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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방탄했지만 민주당 의원 30명 이상에게 버림받은 이재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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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27일 오후 본회의장에서 이 대표가 임종성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27일 오후 본회의장에서 이 대표가 임종성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민주화 전통 민주당, 당 관계없는 비리 혐의엔 손 떼야

추가 구속영장 땐 부결 불투명, 법원은 신속히 판결하길

대장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관련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어제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찬성표가 재석 의원 과반을 채우지 않아 구속 가능성은 사라졌다. 하지만 체포 찬성이 139표로 반대(138표)보다 많았다. 특히 민주당 의원 대다수가 부결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됐던 것과 달리 표결 결과 30명 이상이 찬성이나 기권 등으로 빠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간신히 ‘방탄’에는 성공했지만 민주당 내 이탈표를 고려하면 당내 장악력은 현저히 약화할 가능성이 있다. 불체포 특권 포기를 대선 때 공약했던 이 대표는 그동안 자신을 향한 수사 무마에 집중해 왔다. 대선 패배 3개월 만에 국회의원에 당선돼 불체포 특권을 확보했다. 다시 2개월 만에 당 대표 선거에 나서더니 기소되면 당직을 박탈하는 당헌까지 고쳤다. 어제 ‘일차 방탄’을 완성했지만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등 이 대표 관련 추가 수사가 줄줄이 대기 중이다.

이 대표에 대한 혐의는 성남시장 시절 일로 민주당과는 관계가 없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본회의에서 “민주당 대표 이재명의 범죄 혐의는 없고, 오직 성남시장 이재명의 지역 토착비리 혐의만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3·1절까지를 포함해 하루의 틈도 없이 임시국회를 열자고 주장하고 있다. 어제 표결을 보면 이 대표에 대해 추가 구속영장이 청구될 경우 민주당 내 이탈표는 더 나올 가능성이 있다. 결백하다고 주장해 온 이 대표는 앞으로라도 다수 의석 뒤에 숨지 말고 영장실질심사에 응해 재판부의 판단을 받기 바란다.

그동안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1년 이상 지속하면서 민주당도 함께 수렁으로 빠져들어 왔다. 민주당은 자유당 정권과 군사독재 정권 등을 견제하고 민주화에 기여한 세력에 뿌리를 둔 정당이다. 한국은 보수 정당으로 이어진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밀고 당김 속에 발전해 왔다. 수십 년 민주화 전통의 정당이 당 대표 개인의 비리 혐의를 감쌌다가는 민심의 외면을 면키 어렵다. 이번 체포동의안에 대한 국민 여론도 가결이 더 높았었다. 이 대표는 당장 다음달부터 재판에 출석해야 하는 처지다. 민주당에서 나온 이탈표가 정상 궤도를 회복하는 신호이길 바란다.

어제 한 장관은 체포동의 이유 설명을 통해 상당한 증거물이 확보됐다면서 일일이 열거했다. 이 대표 측근들과 관련 기업 관계자 등은 이미 법원의 판단으로 구속된 상태다. 이 대표가 ‘정치 탄압’이라고 주장한다고 사법적 판단을 피할 길은 없다. 검찰의 기소 이후 법원은 정치적 고려 없이 서둘러 재판을 진행해 결과를 내놓기 바란다. 제1 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헌정 사상 처음인 것처럼 정국의 혼선이 너무 오래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