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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 같은 남해안 가뭄 …"미국은 길이 1100㎞ 수로 깔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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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을 정화해 담수(淡水)로 만들고 해저에 관로 뚫어 물 공급에 나섰다. 사용한 물을 다시 쓰고 물 한 방울이라도 아껴 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또 장기적인 가뭄 대책으로 지역 간 물 이동 시스템 등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극심한 남부지방 극복을 위해 정부와 자치단체 등이 추진 중인 대책이다. 광주광역시·전남과 경남 남해안 지역은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전남 신안군 신의면에 설치한 염분 제거 장치. 사진 신안군

전남 신안군 신의면에 설치한 염분 제거 장치. 사진 신안군

제한급수 중인 완도 섬에 담수화 시설 

전남도는 완도 넙도·소안도·금일도, 신안 증도 등 4개 섬 지역에 해수담수화 시설을 오는 3월까지 설치할 계획이다. 담수화 시설은 역삼투압 방식이다. 미세한 기공이 있는 반투막(필터)에 압력을 가해 바닷물을 걸러낸다. 해수담수화 시설이 완공되면 5개 섬에 하루 3760t 규모 용수가 공급된다. 식수 등으로 쓰는 해당 지역 저수지 담수율은 2~24%에 머물고 있다. 이 일대 주민 1만 3000여명은 제한급수로 고통을 겪고 있다.

충남 서산에도 대규모 담수화 시설이 설치되고 있다. 2021년 11월 착공한 ‘대산임해산업지역 공업용수도 해수담수화 사업’은 2024년 마무리될 예정이다. 환경부는 전남 광양만권 산업단지에도 담수화 시설을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광양국가산업단지에는 전남 순천 주암댐과 광양 수어댐에서 공업용수(하루 25만t)가 공급되고 있다. 담수화 시설을 설치하면 이 물을 광주권으로 돌려 생활용수로 활용하는 게 목표다. 국민대 이상호 교수는 “담수화 시설이 관리·감독만 잘 된다면 장기적 가뭄 대책으로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전남 완도항 제1부두에서 1㎞ 떨어진 해상에서 계류 중인 해수담수화 선박(드림즈호)에서 철부선에 실린 살수차에 물을 공급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완도항 제1부두에서 1㎞ 떨어진 해상에서 계류 중인 해수담수화 선박(드림즈호)에서 철부선에 실린 살수차에 물을 공급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경남 통영 등에 해저 관로 설치 

해저관로를 설치하는 곳도 있다. 경남 통영 욕지면 욕지도와 그 부속섬 사이에 오는 12월까지 330억원을 들여 관로가 깔린다. 관로 설치 구간은 육상 51.3㎞, 해저 7.5㎞ 등 총 58.8㎞다. 이 관로가 완공되면 욕지도에 있는 식수댐 용수를 인근 부속섬인 연화도·우도·노대도에 공급할 수 있다.

통영 산양읍 추도~곤리도 사이에도 8㎞(육상 1.82㎞·해저 6.24㎞) 길이의 상수관이 설치된다. 내년 말 준공예정인 식수관 설치 사업에는 100억원이 쓰인다. 전남도도 2030년까지 완도 노화·보길 등에 육지에서 광역상수관로를 연결해 생활용수를 공급하기로 했다.

정부는 제한 급수 지역인 전남 완도와 통영 일대 섬 주민에게 ‘먹는 물 기부 운동’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생수 100만병 정도가 전달됐다. 정부는 또 여수·광양산업단지 입주기업 공장정비 일정을 조정해 용수사용량을 감축기로 했다. 공장을 정비 시기를 당초 예정했던 하반기에서 상반기로 앞당기도록 했다. 정비 기간에는 공장 가동을 멈춰 용수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물 재활용 시설도 갖춰야 

전문가들은 장기 가뭄 대책으로 물 재활용 방안을 집중적으로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단기간 집중적으로 비가 내릴 때 물을 저장할 수 있는 규모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모아둔 물을 최대한 사용하는 ‘물 재이용’ 정책이 필요하다고 한다. 사용한 수돗물을 재사용하는 시설인 중수도, 하수처리수 재이용 등이다. 이와 관련, 전남 여수시는 생활하수를 공업용수로 재활용하는 시설을 2025년까지 설치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사업비 786억원이 들어간다. 전남 순천·광양도 이 사업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물 저장 시설도 필요하다. 이런 방안으로 지하저류댐(지하수저류지)이 꼽힌다. 지하수저류지는 2020~2022년 인천 옹진군 대이작도(하루 110t)와 전남 영광군 안마도(하루 100t), 완도군 보길도(하루 1100t)에 설치·운영되고 있다. 통영 욕지도에는 지하수저류지를 설치한다. 이 저류지는 내년에 착공해 2025년 마무리될 예정이다. 지하에 길이 200m짜리 차수벽(물막이벽)을 설치해 지하수 유출을 막는다. 하루 최대 확보 가능한 수량은 2295t으로 전망된다.

지역간 물 이동 시설 만들어야 

‘지역 간 물 이동’시설 설치 방안도 거론된다. 장거리 관로를 설치해 가뭄 피해가 덜한 곳에서 심한 지역으로 수자원을 공급하는 방안이다. 지난해 남부지역은 가뭄, 중부지역은 홍수 겪는 등 수자원이 시·공간적으로 불균형을 이룰 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길이 1100㎞가 넘는 수로를 설치, 북부의 풍부한 수자원을 중·남부에 배분하는 방식으로 지역 간 물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광주 광산구 수완동 한 상가건물 화장실에서 공무원이 '생활 속 물 절약' 실천을 위해 수도관 수압을 낮추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 광산구 수완동 한 상가건물 화장실에서 공무원이 '생활 속 물 절약' 실천을 위해 수도관 수압을 낮추고 있다. 연합뉴스

수자원 분야 전문가인 이용곤 경남연구원 도시환경연구실장은 “지금처럼 지역 내 한정적인 수자원만으로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 국가 차원에서 물이 풍부한 곳에서 부족한 곳으로 이동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일명 ‘샌드댐(모래저장형댐)’도 눈길을 끈다. 아프리카 같은 건조지역에서 드물게 발생하는 홍수를 흙 속에 저장, 가뭄 때 활용하는 시설이다. 모래 안에 물이 저장돼 있어 증발 손실이 적고, 모래층에 여과돼 수질이 개선되는 효과와 겨울에도 흙 속에 물이 저장돼 얼지 않는 장점이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국내 최초 개발한 샌드댐은 춘천 북산면에 설치돼 있다. 샌드댐 건설로, 이 지역 공급 유량이 하루 평균 150t으로 증가했다. 극한 가뭄에도 최소 10일 이상은 연속적인 물 공급이 가능하다고 한다.

한편 기상청은 지난해 가을부터 계속되는 가뭄이 오는 4월께 해갈될 것으로 내다봤다. 기상청 관계자는 “지난해 여름에 북태평양 고기압이 평소보다 더 확장, 장마 전선이 주로 중부지방에 걸리는 바람에 남부지방엔 비가 덜 왔던 것으로 분석된다”며 “4월에 들어 비가 자주 내리면서 가뭄이 점차 해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강원 춘천 북산면에 시공된 샌드댐(모래저장형댐). 사진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강원 춘천 북산면에 시공된 샌드댐(모래저장형댐). 사진 한국건설기술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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