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나라 이끌 인재 위해 써달라” 코로나 속 아름다운 기부 이어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8면

고려대학교, 선진 기부문화 조성 노력에 지난 학년도 615억원 기부금 모여

4차 산업혁명 시대 도래와 코로나19 팬데믹 등 한국 사회가 급격한 변화를 맞은 가운데 교육 환경 또한 커다란 도전에 직면했다. 이제 대학은 단순히 학문의 전당, 진리의 상아탑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회질서를 모색하고, 시대 변화에 부합하는 미래형 교육 패러다임을 찾아서 실천해야 한다. 이렇듯 교육기관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면서 대학을 향한 후원의 손길도 더해지고 있다. 

유산기부, 소액후원 등 기부 방식도 다양

고려대는 사람 중심의 미래형 인재를 키우는 교육철학과 투명하고 품격 있는 모금 조성 노력에 공감한 많은 후원자 덕분에 지난 학년도에 615억원의 기부금이 모였다. 사진은 지난해 9월 28일 열린 4.18기념관 김정호 플로어 준공식. [사진 고려대]

고려대는 사람 중심의 미래형 인재를 키우는 교육철학과 투명하고 품격 있는 모금 조성 노력에 공감한 많은 후원자 덕분에 지난 학년도에 615억원의 기부금이 모였다. 사진은 지난해 9월 28일 열린 4.18기념관 김정호 플로어 준공식. [사진 고려대]

“20년 전 기증했던 분재를 고려대가 철저히 관리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에 평생 약국 하며 모은 노후기금 4억원을 새로 기부하니 미래 사회의 리더가 될 학생들 생활비 장학금으로 써주기 바랍니다.”(정광헌 후원자)

“나라가 부강해지고 사회가 풍요로워지려면 공대에서 많은 인재를 배출돼야 합니다. 고려대가 나라와 사회를 이끌 공학 인재를 잘 키워줄 것이라 생각하고 기부합니다.” (이문치 장학기금 기부자 고 이문치 님)

서울 동대문에서 약국을 운영하다 전남 나주로 귀향한 정광헌 후원자와 충남 청양 출신 사업가 고 이문치씨는 모두 고려대학교에 전혀 연고가 없었다. 이들은 기부야말로 미래에 대한 가장 가치 있는 투자이며 아름다운 유산을 후세에 남기는 일이라 여겨 고려대에 기부를 선택했다.

다양한 기부의 방식 중에서 유산기부는 영원히 기억될 명예로운 기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부자의 삶과 철학이 기금에 스며들어 인성과 실력을 겸비한 인재를 키우고, 교육의 미래를 열어가는 유산기금은 기부자의 마지막 나눔에 대한 체계적인 플랜으로 자리 잡았다. 이 같은 기부자들의 뜻을 살리기 위해 고려대는 전문가 그룹을 통해 나눔의 방법 및 설계를 지원하고 있다.

후원자들의 고귀한 뜻이 전해지는 선순환 기부는 유산기부 외에도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자수성가한 사업가들은 인재들이 경제적 어려움 없이 학업에 충실하기를 바라며 장학기금 기부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돈이란 체온과 같아서 온기가 돌 때 나눠야 한다”는 신념으로 2011년 이후 모은 재산을 모교에 아낌없이 기부하고 있는 유휘성 전 조흥건설 회장은 본인이 어려웠던 시절을 떠올리며 힘든 상황에도 꿈을 키워가는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있다. 나아가 탁월한 연구 성과를 내는 교수들과 헌신적으로 공헌하는 직원들을 위한 후원을 통해 대학의 발전에 실질적으로 기여하여 누적 기부액이 70억 원을 넘었다.

‘인봉 장학기금’의 주인공인 김경은 교우는 1984년 선친의 뜻을 받들어 장학기금을 조성한 이래 추가 기부를 통해 수백 명의 학생을 후원해왔다. 후원을 받았던 학생들은 스스로 모임을 만들어 인봉장학기금에 기부하면서 ‘릴레이 기부’ 문화의 지평을 열고 있다.

사회적 약자 계층을 위한 기부도 빠지지 않는다. 포털 네이버의 공동 창업자이자 발달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회적 기업 ‘베어베터’의 김정호 대표는 학생서비스를 위한 공간인 고려대 4·18기념관을 증축하고 엘리베이터를 설치해달라며 사비 15억원을 기부했다. 이를 통해 장애학생들을 비롯한 다수의 학생이 건물을 이용함에 있어 편의성과 만족도가 월등히 높아졌다. 경영학과 85학번인 김 대표는 1995년부터 꾸준히 고려대에 크고 작은 기부를 이어오며 지금까지 약 27억원을 후원하고 있다. 김 대표는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자신들이 받은 도움을 기억해 내리 기부를 할 수 있는 인재로 성장한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투명한 집행, 체계적 예우 프로세스 갖춰

지난해 12월 열린 60회 ‘크림슨 마스터즈 콘서트’. 후원자에 대한 고려대의 예우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12월 열린 60회 ‘크림슨 마스터즈 콘서트’. 후원자에 대한 고려대의 예우 프로그램이다.

주목할 점은 이 같은 기부의 선순환을 만든 데에 고액만 포함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누구나 동참할 수 있는 고대사랑 정기기부 캠페인 ‘KU PRIDE CLUB(KUPC)’은 매월 1만원 이상 정기후원을 통해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생활비와 교환학생 지원금, 마음든든아침(1000원 아침식사) 등 학생들에게 시간과 기회를 선물하는 데 소중히 쓰이고 있다. 코로나19 극복 긴급 모금을 통해 급작스러운 상황으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특별 장학금과 방역물품을 지원하며 팬데믹 극복에도 기여했다. 이러한 소액 모금캠페인에는 갓 졸업한 젊은 교우는 물론, 재학생들까지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어서 선순환 기부의 새로운 물결이 조성되고 있다.

고려대는 ‘기부한 이후 더 큰 보람을 느끼도록 한다’는 기조 아래 투명한 기부금 집행 및 사용 내역 보고, 학교 소식 및 비전 공유 등을 통해 학교 발전의 동반자로서 후원자들과 함께하고 있다. 기부금 내역을 온라인으로 상시 조회할 수 있도록 기부금 관리시스템을 구축했고, 2010학년부터 매년 기부금의 세부집행 내용과 기부자 명단이 담긴 발전기금 연차보고서를 발행하고 있다. 또한 기부로 조성된 공간의 네이밍 예우를 통해 기부자에겐 뜻깊은 추억을, 학생들에게는 깊은 울림을 전하고 있다.

고려대는 체계적인 예우 프로세스를 갖춰 후원자들에게 감동을 전한다. 후원자에 대한 특별한 예우 프로그램 중 하나로 2003년부터 국내외 유수한 예술가들의 무대로 꾸며지는 ‘크림슨 마스터즈 콘서트’를 연 3~4회 개최해 지난해 12월에 60회를 맞았다. 아울러 누적 기부액이 일정 금액을 넘긴 후원자들을 ‘크림슨 아너스 클럽’으로 예우해 연 2회 특별한 자리를 마련한다. 학교 발전을 공유하고 후원자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행사다.

또한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한 이후에도 나눔 문화가 이어질 수 있도록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장학기금의 후원자와 장학생과의 정례 만남을 개별 맞춤형으로 진행하고 기부자들의 스토리를 상세히 접할 수 있는 디지털 디스플레이 공간 ‘도너스 월(Donors’ Wall)’을 조성해 기부자를 기념하고 학생들에게 나눔의 정신을 전하는 첨단 교육의 장으로 활용 중이다.

고려대는 사람 중심의 창의적 미래형 인재를 키우는 교육철학과 투명하고 품격 있는 모금 조성 노력에 공감한 많은 후원자 덕분에 코로나19 사태가 극심했던 지난 학년도에도 615억원의 기부금이 모였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감염병 예방과 치료 기술, 글로벌 백신 개발을 위한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명예회장의 본교 백신혁신센터 100억원 기부를 필두로 교내 다양한 교육, 연구사업을 지원하는 모금이 활성화됐다. 또한 도서관과 같은 학생 생활 밀착형 교육 인프라를 포함한 스마트캠퍼스 구축 등 미래지향적인 교육 환경 조성 요구에 부응하는 다양한 모금캠페인을 진행, 이에 동참하는 개인 후원자가 대폭 증가하는 등 높은 호응을 불러왔다.

고려대 관계자는 “기부자들의 소중한 뜻과 후원금을 투명하게 운영해 기부자들에게 보람으로 되돌려드리고, 궁극적으로는 양질의 교육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계속 경주할 것”이라고 전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