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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이재명 표결’반란은 혁신요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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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후 자신의 체포동의안 처리를 위해 열린 제403회 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장에서 잠시 눈을 감고 있다. 2023.2.27/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후 자신의 체포동의안 처리를 위해 열린 제403회 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장에서 잠시 눈을 감고 있다. 2023.2.27/뉴스1

1. 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드라마틱하게 끝났습니다.
결론은 부결이지만 사실상 가결입니다. 찬성(139표)이 반대(138표)보다 많지만 기권(9표)과 무효(11표)가 많아 과반찬성(149표)에 모자라 부결됐습니다.

2. 표결의 의미는 명확합니다.
민주당 의원(169명) 가운데 최소 31명, 최대 38명이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상당수가 기권이나 무효표를 던졌고, 일부는 찬성했습니다. 당내소수파의 경고입니다. 이번에는 이재명 체포를 막아주지만, 만약 계속 방탄을 요구한다면 ‘다음엔 체포동의하겠다’는 의미입니다.

3. 영국 보수당의 1922위원회가 떠올랐습니다.
1922위원회는 1922년 보수당 지도부에 반기를 든 평의원 모임입니다. 보수당은 이들의 반기에 따라 노선을 급변경, 총선에 압승했습니다. 이후 1922위원회는 당지도부에게 쓴소리하는 ‘당내 야당’으로 자리잡았습니다.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2022년 10월 취임 44일 된 총리(트러스)를 밀어내고, 신임총리에 인도 귀족(수낵)을 앉히는 파격도 1922의 작품입니다.

4. 이재명 지지자들 사이에선 반란군을 색출ㆍ추방해야한다는 강경론이 들끓고 있습니다.
그런데 반란표는 민주당 밖 여론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25일 넥스트리서치 조사에서 체포동의 47.9%로 반대 39.4%보다 높았습니다. 23일 한국갤럽 조사에선 불체포특권 폐지론(57%)이 유지론(27%)보다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이런 여론을 알기에 이재명도 ‘불체포특권 폐지’를 공약했을 겁니다.

5. 여론은 정치인의 특권 자체를 거부합니다. 특권지키기 방탄은 더 싫어합니다.
여론에 따르자면 이재명은 불체포특권을 포기해야 합니다. 넥스트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기소될 경우 대표직을 사퇴해야한다는 응답이 59.2%로 압도적입니다. 특권을 내려놓고 당당히 사법의 심판대에 오르라는 요구입니다.

6. 영국 1922위원회는 보수당이 350년 동안 생존해온 비결입니다.
보수당이 민심과 동떨어진 길을 갈 때마다 경보를 울렸습니다. 당지도부는 반란을 경보로 알아듣고 혁신의 길을 모색하는 유연성을 잃지 않았습니다. 반란은 당내 민주화의 다른 말입니다. 일사불란한 정당은 비민주적 정당입니다.
〈칼럼니스트〉
2023.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