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마을회관에서 자고 가는건 처음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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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면

이부자리와 세면도구를 챙겨 마을회관에서 1박 2일간 소통 행보에 나선 광역자치단체장이 있다. 마을회관에서 주민과 과일·음료를 나누며 밤늦게까지 토론하다 잠을 자는 일정이다.

27일 세종시에 따르면 최민호 시장은 지난 24일 오후 7시쯤 세종시 부강면 등곡1·3리 마을회관을 방문했다. 이곳에서 최 시장은 주민 10여명과 자정 무렵까지 대화했다.

최 시장은 “10년 전 정치에 입문하면서 눈높이를 낮추고 주민과 동행하겠다는 생각을 해왔다”며 “주민과 마음을 터놓고 오랫동안 대화하는 게 진정한 소통”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치단체장이 현장 행보 차원에서 마을을 방문하는 일은 많았지만, 대부분 잠시 머물고 가기 때문에 대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자리에서 주민들은 최 시장에게 조속한 민원 해결을 당부했다. 숙원사업부터 당장 해결할 수 있는 사업까지 다양했다. 200년 전통의 마을 놀이를 지켜달라는 요청도 접수됐다.

부강면 등곡1리 조종호(74) 이장은 “평생 마을에서 살아왔지만, 관선은 물론 민선 자치단체장이 (마을회관에) 와서 자고 가는 건 처음”이라며 “주민 모두 놀라면서도 흐뭇했다”고 말했다.

인근 등곡3리에선 축사에서 발행하는 악취문제가 논의됐다. 한 주민은 “주민이 생계를 위해 축산업을 해온 지 오래됐지만, 현재는 경영이 어려워 포기한 상태”라며 “그런데도 축사에서 악취가 발생해 동네 주민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며 대책을 요청했다. 최 시장은 “이주 등 다양한 해결방안을 찾고 있다”고 답했다.

최 시장은 간담회에서 색소폰으로 보랏빛 엽서와 칠갑산 등 가요를 연주했다. 마을회관에서 어르신들의 뒷바라지를 해주는 할머니 등 여성들을 응원하기 위해서였다.

등곡1리 마을회관에서 잠을 청한 최민호 시장은 25일 오전에는 주민과 함께 마을 현장을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도 마을 안길 확장과 하수처리구역 지정 등의 민원이 접수됐다. 최 시장을 만난 주민들은 “시장이 마을에서 주무셨다는 데 처음 있는 일”이라고 반가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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