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속엣말을 입 밖으로 질러대, 연기하면서도 속이 시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JTBC ‘대행사’에서 배우 이보영은 능력과 야망을 지닌 사내 첫 여성 임원 ‘고아인’을 연기했다. [사진 하우픽쳐스·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JTBC ‘대행사’에서 배우 이보영은 능력과 야망을 지닌 사내 첫 여성 임원 ‘고아인’을 연기했다. [사진 하우픽쳐스·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이끌든가 따르든가 비키든가.

26일 종영한 JTBC 토일 드라마 ‘대행사’의 주인공 고아인(이보영)은 사내 첫 여성 임원으로 승진한 후 이 문구가 적힌 커다란 액자를 사무실에 걸어 놓는다. 자신이 단행한 파격 인사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 와서 항의하자 “이끌든가 따르든가 비키든가, 셋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쏘아붙인다. 배우 이보영은 이 대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첫회 시청률 4%(닐슨, 전국 기준)로 시작한 드라마는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다 마지막회에서 16%로 자체 최고시청률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보영은 처음부터 이 드라마에 자신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드라마는 무엇보다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작품을 고를 때 꽂히는 장면 등 재미있는 요소를 살핀다”고 말했다. ‘대행사’는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부터 마지막 촬영까지 그에게 재미와 카타르시스를 가져다줬다. 그는 “속으로 생각하는 것을 입 밖으로 마구 질러대는 재미가 있어서 연기하면서도 시원했다”고 말했다.

그가 연기한 고아인은 능력과 야망을 지닌 워커홀릭으로 남성 위주의 보수적인 광고대행사에서 최고의 자리에 도전한다. 그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직설적으로 말하고 상처 주는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그는 “촬영하면서 어떻게 더 못되게 표현할까 많이 생각했다”면서 “‘어쩜 이렇게 똑똑하면서도 못된 말을 잘할까’ 감탄할 때도 있었다”고 했다.

‘대행사’를 통해 첫 오피스물에 도전한 이보영은 “같이 맥주 한 잔 마시기도 하고, 서로 얘기하며 쉬다가 다시 촬영에 들어가고 현장이 너무 즐거웠다”고 회상했다.

회사에선 늘 당당하고 냉철한 고아인은 어릴 때 어머니로부터 버림받은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공황장애와 수면장애에 시달리고, 술과 약에 의존하며 하루하루를 버틴다.

고아인의 이런 모습을 연기할 때, 그 역시 힘들었다고 한다. 그는 “회사에서 북적대다가 혼자 문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가는 장면에선 너무 외롭더라”면서 “그런 장면을 연기할 때마다 항상 아프고 열나고 힘들었다”고 말했다.

자신을 버린 어머니 서은자(김미경)와의 화해 장면도 쉽지 않았다. “제가 아이를 낳고 보니 더욱 (어린 딸을 버린 것이) 이해가 안 가고 어려웠다”며 “마음 속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도 결국은 어머니와의 관계를 풀지 않고서는 고아인이 성장할 수 없기 때문에 필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아인과 닮은 점이 있냐는 질문에 그는 “하나도 없다. 고아인을 보면서 ‘이렇게 살진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캐릭터가 성장하는 모습을 연기하며 자신의 옛 모습을 떠올리기도 했다. “어렸을 때는 현장이 너무 무서웠고, 도망가고 싶은 순간들이 많았다”면서 “고아인을 연기하면서 ‘원래 초반에는 이렇게 다 깨지면서 버티는 거구나’ 느꼈고, 이제껏 잘 버텼으니 앞으로도 잘 버티자는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제는 현장도, 연기도 좋아하게 됐다는 그는 “연기를 하면 할수록 어렵지만 잘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묵직한 캐릭터 위주로 연기해 온 그는 “제가 원래 밝은 성향인데 밝은 작품이 잘 안 들어와 아쉽다”면서 “코믹이나 밝은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