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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박영범의 이코노믹스

노동 개혁, 연금·교육 개혁과 따로 가서는 효과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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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노동개혁 어떻게 해야 하나

박영범 한성대 명예교수(경제학)

박영범 한성대 명예교수(경제학)

노동시장이 코로나19의 충격으로부터 회복되고 있다. 지난해 취업자는 1년 전보다 82만 명 증가하였다. 22년 만에 증가 폭이 가장 컸다. 그러나 최근 고용 동향을 긍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지난 몇 년간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의 기저효과에 기인한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일자리 수 증가를 10만 명 미만으로 보고 있다.

‘고용의 질’ 또한 여전히 나쁘다. 지난해 늘어난 취업자의 절반 이상이 60대 이상이다. 경제의 중추인 제조업의 일자리가 2018년보다 적다. 35시간 미만 취업자의 비중이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그냥 쉬는 사람이 228만 명이다. 확장실업률이 10.6%다. 청년들이 느끼는 체감실업률은 20%이다. 고학력의 젊은이들이 노동시장에 넘쳐나지만, 뿌리산업·농어촌·조선업 등에선 심각한 인력난으로 정부는 올해 외국인 근로자를 2004년 고용허가제 시행 이후 최대 규모인 11만명이나 도입할 계획이다.

정부, 국민 공감할 비전 못 보여줘
노조 불투명 회계 시정으론 부족

대기업 정규직 과다보호 완화해
비정규직 일자리 기회 제공해야

임금체계 개편없는 정년 연장은
노동시장 양극화 더욱 심화시켜


문재인 정부서 일자리 대거 감소

박영범의 이코노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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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없는 성장’은 코로나19 발생 이전부터 나타나고 있었다. 생산이 10억원 증가할 때 늘어나는 취업자 수는 2015년 11.4명, 2017년 10.6명, 2018년과 2019년 10.1명으로 지속해서 줄어들었다. 2018년과 2019년에 최저임금을 30% 가까이 올렸던 노조 편향적인 문재인 정부의 정책은 고용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일자리 정부를 내세웠지만 2017년부터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까지 만들어진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수는 박근혜 정부 기간인 2014~2016년보다 40만 개 적었다. 60대 이상을 제외한 모든 연령계층의 일자리가 줄었다.

비정규직 문제는 지속적인 사회의 관심과 여러 대책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증가하는 등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2021년 8월 기준 비정규직 근로자는 816만 명이다. 통계청이 실태를 조사하기 시작한 2003년 462만 명과 대비하여 354만 명 늘어났다. 같은 기간 전체 임금근로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3%에서 38%로 5%포인트 증가했다. 비정규직은 여성, 청소년, 고령 근로자 등 노동시장 취약계층에 집중되어 있다.

노동시장·노조의 고착된 이중 구조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비정규직 보호를 위한 소위 ‘비정규직 3법’이 2007년부터 시행되었으나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를 오히려 고착화한 측면이 있다. 기간제 근로자 중 일부는 정규직 혹은 새로 생겨난 직군인 무기(無期)계약직으로 전환되었으나, 많은 기간제 근로자가 반복적으로 2년마다 직장을 바꾸어야 하는 상황에 부닥쳤다. ‘비정규직 제로(0)’ 정책을 추진하였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비정규직이 오히려 급증하였다. 2017년 8월 658만 명에서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8월 748만 명으로 90만 명 늘어났다. 노동존중 정책으로 정규직의 인력조정이 더욱 어려워진 사용자들이 비정규직으로 필요인력을 채웠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노조 세력이 약진했다. 노조원 수는 2017년에 처음으로 200만명을 넘어섰고 2021년에는 293만 명으로 늘어났다. 노조 조직률이 2021년 말 14.2%로 3.9%포인트 높아졌다. 대형 사업장과 공공부문 중심으로 노조가 조직되어 있다. 100인 미만 사업체에서 노조의 존재는 미미하다. 공공부문의 조직률이 70%지만 민간 부문의 조직률은 11.2%에 불과하다.

다른 나라에 비해 파업에 따른 경제 손실이 크다. 경총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파업으로 인한 연평균 임금근로자 1000명당 근로 손실일수는 39.2일로 독일의 8.7배, 일본의 200배이다. IMD 등 국가경쟁력 평가기관들은 우리나라의 노사경쟁력, 노사협력 수준을 최하위로 보고 있다.

대기업·공공부문 중심의 노동운동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가 심각한 우리나라에서 정규직과 대기업 및 공공부문 중심의 노동운동으로 약자 보호의 사회기구로서 노동운동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 노조는 비정규직 보호와 권리 확대를 위해 투쟁을 하는 경우마저 비정규직 중 소수인 대기업 연관 사업체나 공공 부문의 비정규직 이슈에 집중하고 있다.

노조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신뢰는 대기업보다 낮다. 한국행정연구원의 2021년 조사에 따르면 주요 기관에 대한 ‘믿지 않는다’의 비율이 노조가 52.2%로, 대기업 43.3%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조사에서는 대기업이 66.4%로 노조 58.0%보다 높았다. 대기업과 노조에 대한 사회 신뢰도가 역전된 것이다.

노조 파업에 대한 여론도 부정적이다. 2022년 11월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노조 파업에 대해 ‘자제해야’의 비율이 58%로, ‘문제 될 것 없다’ 34%를 앞섰다. 2022년 한국리서치 조사 결과도 유사했다.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파업에 대한 지지는 23%에 그쳤고, 하청업체 직원을 원청업체 직원으로 전환을 요구하는 파업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파업에 대한 지지는 각각 26%, 36%였다. 경영상 어려움에 따른 해고를 반대하는 파업에 대한 지지는 31%였다.

노동개혁 해야 일자리 문제 해결

외환위기 이후 일자리 창출 역량의 현저한 저하, 양극화 심화, 가속화되는 고령화 등 노동시장과 인구 구조는 근본적으로 변화하였다. 그러나 1997년 노동법 개정에서 합의된 중요 쟁점인 ‘단위 사업장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 전임자임금 지급 금지’가 13년간 유예되어 시행된 것이 보여주듯이 노동 현안에 대해 미봉책으로 대응해 온 결과 현재는 노동시장 자체의 여러 모순이 누적되고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몹시 어려운 상황이다.

1997년 말 이후 6번의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대선에서 모든 후보는 국민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좋은 일자리를 충분히 만들겠다고 약속하였으나, 결과적으로 일자리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노동개혁이 절실히 필요한데 누가 대통령이 된다 하더라도 5년 단임 대통령으로서는 어려운 과제이다.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완화하는 노동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사용자의 입장만을 옹호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심각한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는 오히려 대기업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대다수의 근로자를 위한 조치가 노동개혁이다.

노동 관련법 개정 현실적으로 어려워

노동개혁에 대해 집권 초기 다소 갈지자 행보를 보였던 윤석열 정부는 최근 노동개혁을 노동·연금·교육의 3대 개혁 중 가장 중요한 과제로 천명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노동시장이 필요로 하는 노동개혁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노동개혁을 위해서는 관련법의 개정이 필요한데, 국회가 여소야대인 데다 극도의 여야 대립 상황이어서 상당히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윤석열 정부는 노동개혁의 당위성을 강조만 할 뿐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비전이나 촘촘한 로드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주요 노동개혁 과제는 근로시간제도 유연화와 임금체계 개편이다. 그러나 근로시간제도 유연화는 지난 정부에서 여야 합의로 졸속 처리된 주 52시간제의 문제점을 바로 잡는 수준이고, 직무급 도입은 지난 정부에서 추진하였으나 실패한 내용과 별 차이가 없다. 무엇보다도 대기업 정규직에 대한 과도한 보호가 완화되어야 좋은 일자리가 많이 생겨나 비정규직도 좋은 일자리를 얻을 기회가 생기는데 개혁 과제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또 건설노조의 현장 횡포, 불투명한 노조의 회계 등은 반드시 시정되어야 하나 이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공공기관장 철저히 자질 따져야

노동개혁, 연금개혁, 교육개혁은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을 해결하고자 하는 조치로서 서로 연관되어 있으나 통합적으로 추진되고 있지 않다. 노동개혁의 임금체계 개편과 연금개혁은 정년연장과 맞물려 있으나 별개로 추진되고 있다. 임금체계 개편 없이 연금개혁의 일부로 정년연장이 된다면 노동시장 양극화는 더욱 심화할 것이다. 청년 실업은 결국 너무 많은 젊은이가 대학에 진학하는 것으로부터 파생한다는 점에서 노동개혁과 교육개혁은 밀접히 연관되나 두 개혁 역시 별개인양 추진되고 있다.

우리나라 노사 현실과 경험은 노사정간의 대화와 협의를 통한 합의 도출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더구나 윤석열 정부가 구축한 노사정 대화 채널이 제대로 작동될지도 의문이다. 현실적 대안으로 정부가 보다 선도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을 하여야 한다.

현 정부는 과거 정부들과 마찬가지로 공공기관이 노동개혁에 있어서 선도적 역할을 하도록 할 방침인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서 중요한 것이 공공기관장의 자질이다.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이 절반인 상황은 차치하고라도 이번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 상당수가 전문성과 역량이 기대 이하인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공공기관장 임면에 있어서 검증된 전문성과 역량을 중시하는 원칙이 설 때 공공기관이 선도하는 노동개혁이 가능하다.

박영범 한성대 명예교수(경제학)

Innovation 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