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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인플레에 빚더미 앉은 美 밀레니얼 세대…韓도 비슷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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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인 문구가 적혀 있는 미국 뉴욕의 한 상점 앞 [AFP=연합뉴스]

구인 문구가 적혀 있는 미국 뉴욕의 한 상점 앞 [AFP=연합뉴스]

미국의 30대 밀레니얼 세대가 최근 몇 년간 다른 세대보다 더 큰 경제적 타격을 받으면서 빚에 허덕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과 집값 폭등 등 이유로 밀레니얼 세대의 빚 부담이 커진 상황은 한국도 비슷하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4분기 기준 미국 밀레니얼 세대의 채무가 3조8000억 달러(약 5008조원) 이상이라고 보도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동기 대비 27% 증가했다. 밀레니얼 세대의 부채 증가세는 전체 연령대에서 가장 가팔랐다.

WSJ은 밀레니얼 세대가 시작부터 불리한 상황에 놓였다고 분석했다. 금융위기 등 영향으로 경기가 침체했던 2007~2009년에 사회에 진출했고, 한창 자녀를 낳아 키울 시기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었다는 것이다. 팬데믹 동안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보육료나 사교육비 지출이 늘었고, 인플레이션에 따른 지출 증가도 불가피했다. 부동산 가격 상승도 부담 요인으로 꼽혔다. 1월 기준 미국 기존 주택 가격은 평균 35만9000달러로 3년 동안 9만 달러 이상 올랐다.

문제는 밀레니얼 세대의 부채 증가가 세대 간 빈부격차를 더 벌릴 수 있다는 점이다. 신용정보업체 밴티지스코어솔루션즈의 실비오 타바레스 최고경영자(CEO)는 “젊고 덜 풍족한 대출자는 소득이 생활비 증가와 물가 상승을 못 따라가면서 재정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다”며 “더 나이가 들고 재산이 많은 대출자에게는 이런 현상이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신용평가업체인 트랜스유니온에 따르면 팬데믹 이전에 비해 더 많은 밀레니얼 세대가 신용카드를 연체하고 있다. 고령 대출자의 신용카드 연체 비율은 같은 기간 동안 감소했다.

앞서 16일 뉴욕 연은 이코노미스트들은 연은 웹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젊은층이 신용카드·자동차 등 대금 지불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최근 가계 부채 증가는 고물가와 고금리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부채가 늘어나는 가장 큰 요인은 일반적으로 실직이지만, 지금은 구인난이 심각할 정도로 고용시장이 뜨겁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정부의 학자금 융자금 상환 유예 조치가 끝나는 올해 하반기부터 젊은층의 부채 증가 폭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도 전망했다.

한국도 상황은 비슷하다. 30대 대출자들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팬데믹 직전인 2019년 38%대에서 지난해 9월 말 44.2%로 급증했다. 소득의 절반 가까이를 빚 갚는 데 쓰고 나머지로 생활한다는 의미다. 청년 4~5명 중 1명은 연소득 3배 이상의 빚을 지고 있다는 내용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도 27일 나왔다. 청년들의 빚이 늘어난 원인으로는 집값 상승과 ‘빚투(빚내서 투자)’‧‘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 등 투자열풍이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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