 한국외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해 20~30GB 사이의 5G 중간 요금제가 나오긴 했지만, 소비자 권익을 위해 40~100GB 미만의 다양한 요금제가 더 필요하다”며 “통신사들은 상위 요금제 가입을 유도할 것이 아니라 5G 콘텐트로 소비자의 데이터 수요를 자발적으로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