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가 SM 인수했는데, 샤이니·엑소·레드벨벳 나가버리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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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는 27일 SM과의 파트너십을 위해 카카오와 긴밀하게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카카오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는 27일 SM과의 파트너십을 위해 카카오와 긴밀하게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카카오

SM을 향한 하이브와 카카오 전쟁이 격화하고 있다. 그동안 조용하던 카카오는 27일 하이브에 선전포고를 하며 본격적인 참전을 예고했다. 하이브 또한 카카오에 경영 참여 의사를 솔직하게 밝히라며 공격을 이어갔다. 카카오와 손을 잡은 SM 경영진은 하이브 산하에서 SM 아티스트는 뒷전으로 밀릴 것이라며 K팝 팬덤에 호소했다.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SM과의 파트너십의 존속 자체를 위협하는 현재 상황을 더는 지켜볼 수만은 없다”며 “기존 전략의 전면적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카카오와 긴밀하게 협의해 필요한 모든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M 하이브 카카오 로고

SM 하이브 카카오 로고

김 대표는 카카오가 SM을 두고 하이브와 경영권 다툼을 벌인다는 비판을 일축했다. 그는 “카카오의 SM 지분 9.05% 확보를 위한 투자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SM 등 3사가 보유한 사업 경쟁력을 토대로 수평 시너지와 선순환을 만들어내기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하이브가 주장한 “SM과 카카오 간 전환사채 인수계약이 주주 이익을 훼손하고 SM 아티스트 권리를 제약하는 불합리한 계약”이라는 내용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카카오 입장을 전해 들은 하이브는 곧바로 재반박에 나섰다. 하이브는 이날 “카카오 입장 발표는 당사가 제기한 문제점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며 “카카오가 경영 참여에 관심이 없다는 전제하에 카카오의 사업적 제안 내용이 SM 사업에 도움이 된다면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SM 경영권에 관심이 없다는 카카오 주장을 믿을 수 없다는 얘기다.

SM 인수전에 ‘볼모’ 잡힌 SM 가수들  

 에스파는 지난 18일 시상식에서 이례적으로 '이수만 선생님'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사진 SM

에스파는 지난 18일 시상식에서 이례적으로 '이수만 선생님'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사진 SM

양측은 상대방이 승기를 잡으면 SM 아티스트에게 피해가 갈 것이라는 동일한 논리를 앞세우고 있다. 이 상황에서 가장 걱정이 많은 건 SM 아티스트다. 샤이니 멤버 키는 지난 13일 정규 2집 리패키지 음반 발매를 기념해 온라인 생방송을 하다 “누구보다 공연하고 싶은데 어디에 이야기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회사가 지금 뒤숭숭하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레드벨벳 멤버 슬기는 같은 날 연 팬 미팅에서 그룹 뉴진스의 ‘하입보이’ 안무를 춰달라는 팬 요청에 “곤란한 일은 절대 안 만들려 한다”며 말끝을 흐렸다. 뉴진스 소속사 하이브가 SM 대주주가 된 상황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만들지 않겠다는 말로 해석됐다. 소녀시대 멤버 태연은 지난 17일 소셜미디어에 영화 ‘부당거래’의 대사인 “다들 열심히들 산다”는 글을 올리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수상 소감에서 ‘이수만 선생님’도 사라졌다. 에스파와 엔시티(NCT)는 지난 18일 ‘써클차트 뮤직 어워즈 2022’에서 상을 받고 난 뒤 수상 소감에서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를 언급하지 않았다. 두 그룹은 모두 과거 수상 소감에선 이수만에게 대한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

에스파 빼고 모두 재계약 시기 근접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최악의 경우 하이브가 SM을 인수했는데, 모두 나가버리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현재 SM 소속으로는  강타, 보아, 동방신기(최강창민, 유노윤호), 슈퍼주니어, 소녀시대(태연, 윤아, 유리, 호연, 써니), 샤이니, 엑소, 레드벨벳, NCT, 슈퍼엠, 에스파, 갓더비트 등이다.

SM은 엑소 이후로 멤버의 재계약 시점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레드벨벳의 경우 올해 데뷔 9년 차로, 7년 차였던 2021년부터 계약 만료설이 나왔다. 하지만 별도의 발표 없이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지난 2021년 재계약을 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원 계약이 8~10년이었고, 올해가 재계약 시점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남자 아이돌 NCT는 올해 데뷔 7년차로, 일부 원년 멤버는 재계약 시점에 돌입한다. 사진 SM

남자 아이돌 NCT는 올해 데뷔 7년차로, 일부 원년 멤버는 재계약 시점에 돌입한다. 사진 SM

2016년 데뷔한 NCT 일부 멤버는 올해가 ‘마의 7년’차로 재계약 시기를 앞두고 있다. 선배 그룹인 슈퍼주니어, 샤이니, 엑소 등은 군 복무 때문에 각각 재계약 시점이 다르다. 슈퍼주니어는 2015년 별도 회사인 SJ레이블즈를 세워 따로 운영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에 재계약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샤이니 키, 온유에 이어 엑소 카이가 다음달 솔로 앨범을 내는 것으로 볼 때 재계약을 한 뒤 활동을 이어가는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2020년 데뷔한 막내 에스파를 빼고는 모두 재계약 시기를 지났거나, 근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재계약 시점이 임박한 가수들이 인수 기업인 하이브에 반발해 새로운 기획사로 옮길 가능성도 있다. 실제 일부 SM 가수들이 이미 기획사 접촉에 나섰다는 얘기도 나온다.

엔터업계 관계자는 “이미 인지도가 높은 아이돌은 앞으로 SM에 남을 이유가 명백하지 않고, 개별 활동을 지원해주고, 수익 분배 면에서 유리한 중소 기획사를 찾을 가능성이 크다”며 “SM에 오래 남아있던 아티스트 대부분은 의리와 명분 때문에 내린 결정이기 때문에 다른 대형 기획사에 흡수된 상황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아티스트의 이탈이 큰 문제는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박다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SM을 먹여 살리는 주요 지식재산권(IP)은 NCT와 에스파인데, 이 두팀만 확보하면 현재 기업 가치에 큰 문제는 없고, 앞으로 선보일 신인들의 저력도 남아있다”며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하이브, SM 인수로 얻는 건 무엇

SM은 레드벨벳의 재계약과 관련해 공식적인 발표는 삼가고 있지만, 이들은 올해도 왕성한 활동을 지속할 예정이다. 사진 SM

SM은 레드벨벳의 재계약과 관련해 공식적인 발표는 삼가고 있지만, 이들은 올해도 왕성한 활동을 지속할 예정이다. 사진 SM

하이브 SM 인수에 성공해도 음반 제작 시스템을 가져간다고 볼 수는 없다. 총괄 프로듀서로 26년간 일해 온 이수만은 어차피 제작 참여가 금지됐다. 하이브 인수에 반대하는 SM 현직자들이 하이브로 넘어갈 가능성도 작다.

가수가 빠져나가면, 팬 소통플랫폼 버블도 빈 껍데기가 된다. 버블을 운영하는 디어유에 따르면, 보통 아티스트별로 2~3년 정도의 단기 계약으로 운영된다. 소속 아티스트가 언제든지 재계약하지 않거나, 더 좋은 조건을 요구할 수 있다.

하이브가 SM 인수로 얻게 되는 확실한 자산은 다수의 IP다. SM이 보유한 상표는 국내 1801건, 해외 966건으로, 총 2767건에 달한다. 이밖에 특허/실용신안 총 33건, 디자인 33건, 저작권 52건을 가지고 있다. 아티스트의 팀명, 로고, 앨범 자켓 디자인 등이 포함되어 있다.

엔터업계 관계자는 “엔터사는 특별한 기술력을 가진 회사가 아니라 IP와 인적 네트워크가 유일한 자산이기 때문에 재계약 시기마다 리스크가 있다”며 “SM은 그동안 1등 엔터사라는 입지 덕분에 많은 아티스트가 장기간 재계약을 지속하고, ‘슴덕’(SM 덕후)이라는 기획사 팬덤까지 보유하고 있지만, 이제 하이브에 밀리고, 신인 데뷔도 뜸해지면서 예전만은 못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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