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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와 전쟁…공정위, 통신3사·은행권 전격 현장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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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공정거래위원회가 통신 3사와 은행권에 대해 전격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금융·통신업계 독과점 해소를 유도해, 가격·대출금리 인하를 유도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가격 인상 가능성을 타진하던 일부 식품·주류 업체는 당분간 인상 계획이 없다고 입장 표명에 나섰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날 오전부터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와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과 IBK기업은행에 조사관을 보내 현장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정보교환이나 가격 인상 합의와 같은 담합 등의 불공정거래 행위가 있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앞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 이번 조사의 발단이 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모든 수단을 열어놓고 통신 시장 과점 해소를 위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데 이어 21일, 23일에도 “통신·금융사의 과도한 지대추구를 막을 방안을 추진해달라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이 이들 업종에서의 독과점 폐해를 지적하고 나서자 공정위는 내부 검토를 거쳐 현장조사에 나섰다.

공정위는 통신업계와 관련해 통신 3사의 휴대전화 단말기 장려금 지원 등을 모니터링해왔다. 알뜰폰 시장에서 통신 3사가 자회사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높여온 것에 대해서도 이번 조사에서 확인이 이뤄질 예정이다. 또 통신 3사의 요금제 설정 과정에서 담합이 있었는지도 조사 대상이다. 요금제 담합 의혹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여러 차례 제기된 적 있다.

6개 은행과 관련해선 은행의 예대 금리·수수료 담합 여부를 확인하는 목적으로 알려졌다. 은행이 예대 금리를 높이거나 내릴 때 다른 은행과 합의하거나 정보를 사전에 공유했다면 담합에 해당한다. 공정위는 이전에도 시중 은행의 CD 발행금리 담합을 조사한 적 있다. 2009년부터 2015년까지 6개 은행이 CD 금리를 높게 유지해 대출을 통한 이자수익을 높였다고 공정위는 의심했지만, 2016년 혐의가 입증되지 않는다며 심의절차를 종료했다.

고물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뾰족한 해법을 마련하지 못하자 정부가 가격 잡기에 직접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은 최근 주류업계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섰고, 산업통상자원부는 정유사의 도매가 공개 범위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중앙일보 2월 27일자 1면)

‘법이 허용’하고, ‘시장기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정부가 권한을 행사해 과점 구조를 깨보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과도한 시장개입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물가 압력을 줄인다는 정부 선의는 알겠지만, 시장개입이 생산량 감소 등 부정적 효과를 낳을 수 있다”며 “현행 통신·금융업계 과점 체제는 정부의 허가제와 각종 규제로 만들어진 측면도 있다. 업계 입장에선 독과점 비판이 억울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인상 계획을 속속 철회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27일 “당분간 소주 가격 인상을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오비맥주 관계자 역시 “오는 4월 주세 인상에도 불구하고 당분간은 제품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롯데칠성음료 측은 “소주 및 맥주 등 가격 인상 여부에 대해 구체적으로 검토되거나 정해진 바가 없다”고 밝혔다.

풀무원샘물도 당초 다음 달 1일부터 생수 출고가를 5% 올릴 예정이었으나, 27일 계획을 철회하기로 하고 이를 유통사에 공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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