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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신 낙마가 불지핀 윤희근 용퇴론…윤 “거취 늘 고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27일 정순신 변호사를 국수본부장으로 추천한 윤희근 경찰청장이 국회 정보위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27일 정순신 변호사를 국수본부장으로 추천한 윤희근 경찰청장이 국회 정보위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정순신 변호사에 대한 국가수사본부장(국수본부장) 임명 취소 후폭풍이 윤희근 경찰청장 용퇴론으로 확대되고 있다.

27일 경찰 내부망에는 수사 경찰을 지휘하는 국수본부장에 검사 출신을 단수 추천한 데 대한 불만과 국수본부장의 자녀 학교폭력 논란을 걸러내지 못한 인사검증 실패를 비판하는 글들이 속속 올라왔다.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과 이를 반대한 총경급 좌천성 인사 등으로 쌓인 불만이 결국 폭발한 것이란 반응이 나온다.

경남청 소속 경찰관은 “검찰 출신 국수본부장 임명은 검찰 정권이 경찰국 신설, 총경 보복 인사에 이어 경찰 장악의 마침표를 찍겠다는 계산”이라고 썼다. 전남청 경찰관도 “단순하게 넘어갈 일이 아니다”며 “일련의 사태에 반드시 책임을 묻고, 경찰의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해 나가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적었다. 또 다른 경찰관은 “가히 1905년 을사늑약을 통해 군국주의 일본에 외교권을 넘겨주어 대한제국을 노예로 만든 조약과 다를 것이 없다”는 자극적 주장도 폈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직협)도 전날 경찰 내부망을 통해 윤 청장 거취 문제를 제기했다. 직협은 “경찰청장은 검사 출신 변호사가 국수본부장으로 적합하다고 판단해 단수 추천했다”며 “판단 근거를 조직 구성원 앞에 소상히 설명해야 한다. 경찰의 중립성을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면 더는 그 책무를 수행할 수 없음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윤 청장에게 책임을 묻긴 어려울 것이란 시선도 적지 않았다. 경찰청 총경급 간부는 “검찰 출신 국수본부장 추천을 윤 청장 뜻대로 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오히려 소수”라며 “실제 인책이나 용퇴로 이어질지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윤 청장은 국회에서 기자들이 학교폭력 문제를 인지했는지 묻자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용퇴론에 대해선 “고민은 늘 하고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어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수본부장 임명 과정에서 경찰청은 인사검증 권한이 없고 ‘아무 문제 없음’으로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추천과 관련해 대통령실 지시가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별도로 대통령실 요청을 수용한 것은 아니고, 의견교환을 통해 적격자를 추천했다”는 답을 했다고 정보위 여당 간사 유상범 의원이 전했다.

국수본부장 임명 취소가 신속히 이뤄진 배경에는 학폭 소송전이 있었다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윤 대통령은 “피해자가 버젓이 있는데, 어찌 검사라는 공직자가 대법원까지 소송할 수 있느냐”는 취지로 성토했다고 한다. 정 변호사는 2018년 3월 자녀가 학폭 가해자로 지목돼 강제전학 처분을 받자 재심 청구는 물론 대법원까지 이어지는 행정소송을 벌였다. 당시 정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이었다. 고위 관계자는 “정 변호사의 소송은 학폭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에 가깝다는 것이 윤 대통령의 생각”이라며 “특히 검사로 재직하며 사적 이익을 위해 법적 지식을 활용한 것이 가장 실망스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자녀의 학폭 내용 추가와 질문 세분화 등 공직 후보자 검증 질문서를 보강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27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학교폭력 근절 대책을 조속히 보고하라”고 교육부에 지시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전했다. 인사검증 실패와 관련한 언급은 없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입 정시 전형에서 학폭 조치 사항을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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